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후는 공공재다. 아무나 사용할 수 있고 모두가 더럽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80억 인구는 ‘기후 위기’의 가해자인 셈이다. 하지만 다 같이 저지른 일이니, 책임 소재는 흐릿해지고 죄책감은 옅어진다. 문제는 그 여파다. 체감 속도는 다를지언정 반드시 겪게 될 후폭풍을 인류는 감당할 수 있을까.
과거 30년간의 기상 평균을 기후라고 정의한다. 기후가 변했다는 것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분포의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과학계는 기후 변화라는,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용어를 사용하다가 2010년대 들어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이제 ‘변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전 지구에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 시기다.
기술은 있다
최형식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전략연구본부 탄소중립에너지연구실장은 “2019년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보편화됐다. 더 진보적인 언론에서는 기후 붕괴, 기후 가열이라는 개념도 쓴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으로 1993년 당시 ‘한국환경기술개발원’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7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으로 개편된 뒤 2021년 현재의 명칭이 됐다. 환경정책연구와 환경영향평가 업무 등을 수행한다.
최 실장은 “탄소중립에너지연구실에서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 기반의 탄소 시장 활성화, 탄소국경제도(CBAM) 등 국제 탄소규제 대응 업무를 비롯해 저탄소 산업 분야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 연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 수립에 관한 연구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한국환경연구원 별관에서 최 실장을 만났다. 최 실장은 “올해 기상 현상으로 기후 위기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실 기후 위기는 200년도 전에 과학적으로 논의된 주제다. 조제프 푸리에라는 프랑스의 수학자는 1820년대 지구의 온도가 인간이 살 만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대기의 온실 효과로 설명했고, 존 틴들이라는 영국의 과학자는 1859년에 이산화탄소(CO₂)가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기제라고 밝혔다”고 했다.
문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됐고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최 실장은 “북극이 해빙되면서 제트기류, 즉 대류권 상층에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이 약해지고 정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온도 차가 있어야 순환이 이뤄지는데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정체되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의 염도에 변화가 생겨 해류의 순환도 느려졌다. 지구 에너지의 불균형은 폭염, 극한 호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 위기는 재난으로 이어졌다. 2003년 유럽의 폭염으로 7만명 이상 사망했다. 올여름에도 프랑스에서 기온이 40도 넘게 오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미국 서부의 식수난 등의 배경도 기후 문제다. 2022년 파키스탄은 홍수로 국토의 1/3이 침수됐고 최근에는 네팔에서 일어난 대홍수로 사망자와 이재민이 수만 명 발생했다.
200년 전부터 과학적 논의
“모두 알지만 아무도 안 해”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인류가 마냥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최 실장은 “1988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제임스 핸슨 NASA GISS(미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증언하면서 기후 위기는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다. 또 같은 해 IPCC라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설립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UNFCCC가 창립돼 세계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COP(당사국 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맺어졌다. 전 세계가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NDC)를 세우고 기후 변화를 1.5~2℃ 내로 억제하기로 한 게 골자다. 일종의 마지노선을 제안한 것이다. 전체 탄소 배출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동참했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기후 위기 대응 문제가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 실장은 국제 기후 정치가 실종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미 지구 온도는 1.5℃ 높아졌고, 2℃ 이상 올라가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안전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운, 아주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감소 단계에 접어들어야 했는데 증가 폭이 둔화했을 뿐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급속히 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을 기준으로 감소세에 들어섰다. 하지만 미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후 변화 정책을 번복하고 UNFCCC에서 탈퇴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의제에서 밀려났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문제는 ‘반짝’ 이슈에 그치곤 한다. 40도 넘는 폭염이 지속돼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나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수재가 발생했을 때나 기후 문제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분명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이슈임에도 ‘내 일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뒷전으로 여긴다.
최 실장은 “유럽은 산업화가 일찍 진행되면서 환경 운동이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의제로 삼았다. 기후 위기 대응이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된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일자리, 주거 등 아직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책이나 제도, 기술 등은 이미 마련됐거나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얼마만큼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또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와 사회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 차원의 목표는 세워져 있다. 최 실장은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해 감축 및 적응 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투입과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돼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감축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 NCD는 2018년 대비 40% 감축, 2035년에는 53%~61% 감축을 범위형으로 목표를 세웠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탄소 중립 기본법이 장기 감축 경로를 비워둔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40년까지 69~80%, 2045년 84~90%,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장기 감축 경로가 대통령령에 따라 정해졌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기후 변화는 전형적인 시장실패의 영역이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시장 규제가 없기에 발생한다. 파리기후협약도 ‘자발적 합의’라는 점이 해결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기후 변화의 피해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발생하는 것이라 지금 비용을 부담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정치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그래서 기후 변화가 난제라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식이 문제
이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은 결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팔 대홍수 사례처럼 히말라야 빙하가 많이 녹을수록 아래 지역에 있는 나라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삶의 터전이 망가지고 수자원이 부족해지면 필연적으로 많은 수의 난민이 발생한다. 대량의 난민이 생기면 우리나라도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