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 작금의 야당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9.07 11:12:51
  • 호수 1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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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 맞고도…국힘은 혼수상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제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향후에도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최근 국민의힘 내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끊임없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법질서를 어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지방선거 국면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다시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그를 만나 국민의힘의 현 상황과 보수 재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근황은?

▲저는 선거가 있든 없든 정치인의 현 위치는 항상 현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반도체 관련 현장과 현대중공업 등 미래산업 현장을 많이 다녔다. 또 청년의 세대교체와 관련해 많은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주당 3일은 지방에 있고, 4일은 서울에 있으면서 전문가들과 현장을 다니고 있어서 연일 바쁘다. 제 원칙은 모든 정치의 현장은 국민의 삶·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028년 총선 출마 계획은?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할지 특별하게 정한 것은 없다. 하지만 제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저는 1995년 광주시의원 출마 이후 국회의원·도지사·통합시장 선거 등 호남에서 31년째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변화를 감지하는데 특히 호남 지역 청년의 투표 의식·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호남에서 당선된다는 것은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삶은 밤을 바위에 심어 알밤을 따려는 것을 기대하는 게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국민의힘의 위기는 단순히 지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 존재·존립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유권자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왜 필요하고, 우리에게 뭘 해줄 것인지, 그리고 집권하면 어떻게 삶이 바뀌는지 자신 있게 답변할 내용이 없다. 준비된 것도 없고,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준비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게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의힘은 내부 권력투쟁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본다. 정말 놀라운 것은 국민으로부터 여러 차례 회초리를 맞는 심판을 받았는데도 위기의식·부끄러움을 전혀 못 느끼고, 뭘 해야 할지도 집단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로서는 판단력과 실행력이 마비된 혼수상태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보다 더 어떻게 꼬집어주고, 이보다 더 어떻게 회초리를 때려주고, 이보다 더 어떻게 쇼크 요법을 쓸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주체 세력 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는 그대로 놔뒀지만, 주체 세력을 완전히 바꿨다. 전두환씨·김영삼 전 대통령도 주체 세력을 모두 교체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98년 이후 30년 가까이 주체 세력을 교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위기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주요 선거에서 참패했던 사례가 많다.

▲과거 보수 정당은 시대의 과제를 중요시했다. 건국·산업화·근대화·민주화·문민화·세계화 등 시대의 과제를 도출해서 그에 걸맞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한 후 시대 과제들을 잘 해내왔다.

정당 내부 갈등은 어느 정치권·정당이든 반드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 파벌의 활동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거나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투쟁이었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순전히 당내 공천권을 포함해 의원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줄서기였는지 구분하는 것이다.

요즘은 생존을 위해 팬덤에 뛰어들고 참여하는 등 폭이 아주 좁아지고, 좀스러워졌다. 국가·국민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등 계파가 당보다 세고, 당이 국민보다 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국민의힘에 전혀 관심을 둘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중도·수도권·청년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요즘 유권자들은 주택·교육·의료·교통·금융 등 삶·일상생활 관련 대안을 고민·제시하면서 접촉·대화·실행하려고 한다. 따라서 정치인도 개인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낫게 해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중도·수도권·청년의 삶·애로사항과 관련해 그들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방 안 퉁소’라는 말을 붙여주면 되겠다. 방 안에서 퉁소나 불면서 내부에서 자신의 삶과 정치적 운명에 대한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호남 포기를 포기해야…국가 발전 중심축 둬야”
“싸움·투쟁은 수단일 뿐…정치 목적 돼선 안 돼”

당내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뿐 시야를 넓히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망원경을 선물하고 싶다. 중도·수도권·청년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극단적인 이념에 관심이 없는데도 국민의힘은 편향된 극단·과격 지지자들과 함께 그런 이념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중도층이 볼 때는 전혀 자신의 삶과 다른 삶을 사는 정치인들로 보인다. 그러니 관심이 없다.

또 국민의힘은 청년을 사진 찍을 때에만 장식품으로 사용한다. 정책의 결정 방향·예산·조직·공천 등에선 청년을 항상 배제한다. 기득권 세력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청년으로부터 외면받는다.

따라서 빨리 방에서 나와야 한다. 밭·들·공장 등 국민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들과 어울려 그들의 문제를 파악·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들의 문제를 찾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정치를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매 선거마다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특히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비롯해 역대 보수 정당은 모두 호남을 포기해 왔다. 호남 포기를 포기하는 게 호남에 대한 최고의 정책이다. 어차피 표를 주지 않는다고 결론부터 미리 내려놓고 관심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식의 호남 포기부터 포기해야 한다.

호남 포기를 포기하는 방법은 호남에 예산을 배정하거나 산업을 챙겨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남 발전을 국가 전략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호남을 대한민국의 국가 발전 전략에 포함시키지 않아왔다. 호남을 다른 지역과 똑같이 국가 운영의 중심축에 둬야 한다.

반도체를 포함한 호남의 여러 발전을 호남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 수도권 집중은 거의 국가 재앙 수준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문제로 파악해 호남이 발전하면 다른 비수도권 지역의 미래 전략 산업들도 발전할 수 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는 잊을 만하면 5·18민주화운동(이하 5·18)을 폄훼한다.

▲국민의힘이든 아니든 5·18은 누구나 민주주의 역사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5·18 관련 법·제도는 이미 다 완성됐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법질서를 어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과 4·19 혁명이 들어가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 국민이 뭔가 피해를 입을 때, 그에 저항하는 게 민주화운동인데, 5·18은 이 운동의 완성이다. 그래서 역사 그대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5·18을 정식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던 때는 보수 정당 집권 시기였다.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 딴소리를 하면, 어떻게 국민의힘을 신뢰할 수 있겠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싸움’과 대여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싸움 그 자체가 국민의 지지를 얻고 다시 집권하기 위한 방법론이 될 수 있겠는가?

▲정치에서 야당의 싸움은 일상이다. 싸우지 않고 투쟁하지 않는 야당이 이상한 것이다. 싸움·투쟁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정치의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대화·타협·조정·양보·지지 등도 야당의 수단이다. 야당이 당연히 투쟁·싸움을 수단으로 할 거라고 기대했던 여당에 전략적으로 여러 수단을 활용하면, 투쟁·싸움은 훨씬 더 폭발력 있고 강력한 공격이 될 수 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하면 어떻게 이재명정부와 다르게 하고, 바꿀 것인지, 그래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최우선이다.

“산토끼·집토끼 따질 때 아냐…집 자체 넓혀야 개선”
“청년 장식품으로 쓰지 말고…49세 이하 51% 결정권”

그런데 그 부분이 너무 생략되고 있다. 수단만 있고 목적이 없다면, 국민이 국민의힘을 이재명정부의 대항 세력으로 선택하지 못한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I·산업 전환·저출산 등 국가적 의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대여 투쟁에 지나치게 정치적 자원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아주 절박하다. 디지털 전환·AI 전환 등 국가적으로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지방 소멸·고령화·국가 부채 급등·연기금 고갈 등 국가 재앙급 위기들도 태풍이 몰려오듯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 특히 수권 정당에서 준비·대비해야 할 일이 가득하다.

다가올 상황에 맞게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 과거에 배웠던 교육으로는 AI 시대에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가 없다. 어떻게 평생교육을 하고, 어떻게 직장 전환을 할지 등 교육 체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은 국민 중 문맹이 78%였던 시절의 교육과 3~4세 어린이도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시절의 교육이 혼재돼있다. 국민의 86%가 농업에 종사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3.9%가 농업 인구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옛날과 똑같은 조직을 토대로 똑같은 일을 한다.

국정의 모든 시스템·일하는 방식·공무원의 역할·청와대의 역할이 굉장히 크게 변하고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수권 정당에서는 투쟁이 아닌 이런 상황을 준비하는 미래전략본부가 가동돼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걸 못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는데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보수 재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재편만 해선 안 된다. 상한 건더기가 들어 있는 그릇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완전히 근본적으로 판을 흔들어야 하고, 통째로 갈아야 한다. 상한 건더기가 그대로 있는데 물만 갈아봤자 그 물은 또 오염된다. 그걸 먹으면 배탈이 난다. 국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 유지와 외연 확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겠는가?

▲국민의힘은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12월16일 당 대표였던 이정현을 당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비상대책위원장·혁신위원장 등 간판을 달고 지금 장 대표에 이르기까지 무려 26명이 바뀌었다. 그사이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등 당의 리더십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이런 상태에서 집토끼와 산토끼 중 무엇을 선택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집을 넓혀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넓혀서 산토끼와 집토끼 모두 살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바뀌고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판을 갈아야 하고, 당을 현대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의 시스템은 옛 민주공화당 시절 시스템이다. 그걸 그대로 답습하면서 AI 시대에 필경사가 써주던 원고를 그대로 들고 있다. 사고방식·인식·문화·제도·관심·주요 의제·인재 발탁·공천 등 모든 것이 60여년 전에 멈춰 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보수 세대교체’ 방향은?

▲크게 3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대·시대·정치를 교체해서 현대화·선진화해야 한다. 제 개인적으로 세대교체의 기준점은 만 40세다. 이들은 40세 이상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3가지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다. 냉전 체제가 완전히 종식돼 냉전·미소 경쟁·대립·제3차 세계대전 등 얘기가 뭔지 모른다.

그리고 민주화 이전·이후로 갈라지는 세대다. 40세 미만인 사람들은 민주화운동에 대해 역사적으로 들어서 알지만, 뭔지 모르는 세대다. 그 이전에는 민주화운동이 정치 의제의 99.99%였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이하인 시대와 1만달러 이상인 시대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새로운 주체 세력이 돼야 한다. 그런데 과거 독재 타도·군사 정권 종식·장기 집권 종식·대통령 직선제 쟁취·지방자치 부활 등이 의제였던 시절을 살았던 운동권 세대가 2026년 국정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체 세력이 되고,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공천의 51%를 만 49세 이하인 사람들이 차지해야 한다. 51%를 차지해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청년을 장식품으로 쓰지 말고, 예산·공천·제도·법률 등 주요한 결정을 하는 데 51% 이상 비중을 가져야 시대에 맞는 변화를 이끌고 바꿀 수 있다. 구태 정치인이 옛날 방식으로 하면 미래 시대를 대변할 수 없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대·새로운 정치로 바꿔야 한다.

-제1600호를 발행한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

▲진짜 어마어마한 숫자다. 신문을 발행해 오는 동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함께해 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기록해 온 증인이다. 그동안 권력이 불편해하더라도 할 말을 해왔고, 국민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대신 말해왔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도 국민·독자와 함께 2000호, 그리고 3000호를 발행하면서 가장 정확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써주길 바라고, 크게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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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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