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9.04 09:28:06
  • 호수 1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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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부동산·법인으로 세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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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