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사람 쓰는 것을 인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정부의 인사를 보면 사람을 ‘쓰는 것’인지 ‘이용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지난해 말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을 때 정치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이번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고 두 사람 이름에는 똑같이 ‘혜’가 들어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지명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철학과 능력,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장관 후보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특정 후보자에게 야당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다른 인사의 검증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물소떼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를 평가하면서 각료를 한 명씩 발표하지 말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물소들이 포식자가 기다리는 강을 건널 때 한 마리씩 가면 잡아먹히지만 무리 지어 건너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비유였다.
당시 그는 “물소떼 강 건너듯이 해야 한다”며 “따로따로 가면 다 잡아먹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뒤 이 발언의 무게는 달라졌다. 지난해 1기 내각 구성에서 여러 장관 후보자를 묶어 발표했고, 이번 제2기 내각에서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법무·국방·국토·중소벤처·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후보자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여러 부처를 동시에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특정 후보자에게 논란이 집중될 때마다 ‘물소떼 전략’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혜훈이었다.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그를 이재명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파격적인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부정 청약과 보좌진 갑질, 자녀 관련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그때 야당이 주목한 또 다른 인물은 같은 날 대통령 정책특보로 돌아온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었다.
야권은 이 특보에게 과거 제기됐던 가족 부동산과 자녀 증여 문제 등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이한주 특보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당시 야당에서 “이혜훈으로 이한주를 가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는 지명 28일 만에 낙마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검증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나타났다.
이번에는 용혜인이다.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동시에 발표됐지만 가장 뜨거운 이름은 용혜인이 됐다. 1990년생 재선 의원의 파격 발탁에 더해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비례대표가 사퇴하면 다음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지역구 공백도 없다. 더구나 용 후보자는 두 차례 모두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물러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정당 내부 사정이다.
법적으로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두 자리를 가져도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말과 우려가 나오고 있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발탁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용 후보자에게 의원직 겸직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당장 지명을 거둬들이기보다는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일 민주당TV ‘민티07’에서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직 유지 논란에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비리와 달리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드러나 있던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가운데 여당 대표까지 고심을 밝히면서 의원직 겸직 문제는 이번 인사의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청와대를 향한다. 용 후보자를 포함한 6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뒤 왜 또 특정 후보자에게 검증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느냐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공세를 대신 받는 ‘총알받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면서 과거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청탁 의혹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과 자료를 통해 따지면 된다.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용혜인의 의원직 문제에 집중되면 다른 후보자의 검증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이혜훈이 이한주를 가린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번에는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의심이 반복된다면 청와대도 왜 그런 인상을 주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더 커질 경우, 오히려 용혜인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처음에는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이 김 후보자 검증을 가리는 듯했지만 김 후보자 문제가 인사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하면 청와대가 동시에 두 후보자를 포기하기는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던 구도가 거꾸로 ‘김승원이 용혜인을 살리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물소떼 전략’은 더욱 묘해진다. 함께 강을 건너는 물소떼에서는 누가 방패고 누가 보호받는 대상인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리는가 싶더니 김승원 논란이 커져 거꾸로 용혜인이 살아남는다면, 여러 후보자를 한꺼번에 내놓는 인사가 만들어내는 ‘검증 분산의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여기서 다시 이 대통령의 2017년 발언이 소환된다. 한 명씩 내놓으면 집중 공격을 받으니 여러 명을 한꺼번에 내놔야 한다는 것이 물소떼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은 다르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은 피해야 할 포식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장관 후보자를 공격에서 보호하는 것보다 국민에게 제대로 검증받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 물소떼 비유를 인사에 그대로 대입하면 더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한 후보자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동안 나머지가 강을 건넌다면 결국 누군가는 희생양이 된다. 논란이 큰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검증을 대신 받는 구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관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살리기 위한 사석(死石)이 돼서는 안 된다.
이혜훈과 용혜인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혜훈은 보수 정당에서 성장한 경제통이고 용혜인은 진보적 의제를 앞세워온 젊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된 뒤에는 묘하게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파격적으로 발탁됐고 곧바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혜’와 올해의 ‘혜’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우연히 다른 사람을 가린 것인지, 물소떼 인사의 정치적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면 검증권은 국민과 국회에 있다. 이혜훈은 이혜훈대로, 이한주는 이한주대로, 용혜인은 용혜인대로, 김승원은 김승원대로 검증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논란이 다른 사람의 검증을 덮는 순간 인사청문제도의 취지는 흔들린다.
이번 인사가 끝난 뒤 “용혜인만 시끄럽다가 다른 후보자들은 지나갔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반대로 “김승원 논란이 커지면서 용혜인은 그냥 넘어갔다”는 결과가 나와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개각부터 국민과 언론은 후보자의 능력보다 ‘이번 물소떼에서는 누가 누구의 방패인가’를 먼저 찾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살아남기 위한 강 건너기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낙마하고 없다면 충분한 검증을 거쳐 임명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 된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 인사에서 보고 싶은 것은 ‘이용’이 아니라 ‘등용’이다. 두 ‘혜’가 다른 누군가를 가리는 카드였다는 의심이 남는다면 그것은 두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인사의 문제가 된다. 대통령의 인사는 사람을 ‘이용’하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제대로 ‘등용’하는 국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정부가 이혜훈과 용혜인을 다른 누군가를 가리기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skkim5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