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육군본부 고위 인사 군 정보 유출 의혹

데이팅 앱에서 만나 전화로, 채팅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범했던 남녀 관계가 민원, 고소 등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처음 알게 된 뒤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쪽은 자신이 기만당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스토킹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A씨와 B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났다. 성별, 직업, 나이, 지역, 혼인 상태 등 이용자가 작성한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했을 때 상대가 응하면 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먼저 호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앱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곧 카카오톡으로 이동했고 전화 통화도 했다. 지난 6월에 시작된 온라인 만남은 7월 중순까지 두 달가량 이어졌다.

흔한 시작
빠른 파국

눈여겨볼 대목은 A씨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출신 군인이라는 점이다. A씨는 데이팅 앱에 자신이 군인이며, 충남 계룡시에 있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프로필에 적었다. 그러고 ‘라이프스타일’ 부분에 ‘돌싱’이라고 표기했다. ‘돌아온 싱글’, 즉 이혼한 독신남이라는 뜻이다.

실제 A씨는 앱을 통해 대화를 시작할 무렵 나이 차이를 언급하는 B씨에게 그 부분은 별로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돌싱이라고 직접 밝혔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온라인과 유선상으로만 대화를 나눴다. 오프라인 만남을 진행하다가 A씨의 일정 문제로 무산되는 식이었다.

그러다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이 20여일 정도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B씨는 이 시기를 전후해 A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B씨는 A씨에게 만남 일자와 시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진짜 신분 및 돌싱 여부를 증명할 법적 증빙(혼인관계증명서 원본) ▲현재 본인이 군 내부 및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 명시 ▲그동안 했던 모든 거짓말의 실체와 사죄의 뜻을 담아 명시한 ‘자필 서명 반성문’ 등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13일 B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대면했다. 당시 B씨는 A씨와의 문제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반성문과 증명서를 준비했고 실제 자신이 사용하는 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여자는 민원 넣고
남자는 고소하고

<일요시사>가 입수한 반성문에서 A씨는 “혼인관계증명서에서 보듯이 아직 기혼 상태다. 그리고 내일(7월14일) 4시에 조정 기일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그 이후 전처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혼인 상태를 속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끝날 줄 알았던 관계는 온라인 채팅, 전화 등으로 지난달 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한 번 금 간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연락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삐걱댔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B씨는 “A씨는 민간인인 나를 농락하고 가스라이팅했다”며 “단순한 남녀 간의 사생활 갈등이 아닌 현역 군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민간인을 기만하고 군의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군 기강해이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B씨가 반성문 등을 강요했다”고 반박했다.

B씨는 A씨의 비위 의혹에 대해 육군본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A씨는 B씨를 강요, 명예훼손, 스토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6월 첫 만남이 시작된 지 2개월, 오프라인에서 만난 시기로 따지면 한 달여 만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에게 군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A씨는 군의 고위급 인사를 접할 기회가 많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A씨와 B씨가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나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각자의 일상을 상당 부분 공유한 흔적이 드러난다.

유부남이면서
돌싱 행세?

군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A씨가 군인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남녀 간 대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보안이 생명인 군인”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군 고위급 인사와의 출장, 출장 과정에서 고위급 인사가 정부 부처 관계자와 나눈 대화 등을 B씨에게 말했다. 또 자신의 진급 사실, 진급 예정자 발표 날짜 등도 언급했다. 당직 근무 시 ‘벙커’에 들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일례로 A씨는 한 출장 업무에 대해 “원래는 군 고위급 인사의 출장이 있을 때 자신(A씨)은 KTX를 타고 가서 대기하는데 그날은 헬기에 자리가 남아 함께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고위급 인사가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군대에서 일어난 사고 등으로 질책을 받았다고 B씨에게 말했다.

<국방일보>에 나온 언론 보도 내용을 공유하면서 기사에 나오지 않은 부분을 말해주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A씨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A씨는 자신이 속한 부서,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며 “나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런 내용을 말한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A씨와 B씨의 갈등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B씨에 따르면 A씨의 같은 부서 상관이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하려 했다. B씨가 A씨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B씨는 A씨의 상관과 계룡대에서 4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A씨와 있었던 일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민원 제기에도
진급 예정대로

B씨는 “(A씨의 상관과) 대화를 나눈 이후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려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A씨의 비위에 대해 말하기 위해 (A씨의 상관을) 만난 건데, 그분은 줄곧 남녀 문제로만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의 상관에게) A씨에 대한 군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진급이 탈 없이 이뤄진 점도 지적했다. 지난 8월 초 진급 예정자가 발표됐는데, A씨도 명단에 포함됐다. B씨가 A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은 진급 관련 내용 발표 전이다. A씨의 계급은 진급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매년 해당 계급으로의 진급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다시 말해 A씨가 이른바 ‘바늘구멍’을 뚫은 셈이다.

<일요시사>는 육군본부 측에 ▲B씨의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A씨의 군 정보 유출 의혹에 관한 입장은 무엇인지 ▲A씨의 상관이 B씨를 만나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 ▲진급 예정자 발표 전에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 경우 진급에는 영향이 없는지 등을 물었다.

육군본부 측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민원이 접수돼 현재 관련 절차에 따라 제기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급 심사는 군 인사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거쳐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민원 대상 인원(A씨)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관련 민원 전반에 대해 대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육군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측에도 ▲B씨가 제기한 민원에 관한 A씨의 입장 ▲군 정보 유출 의혹에 관한 A씨의 입장 ▲A씨의 상관이 두 사람 사이에 개입하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이번 고소가 B씨가 육군본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B씨가 민원을 제기하기 전부터 고소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최근 B씨는 경찰로부터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진급 정보부터
고위급 인사 행보까지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사실관계’를 먼저 언급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두 사람은 7월13일에 처음 대면할 때까지 온라인으로만 연락한 사이였다”며 “A씨가 돌싱이라고 표현한 건 사실이지만, 대화 시작 이후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자녀의 존재와 면접 교섭 중인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사과했다. B씨도 당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고 명시적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군 정보 유출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A씨가 진급 발표 일자를 실제로 언급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진급 심사 선발 사실을 어떤 경로로도 B씨에게 전파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연락하는 사이였으니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관 일정에 맞춰 업무가 이뤄지는 특성상 관련 내용이 언급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이 부분은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한 사실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B씨 역시 자신의 업무 내용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 타인의 실명이 기재된 대화 캡처, 업무 일정 등의 화면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상관과 B씨가 만난 사실에 대해서는 “상대방(B씨)이 알방적으로 A씨의 상관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한 것”이라며 “A씨는 두 사람이 만난 이후에야 B씨가 자신의 상관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상관은) B씨와 계룡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업무상 민원이 아니라 개인 간 소통의 오해인 것 같아 당사자 간 추가 소통을 해보자는 걸로 이야기하고 좋게 인사하며 헤어졌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로도 B씨가 A씨를 계속 압박했다. A씨의 상관 역시 알려준 적 없는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아 상당히 놀라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개월 알고
긴 싸움?

피소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주장하는 강요나 명예훼손, 스토킹 등의 혐의는 민원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B씨는 군인으로서 A씨의 비위 의혹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는데 고소로 대응한 점에 분노를 느끼는 듯했다.

A씨 상관과 만난 부분에 대해서도 B씨는 "A씨의 상관이 처음 (나에게) 전화할 때 (해당 번호가) 본인 업무폰이니 그 번호로 소통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소장을 확인했는데 A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변호사에게 언급한 듯하다”며 “강요 혐의 부분만 길게 쓰여 있고 명예훼손이나 스토킹에 대해서는 몇 줄 쓰여 있지도 않았다. 억지로 말을 만들어 내느라 그런 것 같다”며 “소를 제기하면 내가 무서워서 민원을 취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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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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