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600호 기획> 날씨가 미쳤다 ⑧2040 극한 시나리오

AI가 예측한 한반도 여름과 겨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화돼 가까운 미래에 기온 상승폭이 1.5℃에 도달하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래 한반도 평균기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더 더운 여름과 더 추운 겨울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극한의 날씨를 마주한 2040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일요시사>가 예측해 봤다(본 기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Climate Change 2023:AR6 Synthesis Report)’와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이 공동으로 주관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기반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가 작성한 AI 시나리오임을 밝힌다).

2040년 초여름, 대한민국의 한 아파트. 아직 새벽이지만 실외 온도계는 이미 28.5℃를 가리킨다. 밤사이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한 대로 평균기온이 1.5℃ 상승하면서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월 중순에나 잠깐 오던 폭염이 이제는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석 달 넘게 이어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됐다.

그해 여름

열대야로 잠을 설친 A씨는 평소대로 출근 준비를 마쳤다. 오전 7시30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지상 주차장은 낮 동안 차량 내부 온도가 60도를 넘어가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지하 주차 공간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차에 오른 A씨는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오늘 정오부터 강남·여의도권에 ‘고온 3단계 경보’가 발령됐다. 뉴스 헤드라인에는 ‘동아시아 폭염 일수 역대 최고치 경신’이라는 기사가 떠 있지만 정작 댓글창은 무덤덤하다. 매년 반복되는 뉴스라 아무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탓이다.

도로로 들어서자 햇빛을 반사하도록 흰색 특수 도료가 칠해진 아스팔트가 눈에 들어온다. 도심 열섬 현상을 줄이겠다고 시가 수년에 걸쳐 교체한 ‘쿨 페이브먼트(Cool Pavement)’다. 도로변의 대형 미스트 분사기들이 연신 차가운 수증기를 품어내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의 열기까지 막지는 못한다.

오전 9시, 사무실 창문에는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글라스가 부착되어 햇빛의 강도에 따라 자동으로 어둡게 변해 있다. 한낮의 여름 볕은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가릴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A씨는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정오가 되자 A씨는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선다. 건물과 건물이 연결된 지하 보도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30도를 웃도는 지상으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하 상가 식당가는 피서지처럼 사람들로 붐빈다.

폭염서 한파까지…무너진 계절
“재앙이 아닌 평범한 일상으로”

메뉴를 보니 그새 가격이 또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심화되면서 외식 물가가 폭등한 탓이다. 올해도 농작물은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을 견디지 못했다.

그때 스마트폰에 재난 문자 알람이 떴다. 집중호우가 예고됐으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온난화로 대기 수증기가 늘면서 여름철에는 예고 없이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인 ‘스콜’ 형태의 강수가 한반도 곳곳에 물폭탄을 떨어트렸다. 시간당 80~90mm가 쏟아지는 건 일상이었다.

오후 4시30분. 창밖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벼락 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진다. A씨는 모니터 구석에 띄워둔 ‘서울 실시간 침수 지도’를 슬쩍 확인한다. ‘강남역 정체, 도림천 경계’ ‘여의도 지하차도 일부 통제’. 늘 보던 그림이다.

비는 1시간 만에 멈췄지만,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습기가 섞여 마치 거대한 찜통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사무실을 나서자 습도 90%가 넘는 묵직한 공기가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도로변 배수구에서는 방금 쏟아진 빗물이 거세게 흘러가고 있고, 지자체 침수 대응팀이 익숙한 손길로 도로 제동 장치를 점검 중이다.

A씨는 스마트폰으로 다음 날 날씨를 확인했다.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온도다. 한숨을 쉰 A씨는 문득 이 여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변해버린 날씨에 맞춰 옷을 바꿔 입고, 동선을 바꾸고, 점심 메뉴를 바꾼 것처럼 사람들은 그저 적응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B씨가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발바닥을 통해 거실의 찌릿한 냉기가 올라온다.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현재 기온은 영하 18.2℃.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밑으로 떨어져 있다.

‘매일매일’ 삶 갉아먹는 기후 위기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존 비용’

200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철 한파는 며칠 지나면 풀리는 삼한사온 패턴을 보였다. 북극 빙하가 붕괴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 2030년대 이후부터는 한번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 한 달 가까이 한반도를 삼켜버리는 ‘블록형 극단 한파’가 일상화됐다.

지구 온난화에 기후 위기라더니, 겨울은 따뜻해지긴커녕 점점 더 변덕스러운 패턴으로 바뀌었다. ‘견딜 만한 추위’와 ‘북극 한파’가 번갈아 나타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이 된 것이다.

B씨는 자영업자다. 그러나 그의 가게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기후 위기는 노동 형태와 공간 이용 방식마저 왜곡시켜 놨다. 얼어붙고 노출된 지상 공간은 배관 파손과 도로 결빙으로 제 기능을 못하기 일쑤였다. 결국 모든 상업과 미팅, 사회적 교류는 한파와 폭염의 영향이 적은 지하 보행 네트워크나 대형 지하 쇼핑몰로 쫓겨나듯 수축해 들어갔다.

집을 나서자 도로변에는 한대 저기압이 몰고 온 기습 폭설로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여름 내내 가뭄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수증기가 몰려와 수십센티미터의 폭설을 쏟아붓는 극단적 기후 패턴 때문이었다. 제설 차량들이 밤새 특수 염화칼슘을 뿌려댔지만, 빙판길을 완벽히 막지는 못했다.

지하철 역사 내부로 들어서자 비로소 온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승강장 구석에는 추위를 피해 들어온 노인들과 젊은 기후 노숙자들이 모여 앉아 있다. 지하철 역사가 일종의 ‘기후 난민 수용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B씨는 그들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수도 배관이 계속 터지면 나도 조만간 저렇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당장 죽는 재앙은 아니더라도, 기후 위기는 인간의 삶의 질을 조금씩 갉아 먹는 은근하고 잔인한 압박처럼 느껴졌다.

그해 겨울

세상은 망가지지 않았다. 전쟁 난 것도 아니고 영화처럼 인류가 멸망한 것도 아니다. 지하철은 다니고, 인터넷은 터지며, 사람들은 일터로 나선다. 하지만 계절이 주던 낭만, 주말의 여행, 소소한 외식의 즐거움,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삶의 여유는 기후플레이션과 극단적인 날씨 속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온통 ‘생존을 위한 비용 계산’뿐이다.

B씨는 아주 잠시 머릿속에서 봄을 그려 봤다. 따뜻한 공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찌는 듯한 여름으로 바뀔 것이다. 꽃이 피기도 전에 더위가 몰려오는 이상 기후가 2040년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하고 무던한 일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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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