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한 장치이지, 외부의 감시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찰개혁에 대해선 “개혁이라는 이름보다 국민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국정조사를 주도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 답답함과 실망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국정조사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조사에서 확인된 선관위의 문제를 법과 제도로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선관위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서 지금까지 특위가 거둔 성과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투표지 247만장과 인천 연수구 송도1동·송도2동 인천시장 관내 사전투표지 등 이른바 쌍둥이 득표수 의혹에 대한 공개 재검표를 끝내 실시하지 못했다.
공개 재검표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위원들도 있었지만, 방법과 절차를 둘러싼 이견을 끝내 조정하지 못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신 답답함과 실망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선관위가 위원회 의결 없이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사실을 확인했다. 또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송파 핸드볼경기장에 보관된 투표지의 관리 실태도 직접 확인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체결한 계약의 상당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사실과 투표용지 인쇄 및 투표함 제작 등 선거와 직결되는 선관위의 계약이 충분한 경쟁과 검증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을 가능성도 확인했다. 비록 공개 재검표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선관위의 총체적 무능·부실과 현장 대응 체계의 실패를 확인했다. 국정조사에서 확인된 선관위의 문제를 법과 제도로 바로잡겠다.
-투표율 허위 입력이 득표수 조작으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주장과 선을 긋는 이유는?
▲선관위의 투표율 허위 입력과 임의 수정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선관위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수치를 임의로 수정했다면 철저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표율 허위 입력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후보별 득표수 조작까지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투표율은 전체 선거인 중 실제 투표한 사람의 비율이고, 시간대별 투표자 수 집계를 통해 공개된다.
그런데 득표수는 개표장에서 실물 투표지를 분류·확인하고, 각 정당 참관인과 후보자 측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계된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참관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확인을 요구한다. 우리 당 추천 참관인들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확인한다.
따라서 투표율 입력의 허위·오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처럼 여러 단계의 현장 확인을 거쳐 산출되는 후보별 득표수까지 조작됐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논리적 비약이고 선동이다. 득표수 조작을 주장하려면 실제 투표지·개표상황표·투표자 수 대조 자료·전산 기록 등 별도의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부실 선거와 부정선거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청년들이 말하는 부정선거는 내 한 표가 공정하게 보장되지 못하게 한 모든 문제를 뜻할 수 있다. 이는 부실 선거에 가깝다. 이런 문제 제기는 너무나 정당하다. 반면 정치권에서 말하는 부정선거는 특정 후보의 당락이나 선거 결과를 바꾸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투·개표를 조작한 경우를 뜻한다.
국정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부실 선거에 가깝다. 중앙선관위가 위원회 의결 없이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낮췄고, 낮아진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 투표소가 있었다. 그 결과 투표용지 부족과 현장 혼선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실제로 침해됐다. 이는 선관위의 총체적 무능과 관리 실패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부실과 실패가 곧바로 특정 후보의 당락을 바꾸기 위한 조직적 투·개표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국정조사에서 확인된 자료와 정황만으로는 3·15 부정선거와 같은 의도적·계획적·조직적 조작이 있었다고 단정할 객관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의 정당한 의혹 제기와 선관위 개혁 요구에는 함께하면서도 음모론적인 부정선거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선관위가 반드시 고쳐야 할 제도나 관행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선관위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책임 의식이다. 선관위의 독립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한 장치이지, 외부의 감시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현장 보고 체계·투표 통계 관리까지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
우선 투표용지 인쇄·배부·추가 공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비용이나 행정 편의를 앞세우다가 정작 투표하려는 국민에게 투표용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선거 당일 비상 대응 보고 체계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언제 누구에게 보고하고, 중앙선관위가 언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책임과 절차가 분명해야 한다.
“부정선거? 투표율 오류 득표수 조작 연결하면 선동”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싸움은 결국 ‘선거’”
선거통계의 수정 이력도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누가 어떤 숫자를 언제 입력했고 어떤 이유로 수정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사후에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지역구(인천 동구·미추홀구을), 나아가 인천 민심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평가했다고 보는가?
▲너무나 차갑다. 냉정한 민심의 회초리를 받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충분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와 상대 진영 공격만으로는 수도권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은 어느 당이 더 큰 목소리로 싸우느냐보다 누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느냐를 본다. 집값·일자리·교통·교육·육아 등 생활의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면 선택받기 어렵다. 우리 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단순히 정권 중간평가나 정치적 환경의 문제로만 설명한다면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10년간 주요 선거에서 수도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과 대책을 설명한다면?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세대·지역·직업·계층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좋은 인상을 줘야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외연을 넓히기보다 내부의 순도를 높이는 정치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30%의 강한 지지를 받는 것과 51%의 선택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는 정치와 수도권 선거에서 이기는 정치가 반드시 같은 것도 아니다. 보수의 가치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자유·책임·시장경제·법치라는 원칙은 분명하게 지키되 수도권의 평범한 생활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은 평소 극윤을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게 지방선거 패배와도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제가 말씀드리는 극윤은 윤 전 대통령을 부정하거나 지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잘못된 것은 넘어서야 당이 미래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당이 과거의 대통령 한 명을 중심으로 계속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면 미래를 이야기할 공간이 없어진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국민의힘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어떤 정당이 되겠느냐는 것을 묻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미래를 보여드렸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에 대한 평가를 끝없이 반복하는 정당이 아니라,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이게 제가 말씀드리는 극윤이다.
-윤상현 의원이 주장하는 국민 공천제와 장동혁 대표의 ‘잘 싸우는 사람’ 공천론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저는 국민 공천제와 잘 싸우는 사람을 공천하자는 원칙이 충돌한다고 보진 않는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잘못을 단호하게 견제하고, 당원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며 책임 있게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 대표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싸움은 결국 선거다. 목소리가 크고 강하게 맞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잘 싸우는 사람은 내부 결집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중도·수도권·청년층까지 설득해 국민의 마음을 얻고 실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다.
국민 공천제는 바로 그 경쟁력을 당 지도부나 특정 계파의 판단이 아니라 당원·국민의 선택으로 검증하자는 제도를 말한다. 누가 지역 주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지, 누가 국민의힘의 외연을 넓히고 승리할 수 있는지 공개된 경선에서 확인하자는 것이다.
“당권파·소장파 서로 밀어내면 배가 가라앉아”
“이, 개헌이 연임과 무관하다고 먼저 선언해야”
잘 싸우는 사람 공천론은 당의 투쟁력과 당원 중심성을 강조한다. 반면 국민 공천제는 국민의 선택과 본선 경쟁력을 최종 기준으로 둔다. 저는 당심의 결집을 넘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정당으로 가야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길도 열린다고 확신한다.
-당권파와 소장파 사이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당내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건강한 논쟁은 필요하다. 문제는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정치로 변질되는 것이다. 누가 더 보수적인지, 누가 진짜 당원인지 서로 낙인을 찍기 시작하면 결국 분열할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덧셈의 정치이지 뺄셈의 정치가 아니다.
당권파든 소장파든 모두 국민의힘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에서 밀어내기 시작하면 결국 배 자체가 가라앉는다. 국민이 보기에 당내 권력투쟁으로 비치는 순간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할 힘도 잃게 된다.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 큰 목표를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쪼개기 개헌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이 본인의 연임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든 기본권 확대든 지방분권이든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저도 시대 변화에 맞는 헌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개헌을 여러 차례 나눠 추진하면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는 의심을 국민에게 받는다면 개헌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비판할 수는 있는데, 진행 중인 재판이나 대법원의 고유한 사법행정 영역에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칠 정도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거대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국민은 재판 결과마저 정치적 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법개혁과 사법부 장악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권은 재판의 독립을 존중해야 하고, 사법부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서로 헌법이 정한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장관이 바뀐다고 해서 지난 1년간 추진된 검찰개혁의 문제·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 장관 후보자 인선을 계기로 정부는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김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형사사법 체계 개편과 검찰 수사권 축소 논의에 깊이 관여해 왔다. 그래서 그 책임도 더 무겁다.
검찰개혁의 목적을 검찰을 없애는 데 둬서는 안 된다.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권한 남용을 막으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과정은 제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보다 검찰의 권한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에 지나치게 집중됐다.
특히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면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누가 다시 들여다볼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됐는지 의문이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 이후 수사 공백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경찰 수사의 오류·부실·편파를 누가 어떤 절차로 바로잡을 것인지, 그리고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 1년의 검찰개혁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개혁이라는 이름보다 국민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검찰청 폐지 이후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 체제가 시행착오 없이 안착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 상태라면 상당히 우려스럽다. 검찰청이라는 하나의 조직이 담당하던 기능을 중수청·공소청 등으로 나누는 것은 간판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사건 접수·수사·기소 판단·수사 미진 시 보완수사 여부까지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수사 공백과 사건의 핑퐁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문제가 있거나 송치된 사건의 수사가 부족할 때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기관 사이를 오가면서 기다려야 한다.
특히 사기·보이스피싱·성폭력 등 민생범죄는 계좌·통신 기록 등을 추적하고 여러 사건을 연결해 수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 사이의 칸막이가 높아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범죄 피해자다. 저는 적어도 보완수사 기능·기관 간 사건 조정 장치·수사 책임의 소재는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요시사>가 지령 1600호를 맞이했다.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덕담을 남긴다면?
▲<일요시사> 지령 1600호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1600호라는 숫자에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변화와 현장을 기록해 온 기자 여러분의 땀과 독자 여러분의 신뢰가 함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정치도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언론의 질문에 답할 책임이 있다. 앞으로도 <일요시사>가 권력과 진영에 흔들리지 않고 사실을 좇으면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문제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언론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1600호를 넘어 2000호, 그 이후까지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를 기원한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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