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수출 1조달러보다 먼저 봐야 할 빨간불

반도체·미중·삼전닉스에 쏠린 수출은 안전한가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불과 248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17일이나 빨리 7000억달러 고지를 밟았고, 지금 추세라면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조달러도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은 ‘수출 신기록’과 ‘수출 강국’이라는 말로 이 소식을 반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를 향해 계속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도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12월 초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093억달러를 수출한 한국은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선다면 일본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4위 규모로 올라설 수 있다.

인구 5200만명도 안 되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수출 4강의 문턱을 두드린다는 점에서 대단한 기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물건을 더 많이 팔았다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컴퓨터 주변기기와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선박 수출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수출액 7094억달러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서 세 개의 빨간불이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반도체 쏠림이고, 두 번째는 중국과 미국 쏠림이며, 세 번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 쏠림이다. 우리 수출이 품목과 시장, 기업이라는 세 방향에서 지나치게 좁아지고 있다.

수출이 커졌다고 반드시 수출 구조까지 건강해진 것은 아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수출액은 6933억달러다. 그중 반도체 수출액은 281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10달러 가운데 4달러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2위인 승용차 수출액은 436억달러로 전체의 약 6.3%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이 승용차보다 무려 6.5배나 많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6% 급증했지만 승용차는 4.4%, 자동차부품은 7.3% 감소했고 가전제품도 1.1% 줄었다. 컴퓨터 주변기기가 262.2% 증가한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수출 신기록은 사실상 반도체와 AI 관련 IT 산업이 끌어올린 결과다.

여러 산업이 고르게 성장해 만들어낸 신기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가 웃는 동안 일부 전통산업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반도체가 잘 팔리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HBM과 첨단 반도체는 석유와 철강 못지않은 새로운 전략자산이다. 경쟁국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해 수출을 늘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반도체가 너무 잘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이 반도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수출의 40.6%를 한 품목에 의존한다는 것은 반도체가 흔들릴 때 국가 수출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기업들이 호황기에 앞다퉈 생산시설을 늘리면 몇 년 뒤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 찾아올 수 있다.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장면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 열풍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영원히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되거나 AI 투자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HBM 주문과 가격이 동시에 꺾일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HBM 경쟁에 뛰어들고 대만이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도 막대한 국가 자금을 투입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더 좋은 성능이나 싼 가격의 제품이 등장하면 오늘의 우위가 내일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반도체 기술은 세대교체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 세대의 제품에서 앞섰더라도 다음 세대의 설계와 양산 수율, 패키징 기술에서 뒤처지면 고객은 언제든 공급처를 바꿀 수 있다. 특정 글로벌 기업에 대한 납품 비중이 커질수록 그 기업의 주문과 기술 기준에 국내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액은 커졌지만 결정권은 오히려 해외의 소수 고객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두 번째 빨간불은 수출 시장이 중국과 미국에 지나치게 집중돼있다는 점이다. 올해 1~8월 대중국 수출액은 1453억달러로 전체의 약 21.0%, 대미국 수출액은 1274억달러로 약 18.4%를 차지했다. 두 나라를 합치면 272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39.4%다. 수출 10달러 가운데 4달러가 중국과 미국에서 나온 셈이다.

3위 수출국인 베트남은 632억달러로 중국이나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럽연합 수출액도 555억달러에 그쳤고 중동 수출액은 오히려 9.8%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 가운데 한 시장만 흔들려도 다른 지역이 그 공백을 곧바로 메우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나라가 시장 다변화를 오래전부터 외쳤지만 현실의 무역지도는 여전히 미중 양국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다투는 경쟁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장비와 기술, 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도 희토류와 핵심 소재를 무기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중국 반도체 공급과 현지 투자를 줄이라고 압박할 수 있고, 중국은 자국 시장과 원자재 공급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수출 1위와 2위 시장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이 심해질수록 우리 기업이 양쪽 모두와 원활하게 거래하기는 어려워진다. 미국의 기술 생태계를 택할수록 중국 시장이 좁아질 수 있고, 중국과의 거래를 유지할수록 미국의 규제 압박은 커질 수 있다. 어느 한쪽과의 관계가 흔들리면 수출과 공급망이 동시에 영향을 받게 된다. 반도체 쏠림과 미중 쏠림이 결합할 때 위험이 더 커지는 이유다.

반도체는 설계와 제조, 장비와 소재, 판매가 여러 나라에 걸쳐 연결된 산업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고 중국의 생산기지와 거대한 소비시장도 중요하다. 따라서 공급망의 어느 한 고리만 막혀도 생산과 수출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세 번째 빨간불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국내에서도 소수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메모리와 HBM 완제품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두 회사를 묶어 ‘삼전닉스’라고 부른다. 국가 반도체 수출의 흐름이 두 기업의 기술력과 투자 판단, 글로벌 고객의 주문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삼전닉스가 잘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두 회사만 잘되는 산업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폭발적으로 늘어도 중소 협력업체가 납품단가와 인력난, 연구개발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면 반도체 호황은 국민경제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

지역과 산업,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지면 반도체 호황에도 국민경제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수출 신기록과 체감경기가 따로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반도체 대기업에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산업단지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과 해외 고객을 확보하도록 연구개발과 금융, 인력 양성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 팹리스와 시스템 반도체, 첨단 패키징, AI 소프트웨어까지 산업의 뿌리와 가지를 넓혀야 한다. 두 거목만 높이 키우는 숲은 폭풍이 불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동시에 자동차와 조선, 바이오·헬스, 방산, 이차전지, 원전, 로봇, 콘텐츠와 식품 같은 제2·제3의 수출 산업을 키워야 한다. 한 산업의 불황을 다른 산업의 호황이 메우고, 한 시장이 막히면 다른 시장이 출구가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아세안과 인도, 유럽,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로 수출 시장도 더 넓혀야 한다. 수출 다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보험이다.

정부와 언론은 수출 7094억달러와 연간 1조달러 가능성을 자랑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과 중소기업 수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총수출액이라는 하나의 숫자만 보면 그 안에 감춰진 구조적 취약성을 놓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체중만 보고 혈압과 혈당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반도체는 대한민국 수출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그러나 거대한 배가 엔진 하나에만 의지해 운항한다면 그 엔진이 멈추는 순간 배 전체가 표류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반도체와 삼전닉스가 우리 수출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기록에 취한 축배가 아니라 다음 위기에 대비한 산업·시장·기업의 포트폴리오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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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