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 대통령, 언제 어떻게 개헌 카드 꺼낼까

연임 논란 넘어 개헌으로 가는 길

정치권의 개헌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출발점으로 제시하면서 권력구조 개편도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임제 개헌을 언급하면서도 “연임하지 않겠다”거나 “재판받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임기 연장과 재판 지연을 위한 개헌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성일종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앞서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도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정 회장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지난 8일 오후 김민석 대표를 만나 1987년 개헌 이후 8명의 대통령이 개헌을 약속하거나 공약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수 없으므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 여야가 합의하는 범위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의 제안과 정 원내대표의 반발, 정 회장의 촉구가 거의 동시에 나온 것은 정치권의 물밑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김 대표가 개헌 논의의 불씨를 댕겼다면 이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릴 최종 카드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 대통령이 개헌의 원칙과 내용, 일정과 추진 방식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순간 본격적인 개헌 정국이 열릴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조정식 국회의장의 발언이었다. 조 의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도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과 선택, 정치적 합의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야당이 반발하자 의장실은 현직 대통령에게 연임 개헌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알고 있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헌법 체계상 허용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의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개헌은 더 이상 정치권이 때마다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오래된 구호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여부와 권력구조 개편, 다음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뒤엉킨 현실의 문제가 됐다.

이 대통령의 태도도 논란을 키웠다. 지난 4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개헌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혀달라고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도둑질하지 않겠다고 말하라는 것과 같은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한마디면 끝날 일을 계속 돌려 말하니 야당은 의심하고 국민은 속뜻을 궁금해한다. 개헌의 내용보다 대통령의 의도가 더 큰 뉴스가 된 것이다.

지난 8일 홍익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연임 논란이 커진 데 유감을 나타내면서 이 대통령이 적절한 기회에 국민 앞에서 직접 더 분명하게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국정 운영에 관한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홍 수석의 발언 다음 날,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파리 현지 동포 간담회에서 임기 초반 해외 순방을 집중적으로 소화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고 밝혔다. 연임 개헌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날도 “연임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결국 ‘연임을 위한 꼼수 개헌은 없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상 임기가 제한돼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연임 논란을 끝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발언을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사실상 ‘연임 불가’ 쪽으로 정리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참모의 해석일 뿐 대통령 자신의 선언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헌법상 임기가 제한돼있다고 우회적으로 밝혔을 뿐, 정치권이 요구하는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왜 그 한마디를 하지 않고 있을까. 야당이 연일 공세를 펴고 국민도 궁금해하는 문제를 왜 계속 열어두는 것일까. 필자는 이 대통령이 개헌 제안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 개헌이라는 거대한 의제를 전면에 띄워 정국을 ‘개헌 블랙홀’로 끌어들일 때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논란을 진정시키되 완전히 마침표를 찍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머지않아 개헌의 원칙과 내용, 일정과 추진 방식을 담은 공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높다. 시기는 추석 이후 민심의 흐름이 확인되는 올해 10월 전후일 수도 있고, 새해 국정 구상을 밝히는 내년 연초가 될 수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내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3월 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헌 논의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하면 정치적 관심과 국민 참여를 끌어올리고 정국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개헌 카드가 선거의 유불리를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비치면 그 순간 명분은 흔들린다. 대통령이 언제 카드를 꺼내느냐 못지않게 어떤 명분과 방식으로 국민 앞에 제시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인 40%, 부정 평가는 최고인 51%를 기록했다. 부동산과 경제·민생에 대한 불만이 커진 가운데 장관 후보자 인사 논란과 사법 문제도 다시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구상을 공식 제안한다면 흩어져 있던 정치 이슈는 단숨에 개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청와대가 개헌 제안의 시기나 방식을 예고한 적은 없다. 올해 10월과 내년 연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은 최근 발언과 정치 일정, 국정 상황을 종합한 필자의 전망일 뿐이다. 그러나 개헌은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반에는 국정 현안에 밀리고 후반에는 권력 누수로 개헌에 실패했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면 임기 전반인 지금이 사실상 가장 좋은 시기다.

문제는 개헌을 어떻게 하느냐다. 대통령이 개헌을 지지율 하락과 사법 문제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던진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논의는 정쟁의 수렁에 빠진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연임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이 현직 대통령에게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정치적 의심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분명한 선언이 국민의 신뢰를 여는 첫 번째 열쇠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개헌안을 먼저 만들어 야당에 받으라고 해서도 안 된다. 여야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국회 개헌협의체를 구성하고 헌법학자와 시민사회, 청년·노동계·경제계·지역 대표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위원장은 여야가 공동으로 맡거나 정치적 중립성이 검증된 인사를 세우고 회의 자료와 쟁점별 의견도 공개해야 한다.

개헌의 주도권을 국회와 국민에게 돌려줘야 정권의 개헌이 아닌 대한민국의 개헌이 된다.

개헌의 내용을 정하기 전에 논의의 규칙과 절차부터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기준으로 의제를 선정하며 이견이 큰 쟁점은 어떻게 처리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과 합의하지 못한 사안을 구분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부터 처리하는 단계적 접근도 필요하다. 모든 쟁점을 하나의 개헌안에 담으려 하면 어느 한 문제 때문에 전체가 무산될 수 있다.

국민에게 찬반을 묻기 전에 충분히 숙의할 기회도 줘야 한다. 권역별 국민토론회와 숙의형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청년과 지방 주민처럼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국민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그 결과를 국회 논의와 연결하고 각 조항을 왜 바꾸는지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투표 직전에 개헌안을 내놓고 찬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해서는 진정한 국민 개헌이라고 할 수 없다.

개헌 일정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지 않겠다는 여야 공동선언도 필요하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20일 이상의 공고를 거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서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확정된다. 어느 한쪽이 밀어붙이거나 다른 한쪽이 무조건 거부해서는 넘을 수 없는 문턱이다. 정쟁 중단과 정치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신사협정부터 맺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개헌의 전 과정을 큰 혼란 없이 관리할 준비가 필요하다. 대통령 권한과 임기, 국회와 정부의 관계, 선거제도와 지방분권 등 주요 쟁점이 한꺼번에 분출하면 국정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

개헌 논의 중에도 민생과 경제, 외교와 안보가 흔들리지 않도록 국정 운영 원칙을 세우고 새 헌법의 시행 시점과 경과 규정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개헌에 성공하는 것만큼 그 과정에서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공식적인 개헌 카드를 꺼내면 정국은 크게 출렁일 것이다. 지지율 하락과 인사 논란, 사법 문제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여야와 국민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면 개헌 블랙홀은 국정을 삼키는 위험이 아니라 낡은 정치의 틀을 바꾸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제 개헌 카드를 정국 전환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소모할 것인지, 제6공화국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사적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개헌 카드를 꺼내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개헌의 문을 여느냐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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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기관 불화설 예고된 내막

한·미 정보기관 불화설 예고된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미 정보기관 간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 나아진 상태라곤 하지만, 미국은 아직 확실한 관계 개선의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는 대미 투자 지연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비춰 봐도 동맹국 정보기관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된 적을 찾아보기 힘들기에 더욱 그렇다. 정보기관은 동맹국들과의 대북 첩보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해외 정보를 공유한다. 한·미·일이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실무그룹(trilateral working group)도 같은 의미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각국 고위 관계자 수십명이 한데 모이는 중요한 자리다. 국가정보원은 이 조직에서 지난 6월부터 배제됐다. 문제는 국정원이 아닌 군 정보기관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 미국이 국정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24년부터다. 당시 한국 정부를 위해 정보 수집 등 활동을 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미 테리 전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FARA는 외국 정부 등을 대리해 활동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테리 전 연구원이 “국정원의 자금 직원이 자신의 급여에 직접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했고 해당 자금이 국정원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s)에서 나온 자금임을 이해했다”고 봤다. 미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될만한 테리의 진술과 2023년 3월 한 카페에서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 등 녹취까지 확보했다. 테리가 만난 관계자 A씨는 국정원 미국 지부장으로 알려졌다. 테리 측은 국정원이 윌슨 센터에 한국 관련 공공정책 프로그램 명목으로 최소 3만7000달러를 지원했다는 증거 등을 재판에서 배제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미 검찰은 지난 2022년 5월(1만1000달러)과 2023년 4월(2만6035달러) 등 두 차례에 걸쳐 주미한국대사관 명의의 수표로 윌슨 센터 기부금 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실제로는 국정원이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미 검찰은 테리의 공소장에서 익명으로만 표기했던 국정원 직원 3명의 실명과 소속, 이들이 썼던 직위를 공개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해외 파트 소속 국정원 직원은 ‘화이트’로 외교관 신분을 가장해 활동하는데 이들의 신분을 미 검찰이 노출한 건 정치적으로 일부러 공개한 것”이라며 “미국도 우리나라 지부가 다 있고 비슷한 행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나 동맹국이기에 믿고 넘어간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도 미국의 강경 모드에 한몫했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 등 위성 정보와 관련한 공유 제한 조치도 6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이 공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공유한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 대북 관련 일부 정보 국정원 공유 거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 참석에도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월 말 워싱턴에서 개최된 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국정원 배제를 요청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회의는 2023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핵협의그룹(NCG)과 함께 신설됐다. 가상자산 탈취 등 북한의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자금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범한 3국 협의체다. 같은 해 일본 도쿄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긴밀히 유지돼 왔다. 협의체 출범 당시 분기별로 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2024년엔 두 차례, 지난해엔 딱 한 번만 개최됐다.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미국이 국정원만 참여 제한을 통보한 건 이례적이라고 분석한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동향 파악은 국정원에게 필수적이다. 휴민트(HUMINT·인간정보)는 우리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신호·위성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추적하는 일은 미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한 정보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와 일본 등이 파악한 신호 정보와 대조해 맞춰가면서 북한군이나 김정은의 동태를 파악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다. 다시금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보기관 간 협력에 먹구름이 지속되면서 통상·안보 현안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은 한·미가 현안을 두고 이견이 있을 때마다 물밑에서 풀어가는 ‘조율자’ 역할을 해왔으나 제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른 부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에서 국정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을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산업통상부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 전달 사실을 부인했고, 국정원도 다른 부처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배제 조치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오랜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1일 한·미 정보 협력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현재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만 제공한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동향, 국제관계, 사이버·방첩 분야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정보의 공유가 제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정보 제공 총량은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미대사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강경화 대사의 국정감사 발언과 관련해 “기존 한·미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미대사관은 이날 강 대사의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언급 관련 보도 참고자료에서 “관련 언급은 백악관 고위 인사와의 소통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되고 있지 않은 바, 더 긴밀하고 더 자주 있었으면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주미대사관은 “한·미 간 소통에 대한 대사 스스로의 의욕이 높은 만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전날 발언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강 대사가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정말로 문제 없나 강 대사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 중 한미동맹을 앞장서 지원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후 “국가안보회의(NSC) 또는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저도 자주 하고 싶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 고위급 협의는 저도 좀 답답한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적을 받아들여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은 “한미동맹은 외교안보의 축으로서 정부는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고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오늘 대통령이 말했듯이, 국가간에는 각자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조율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은 전날 강 대사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기존에 밝힌 특정 표현이 맞는지에 대한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아직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강 대사가 다른 평가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는데 이를 부인한 모습이다. 주미대사관은 “우리 정부가 기존에 밝힌 특정 표현의 의미는 크게 다친 부상 장병과 가족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었고, 주미대사도 그런 차원에서 우리군이 피해를 본 데 대해서는 국민의 일원이자 대사로서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 정전협정 위반과 장병 피해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되, 한반도 긴장 완화 및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군 정보기관 장성들, 지난 1월 미 정보부대 협력 행사 다수 불참 “미 국방부, 적절한 조치 고민…첩보 협력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 한·미 정보기관 간 불협화음은 군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북핵 관련 핵심 정보 공유 여부에 대해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 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상황은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에는 제한되지만 국정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777사령부와 국군정보사령부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뿐만 아니라 한·미 간 군 정보기관 협력에도 탈이 날 뻔했던 적이 존재했다. 지난 1월 미군 정보부대 초청의 리셉션 당시 국방정보본부, 정보사, 777사령부가 행사 참여에 어려워지자 한·미연합사 소속 정보장교들만 참석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미 국방정보국(DIA)과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가 한국 군 정보기관과의 교류 협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고 준비했던 것이다. 군 정보기관 관계자는 “행사 장소를 본래 평택에서 진행하려 했던 걸 용산으로 옮겼고 정보 장군들의 모임으로 501정보여단장, 미8군 사령관,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관이 참석해 행사를 격상시키고 대령급 이상의 한국군 고위 장성들을 일제히 초청하려 했는데 한국 군 장성 진급 발표로 인해서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정보본부장 및 정보부장 등이 불참했고 행사 참석을 거부한 장성도 있다. 정보사와 777에서 대령급 몇 명만 가면서 미군 측의 불만이 그나마 사그라 들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에도 빨간불? 다른 군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이 사건으로 격노해 한국군과의 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적절한 조치를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게 대북 정보 협력 일부가 단절되는 사태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현재 한·미 간 군 정보기관 간 정보 협력은 국정원처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려 노력 중이다. 일부 제한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