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범했던 남녀 관계가 민원, 고소 등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처음 알게 된 뒤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한쪽은 자신이 기만당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스토킹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A씨와 B씨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났다. 성별, 직업, 나이, 지역, 혼인 상태 등 이용자가 작성한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했을 때 상대가 응하면 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먼저 호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앱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곧 카카오톡으로 이동했고 전화 통화도 했다. 지난 6월에 시작된 온라인 만남은 7월 중순까지 두 달가량 이어졌다.
흔한 시작
빠른 파국
눈여겨볼 대목은 A씨가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출신 군인이라는 점이다. A씨는 데이팅 앱에 자신이 군인이며, 충남 계룡시에 있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프로필에 적었다. 그러고 ‘라이프스타일’ 부분에 ‘돌싱’이라고 표기했다. ‘돌아온 싱글’, 즉 이혼한 독신남이라는 뜻이다.
실제 A씨는 앱을 통해 대화를 시작할 무렵 나이 차이를 언급하는 B씨에게 그 부분은 별로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돌싱이라고 직접 밝혔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온라인과 유선상으로만 대화를 나눴다. 오프라인 만남을 진행하다가 A씨의 일정 문제로 무산되는 식이었다.
그러다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이 20여일 정도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B씨는 이 시기를 전후해 A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B씨는 A씨에게 만남 일자와 시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진짜 신분 및 돌싱 여부를 증명할 법적 증빙(혼인관계증명서 원본) ▲현재 본인이 군 내부 및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 명시 ▲그동안 했던 모든 거짓말의 실체와 사죄의 뜻을 담아 명시한 ‘자필 서명 반성문’ 등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13일 B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대면했다. 당시 B씨는 A씨와의 문제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반성문과 증명서를 준비했고 실제 자신이 사용하는 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여자는 민원 넣고
남자는 고소하고
<일요시사>가 입수한 반성문에서 A씨는 “혼인관계증명서에서 보듯이 아직 기혼 상태다. 그리고 내일(7월14일) 4시에 조정 기일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그 이후 전처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혼인 상태를 속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끝날 줄 알았던 관계는 온라인 채팅, 전화 등으로 지난달 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한 번 금 간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연락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삐걱댔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B씨는 “A씨는 민간인인 나를 농락하고 가스라이팅했다”며 “단순한 남녀 간의 사생활 갈등이 아닌 현역 군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민간인을 기만하고 군의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군 기강해이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B씨가 반성문 등을 강요했다”고 반박했다.

B씨는 A씨의 비위 의혹에 대해 육군본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A씨는 B씨를 강요, 명예훼손, 스토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6월 첫 만남이 시작된 지 2개월, 오프라인에서 만난 시기로 따지면 한 달여 만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에게 군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A씨는 군의 고위급 인사를 접할 기회가 많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A씨와 B씨가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나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각자의 일상을 상당 부분 공유한 흔적이 드러난다.
유부남이면서
돌싱 행세?
군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A씨가 군인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남녀 간 대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보안이 생명인 군인”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군 고위급 인사와의 출장, 출장 과정에서 고위급 인사가 정부 부처 관계자와 나눈 대화 등을 B씨에게 말했다. 또 자신의 진급 사실, 진급 예정자 발표 날짜 등도 언급했다. 당직 근무 시 ‘벙커’에 들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일례로 A씨는 한 출장 업무에 대해 “원래는 군 고위급 인사의 출장이 있을 때 자신(A씨)은 KTX를 타고 가서 대기하는데 그날은 헬기에 자리가 남아 함께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고위급 인사가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군대에서 일어난 사고 등으로 질책을 받았다고 B씨에게 말했다.
<국방일보>에 나온 언론 보도 내용을 공유하면서 기사에 나오지 않은 부분을 말해주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A씨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A씨는 자신이 속한 부서,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며 “나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런 내용을 말한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A씨와 B씨의 갈등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B씨에 따르면 A씨의 같은 부서 상관이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하려 했다. B씨가 A씨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B씨는 A씨의 상관과 계룡대에서 4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A씨와 있었던 일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민원 제기에도
진급 예정대로
B씨는 “(A씨의 상관과) 대화를 나눈 이후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려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A씨의 비위에 대해 말하기 위해 (A씨의 상관을) 만난 건데, 그분은 줄곧 남녀 문제로만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의 상관에게) A씨에 대한 군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진급이 탈 없이 이뤄진 점도 지적했다. 지난 8월 초 진급 예정자가 발표됐는데, A씨도 명단에 포함됐다. B씨가 A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은 진급 관련 내용 발표 전이다. A씨의 계급은 진급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매년 해당 계급으로의 진급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다시 말해 A씨가 이른바 ‘바늘구멍’을 뚫은 셈이다.
<일요시사>는 육군본부 측에 ▲B씨의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A씨의 군 정보 유출 의혹에 관한 입장은 무엇인지 ▲A씨의 상관이 B씨를 만나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 ▲진급 예정자 발표 전에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 경우 진급에는 영향이 없는지 등을 물었다.
육군본부 측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민원이 접수돼 현재 관련 절차에 따라 제기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급 심사는 군 인사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거쳐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민원 대상 인원(A씨)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관련 민원 전반에 대해 대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육군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측에도 ▲B씨가 제기한 민원에 관한 A씨의 입장 ▲군 정보 유출 의혹에 관한 A씨의 입장 ▲A씨의 상관이 두 사람 사이에 개입하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이번 고소가 B씨가 육군본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B씨가 민원을 제기하기 전부터 고소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최근 B씨는 경찰로부터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진급 정보부터
고위급 인사 행보까지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사실관계’를 먼저 언급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두 사람은 7월13일에 처음 대면할 때까지 온라인으로만 연락한 사이였다”며 “A씨가 돌싱이라고 표현한 건 사실이지만, 대화 시작 이후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자녀의 존재와 면접 교섭 중인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사과했다. B씨도 당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고 명시적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군 정보 유출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A씨가 진급 발표 일자를 실제로 언급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진급 심사 선발 사실을 어떤 경로로도 B씨에게 전파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연락하는 사이였으니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관 일정에 맞춰 업무가 이뤄지는 특성상 관련 내용이 언급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이 부분은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한 사실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B씨 역시 자신의 업무 내용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 타인의 실명이 기재된 대화 캡처, 업무 일정 등의 화면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상관과 B씨가 만난 사실에 대해서는 “상대방(B씨)이 알방적으로 A씨의 상관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한 것”이라며 “A씨는 두 사람이 만난 이후에야 B씨가 자신의 상관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상관은) B씨와 계룡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업무상 민원이 아니라 개인 간 소통의 오해인 것 같아 당사자 간 추가 소통을 해보자는 걸로 이야기하고 좋게 인사하며 헤어졌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로도 B씨가 A씨를 계속 압박했다. A씨의 상관 역시 알려준 적 없는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아 상당히 놀라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개월 알고
긴 싸움?
피소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주장하는 강요나 명예훼손, 스토킹 등의 혐의는 민원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B씨는 군인으로서 A씨의 비위 의혹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는데 고소로 대응한 점에 분노를 느끼는 듯했다.
A씨 상관과 만난 부분에 대해서도 B씨는 "A씨의 상관이 처음 (나에게) 전화할 때 (해당 번호가) 본인 업무폰이니 그 번호로 소통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소장을 확인했는데 A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변호사에게 언급한 듯하다”며 “강요 혐의 부분만 길게 쓰여 있고 명예훼손이나 스토킹에 대해서는 몇 줄 쓰여 있지도 않았다. 억지로 말을 만들어 내느라 그런 것 같다”며 “소를 제기하면 내가 무서워서 민원을 취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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