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사건으로 본 사라진 성인들 막후

99.7% 찾고…0.3% 사각지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종사건이 사망사건으로 바뀌었다. 수개월 동안 마음 졸였던 가족은 백골이 된 시신을 마주하고 무너졌다. 여기에 경찰의 사건 처리 방식이 충격을 더 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시스템으로 지워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제주도에서 일어난 ‘장미란씨 실종사건’이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다. 장씨가 실종된 지 3개월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커졌다. 특히 장씨의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경찰이 안일함을 넘어 ‘의도적’으로 행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을 지켜야 할 수사 기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1명이
사건 끝내

경찰은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인근 야자수 숲에서 발견된 시신이 장씨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장씨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을 확보하려 했지만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신 치아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또 장씨가 외출 당시 소지했던 휴대폰 등이 함께 발견됐고 팔찌와 반지도 착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그가 지난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나선 장기 투숙 숙소에서 400m 떨어진 곳으로, 도보로 약 5분 거리다. 장씨는 실종된 지 104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날(5월15일)로부터 101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장씨 사건이 충격적인 점은 경찰이 실종 신고를 임의로 처리했다는 데 있다. 장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장씨와 통화해 안전을 확인했다’며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자료를 삭제하고 임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부 경장의 허위 종결은 수색 중지로 이어졌고 ‘골든타임’을 놓쳤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같은 사례가 장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씨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이 재차 신고했고 경찰은 이튿날 숨진 실종자를 발견했다. 이 사건 역시 부 경장이 허위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담당한 실종 신고는 289건이다. 허위 종결한 사건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경찰 허위 종결로
놓쳐버린 골든타임

심지어 부 경장은 프로파일링 시스템 내 장씨를 ‘교통사고 사상자’라고 표시해 관리 대상에서 삭제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 아동과 성인 가출인 등의 신고, 발견 정보를 관리하고 수색과 수사를 지원하는 경찰 내부 정보 시스템이다. 실종자의 과거 신고, 발견 이력과 해제 사유, 조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부 경장의 행보를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경찰 사이에서 ‘충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 경장의 사건 처리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부 경장이 ▲장씨와 연락도 하지 않았으면서 가족에게는 무사하다고 거짓말한 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항목에 표기하면서 기록을 삭제한 점 ▲허위 종결한 실종 신고 사건이 또 있는지 등이 의문으로 떠올랐다.

부 경장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사건이 드러난 후 긴급체포됐다가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된 지 하루 만이다. 제주지법은 지난 25일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는 부 경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지휘 라인 4명도 전원 대기 발령됐다. 대상자는 장씨의 실종신고가 처음 접수됐을 당시의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이다. 경찰청은 이들에게 사건 처리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는 한편 지휘‧감독 책임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숙소 인근
시신 발견

장씨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경찰이 이번 실종신고 허위 종결 논란으로 다시 한번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불거진 검찰의 보완수사권 논란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가 예정된 데 이어 보완수사권까지 없어지면서 경찰은 수사의 전 과정을 사실상 총괄하게 됐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남겨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우려가 상당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에 대한 걱정을 표했을 정도였다. 실제 경찰은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법안이 시행되는 시기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씨 사건이 터지면서 경찰의 수사력을 믿을 수 있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상대적으로 국민과 밀접한 수사 기관인 만큼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동시에 ‘성인 실종’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인이 실종되면 아동이 없어졌을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일하게 처리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많은 성인 실종자가 가출 등의 이유로 사라졌다가 안전하게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 보니 경찰의 대응력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실종자가 뒤늦게 발견된다 해도 그 시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요원하다. 실제 장씨의 사례도 보면 다시 수색이 진행될 시점에는 CCTV 등 물리적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아동 실종
보다 많다

무소속 한동훈 국회의원실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씨의 실종 지점 인근 공공 CCTV 118대의 영상은 6월 중순 모두 삭제됐다. 장씨가 사라진 곳은 제주시 한림읍 일대로 이 지역엔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의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가 설치돼있었다.

하지만 실종 당시 영상은 남아 있지 않다. CCTV 영상 보존기간이 30일이어서 자동 삭제된 것이다. 장씨가 사라진 지난 5월12일부터 20일까지의 영상은 6월11일부터 19일 사이에 지워졌다. 그사이 경찰이 영상 확보에 나섰으면 장씨의 동선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씨의 가족이 경찰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실종 전문가들은 장씨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출인(성인 실종) 신고는 7만814건으로 전체 실종‧가출 신고의 56.5%를 차지했다. 18세 미만 아동(2만9563건), 치매환자(1만6583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8420건)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 중 같은 기간 해제 처리된 성인 실종 사건은 7만591건으로 접수 건수의 99.7% 수준이었다. 해제 건수에는 이전 연도 접수분도 포함돼 정확한 해제율과는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 발견되는 셈이다. 경찰은 대부분 성인 실종 신고 사례가 단순 가출이나 일시적인 연락두절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0.3%의 실종자다. 실제 지난해 해제 처리된 성인 실종 사건 중 931건은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단순 가출 등으로 처리되는 비율이 100%에 가깝다고 해도 개별적으로는 범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미해제 사건도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해제 상태였던 성인 실종 사건 765건 중 441건은 올해 7월 말까지도 그대로다. 이렇게 수십년 간 누적된 성인 실종 미해제 사건은 지난달 말까지 6605건에 이른다.

대부분 단순 가출로 처리돼
법안 발의돼도 번번이 폐기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회장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장미란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서울경찰청장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전국 단위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씨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실종수사팀 등을) 강도 높게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이든 성인이든 사람이 실종된 사건에서 관건은 초동수사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놓치면 실종자의 동선을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성인 실종 사건이 1년에 10만여건이 발생한다고 했을 때 (해제율상으로) 1000여건이 시신으로 발견된다면 그 많은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땅에 묻혔는지, 수장됐는지를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걸 단순히 성인이라는 이유로 단순 가출로 처리하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회장은 성인 실종법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인 실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경찰 개인의 판단에 따라 사건이 자의적으로 처리되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장씨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현재 계류돼 있는 성인 실종법을 병합 심리해서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 실종 관련 법안은 이미 수차례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상 실종자는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치매 환자를 뜻하는 ‘실종 아동 등’에 한정된다. 성인 실종은 경찰청 예규에 따라 ‘가출자’로 분류된다. 그 결과 성인 실종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22대 국회에서도 성인 실종 관련 법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허성무 의원과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제정안에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으로 조속한 발견이 요구되는 사람’을 특정 성인 실종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DNA 검사와 대조, 관계 장소 출입 조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제정안에 포함했다.

사건 나야
허둥지둥

그동안 성인 실종 관련 법안을 두고 불거졌던 사생활 침해, 공권력 낭비 등의 문제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장씨 사건을 비롯해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되거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성인 실종 사건의 책임을 경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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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