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8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며 사실상 지명 철회 입장임을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민적 검증의 장이고, 청와대도 인사 시스템을 거쳐 대통령이 지명한 만큼 국회의 청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청문회는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후보자를 임명해도 되는지를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다.
청와대가 “청문회까지 가겠다”고 밝힌 순간 국민은 “청문회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지명을 철회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청와대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의혹을 해소하는 절차인 동시에 대통령에게 재고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인데 정치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청문회가 이상하게 변질됐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 “청문회에서 검증하겠다”고 하고 청문회에서 의혹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국회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야당이 청문경과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내면 ‘정치 공세’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모든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이런 방식이라면 청문회는 검증 절차가 아니라 임명을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일련의 이 같은 행태가 매번 반복되다 보니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곤 한다. ‘인사청문회=요식행위’라는 비아냥을 들은지도 이미 오래다.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과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의 여부다.
김 후보자는 당시 지인의 요청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관련 업체의 임상시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공익적 성격의 민원을 전달한 것이며 부당한 청탁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의 청탁 민원이 ‘공정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미리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경위와 사실관계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사법행정을 관장하는 자리로 작은 의혹 하나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하는 자리다. “기소유예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거나 “당시 정권의 정치 수사였다”는 식의 정치적 공방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스스로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김 후보자 스스로가 ‘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어떤 도덕적·법적 기준을 요구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을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가 이번 청문회의 핵심이 돼야 한다.
최근 경찰은 이례적으로 해당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하고 영등포경찰서에 배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용혜인 후보자에게는 겸직 논란이 불거져 있다. 이 문제는 야당에서만 제기된 것도 아니며,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동시에 수행해도 문제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겸직이 가능한지 여부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장관과 국회의원이라는 두 개의 권한을 동시에 갖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장관은 행정부의 구성원이며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구성원으로, 두 권한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청와대가 두 후보자의 지명을 유지하면서 청문회까지 가겠다고 밝힌 것은 결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를 끝까지 신뢰하는 게 아닌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인사의 리더십이다.
청와대가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했다”고 밝힌 만큼 ‘그 인사 시스템은 김승원 후보자에게 제기된 식약처 관련 의혹을 충분히 검증했는가’ ‘용혜인 후보자의 국회의원직 겸직 논란을 충분히 검토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또 ▲만약 충분히 검증했다면 왜 이런 논란이 지명 직후부터 폭발하고 있는지 ▲검증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면 대통령에게 어떤 판단 자료를 제공했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 단순히 “구체적인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말로만으로는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인사 검증 시스템은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며 대통령이 잘못된 인사를 하지 않도록 대통령을 보호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런 만큼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이 인사 시스템을 거쳤다는 이유로 후보자 방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식약처 관련 의혹은 사실관계와 경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용 후보자의 겸직 문제 역시 법률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장관이라는 두 직책의 이해충돌 가능성과 정치적 책임까지 검증해야 한다.
청와대 역시 ‘청문회에서 무엇이 나오든 임명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적 검증 결과에 따라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임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에게 ‘이 사람이 과연 장관 자격이 있는가’를 판단할 기회를 주는 절차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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