[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박재윤 강산건설 회장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1심 선고 직전 강산건설 측이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형사고소하겠다”고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선고 전에는 피해자의 채권자들을 법무법인 회의실로 불러 공동 고소를 권유했다는 참석자의 사실확인서도 확보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피해자 김모씨의 시행사가 운영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시공사 회장으로서 사업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봤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김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고, 김씨의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등 강제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2차 가해
현 상황은?
박 회장은 2021년 10월경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김씨를 상대로 첫 번째 강제 추행을 했다. 두 번째 범행 역시 2021년 11월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식당 룸 안에서 벌어졌다.
문제는 박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2019년 모 항공사 승무원을 강제 추행한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에 검찰은 1심 형량인 징역 1년 구형이 재범 위험성과 범행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과 공개·고지 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3년 취업제한을 구했다.
지난 2일 결심공판서 검찰은 박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기존 징역 1년보다 6개월 늘어난 형량이다.
입수한 판결문과 항소이유서 등을 살펴보면 1심 재판부는 박 회장에게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재판에서 강제 추행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징역 1년6개월 구형
1심 때보다 처벌 수위 높여
검찰은 김씨가 사업 관계 때문에 즉각 불쾌감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정을 박 회장이 악용했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단순한 우발적 접촉이 아니라 사업상 관계와 권력관계가 결합된 성범죄라는 취지다. 김씨는 박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강산건설의 사업상 영향력과 채권자들을 동원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1심 선고 직전 강산건설 측이 김씨를 상대로 조직적인 압박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문자메시지와 사실확인서, 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취록을 종합하면 논란은 지난해 11월4일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강산건설 팀장 이모씨는 김씨의 채권자들에게 연락해 법무법인 신원 5층 대회의실로 나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에는 “안녕하세요. 강산건설 이 팀장입니다. 11월5일 수요일 3시 법무법인 신원 5층 대회의실에서 뵙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함께 확보된 법무법인 신원 용지에는 채권자별 성명과 연락처, 주소, 채권 금액, 고소 여부 등이 기재돼있다.
박씨의 강제 추행 사건 1심 선고가 불과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해당 모임에 직접 참석한 채권자 A씨는 지난 2월 작성한 사실확인서에서 “당시 강산건설 관계자와 법무법인 신원 직원, 채권자 등 15명가량이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시행사들에
고소 종용
A씨에 따르면 강산건설 측은 참석자들에게 현재 채권 금액과 시행사를 상대로 고소했는지, 또는 고소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성명과 연락처, 주소, 채권 금액, 고소 여부도 직접 적도록 했다고 한다. 이어 “강산건설과 함께 김씨가 운영하는 시행사를 상대로 같이 고소하자”는 취지로 공동 고소까지 종용했다는 게 A씨의 진술이다.
더 수상한 것은 현장에서 나온 발언이다. A씨는 당시 “김씨를 잡아야 하는데 잡히지 않는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을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나왔다고 사실확인서에 적었다. A씨는 강산건설이 시공사면서 시행사 채권자들을 따로 모아 고소를 종용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산건설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김씨는 주상복합 사업에 필요한 1000억원의 PF를 받기 위해 75억원의 대여금을 강산건설에 요청할 당시인 2021년 말, 박재윤 회장에게 먼저 식사 자리를 갖자고 했다”며 “김씨는 그날 식당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27일 시행사 상임이사 조모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강산건설 법무이사 이모씨는 11월9일 오전 10시30분경 조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씨는 이씨가 박 회장의 강제 추행 재판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잘 선처를 부탁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처벌불원서에는 사업상 반대급부까지 따라붙었다.
“언론 이용해
잡아야 한다”
이씨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하면 강산건설에서 사업상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고소 등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까지 이미 작성해 뒀고 제출만 하면 된다는 설명까지 들었다는 게 조씨의 진술이다.
박 회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불거진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갈등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졌다. 시행사 측은 박 회장이 김씨에게 사과하기로 했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끝내 사과조차 받지 못한 시행사 측은 “고소 취하 및 처벌불원서는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맞는 듯합니다”라는 취지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2개월 뒤 강산건설 측이 다시 박 회장의 처벌불원서를 재차 요구하면서 사업상 권한위임과 고소 문제를 함께 꺼내 들었다는 게 시행사 측 주장이다. 시행사 측은 다음 날인 11월10일 카카오톡을 통해 즉각 항의했다.
메시지에는 “시공사에서 시행사 약점을 잡아 고소하려고 채권자들한테 전화해서 모임을 가진 것은 유감”이라며 “박재윤 회장 개인적인 것으로 처벌불원서 해달라고 채권자들 이용해 협박하는 것도 잘못된 행태”라는 내용이 담겼다.
“봐주면 권한 위임⋯안 쓰면 고소”
채권자까지 끌어들인 수상한 압박
시행사 관계자는 “김씨와 채권자 사이 이중계약이나 담보 문제가 이미 형사고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시공사와 관계없는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공사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약점 잡으려 드는 것을 안 되는 행태”라며 “지금껏 시공사에 억울하게 당했던 것들을 온 세상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1심 선고 이후 강산건설이 채권자를 소집해 집단 고소를 종용한 것부터 처벌불원서 요구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어 검찰은 11월28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동종 전과의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과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범행 이후 정황 등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강산건설 최대주주인 박 회장의 개인 형사사건에 회사 조직과 사업상 이해관계가 동원됐느냐다. 박씨는 강산건설 지분 43.49%를 직접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강산건설 지분 33.07%를 보유한 강산개발의 지분 58.67%도 박 회장이 가지고 있다.
피해자 측은 시공사와 시행사의 사업 분쟁, 채권자 문제, 권한위임이라는 회사 업무가 박 회장 개인의 강제 추행 사건 선처 문제와 맞물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선고 직전 채권자들을 한데 모아 시행사 고소를 권유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선처 확인서를 요구하며 권한위임과 고소장을 동시에 거론한 점을 ‘2차 가해’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채권자 모아
조직적 강요
김씨의 채권자는 강산건설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왜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고 황당한 불쾌감과 거부감을 느꼈다”고 사실확인서에 적었다. 박 회장의 형사재판을 둘러싸고 시작된 문제가 채권자 소집과 공동 고소, 사업권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강산건설의 오너 리스크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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