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용혜인·이혜훈 ‘두 혜’ 뒤에 숨은 물소떼 인사

반복되는 ‘검증 분산’ 논란

정치권에서 사람 쓰는 것을 인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정부의 인사를 보면 사람을 ‘쓰는 것’인지 ‘이용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지난해 말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을 때 정치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이번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고 두 사람 이름에는 똑같이 ‘혜’가 들어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지명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철학과 능력,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장관 후보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특정 후보자에게 야당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다른 인사의 검증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물소떼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를 평가하면서 각료를 한 명씩 발표하지 말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물소들이 포식자가 기다리는 강을 건널 때 한 마리씩 가면 잡아먹히지만 무리 지어 건너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비유였다.

당시 그는 “물소떼 강 건너듯이 해야 한다”며 “따로따로 가면 다 잡아먹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뒤 이 발언의 무게는 달라졌다. 지난해 1기 내각 구성에서 여러 장관 후보자를 묶어 발표했고, 이번 제2기 내각에서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법무·국방·국토·중소벤처·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후보자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여러 부처를 동시에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특정 후보자에게 논란이 집중될 때마다 ‘물소떼 전략’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혜훈이었다.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그를 이재명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파격적인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부정 청약과 보좌진 갑질, 자녀 관련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그때 야당이 주목한 또 다른 인물은 같은 날 대통령 정책특보로 돌아온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었다.

야권은 이 특보에게 과거 제기됐던 가족 부동산과 자녀 증여 문제 등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이한주 특보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당시 야당에서 “이혜훈으로 이한주를 가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는 지명 28일 만에 낙마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검증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나타났다.

이번에는 용혜인이다.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동시에 발표됐지만 가장 뜨거운 이름은 용혜인이 됐다. 1990년생 재선 의원의 파격 발탁에 더해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비례대표가 사퇴하면 다음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지역구 공백도 없다. 더구나 용 후보자는 두 차례 모두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물러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정당 내부 사정이다.

법적으로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두 자리를 가져도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말과 우려가 나오고 있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발탁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용 후보자에게 의원직 겸직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당장 지명을 거둬들이기보다는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일 민주당TV ‘민티07’에서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직 유지 논란에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비리와 달리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드러나 있던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가운데 여당 대표까지 고심을 밝히면서 의원직 겸직 문제는 이번 인사의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청와대를 향한다. 용 후보자를 포함한 6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뒤 왜 또 특정 후보자에게 검증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느냐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공세를 대신 받는 ‘총알받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면서 과거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청탁 의혹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과 자료를 통해 따지면 된다.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용혜인의 의원직 문제에 집중되면 다른 후보자의 검증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이혜훈이 이한주를 가린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번에는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의심이 반복된다면 청와대도 왜 그런 인상을 주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더 커질 경우, 오히려 용혜인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처음에는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이 김 후보자 검증을 가리는 듯했지만 김 후보자 문제가 인사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하면 청와대가 동시에 두 후보자를 포기하기는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던 구도가 거꾸로 ‘김승원이 용혜인을 살리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물소떼 전략’은 더욱 묘해진다. 함께 강을 건너는 물소떼에서는 누가 방패고 누가 보호받는 대상인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리는가 싶더니 김승원 논란이 커져 거꾸로 용혜인이 살아남는다면, 여러 후보자를 한꺼번에 내놓는 인사가 만들어내는 ‘검증 분산의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여기서 다시 이 대통령의 2017년 발언이 소환된다. 한 명씩 내놓으면 집중 공격을 받으니 여러 명을 한꺼번에 내놔야 한다는 것이 물소떼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은 다르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은 피해야 할 포식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장관 후보자를 공격에서 보호하는 것보다 국민에게 제대로 검증받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 물소떼 비유를 인사에 그대로 대입하면 더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한 후보자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동안 나머지가 강을 건넌다면 결국 누군가는 희생양이 된다. 논란이 큰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검증을 대신 받는 구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관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살리기 위한 사석(死石)이 돼서는 안 된다.

이혜훈과 용혜인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혜훈은 보수 정당에서 성장한 경제통이고 용혜인은 진보적 의제를 앞세워온 젊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된 뒤에는 묘하게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파격적으로 발탁됐고 곧바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혜’와 올해의 ‘혜’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우연히 다른 사람을 가린 것인지, 물소떼 인사의 정치적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면 검증권은 국민과 국회에 있다. 이혜훈은 이혜훈대로, 이한주는 이한주대로, 용혜인은 용혜인대로, 김승원은 김승원대로 검증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논란이 다른 사람의 검증을 덮는 순간 인사청문제도의 취지는 흔들린다.

이번 인사가 끝난 뒤 “용혜인만 시끄럽다가 다른 후보자들은 지나갔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반대로 “김승원 논란이 커지면서 용혜인은 그냥 넘어갔다”는 결과가 나와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개각부터 국민과 언론은 후보자의 능력보다 ‘이번 물소떼에서는 누가 누구의 방패인가’를 먼저 찾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살아남기 위한 강 건너기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낙마하고 없다면 충분한 검증을 거쳐 임명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 된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 인사에서 보고 싶은 것은 ‘이용’이 아니라 ‘등용’이다. 두 ‘혜’가 다른 누군가를 가리는 카드였다는 의심이 남는다면 그것은 두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인사의 문제가 된다. 대통령의 인사는 사람을 ‘이용’하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제대로 ‘등용’하는 국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정부가 이혜훈과 용혜인을 다른 누군가를 가리기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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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