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선한 영향력’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유튜버 박위가 KTX 낙상 사고 영상 공개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과와 영상 비공개 처리에도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구독자 감소와 공식 일정 취소까지 잇따르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은 유튜버 박위가 지난 21일 영상 한 편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박위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 일주일 전 KTX에서 내리다가 휠체어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던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박위가 직접 공개한 영상에는 그가 KTX에서 하차하던 중 경사로 위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도와주고
누명쓰기
그는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사고는 지난 14일 발생했다. 당시 박위는 강연 일정을 위해 KTX를 이용한 뒤 열차에서 내리던 중이었다. 휠체어 이용객은 승·하차 과정에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설치된 이동식 경사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박위 역시 평소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탄 채 경사로를 내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경사로 끝부분에서 발생했다. 당시 박위의 하차를 돕던 사회복무요원은 경사로가 움직이지 않도록 발을 올려 고정하고 있었다.
박위가 탄 휠체어가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뒷바퀴가 이 발에 걸리면서 휠체어가 갑자기 멈췄고, 몸은 그 충격으로 앞으로 튕겨 나갔다. 공개된 CCTV에는 박위가 두 팔을 뻗어 바닥을 짚은 뒤 옆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승강장에는 박위를 마중 나온 강연 관계자들도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에 모두 당황했고 사회복무요원 역시 넘어진 박위를 일으키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위는 쉽게 몸을 일으킬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쇄골 아래쪽으로 감각이 떨어진 데다 전신 마비로 인해 하체는 대부분 감각이 없어 충격을 받아도 어느 정도 다쳤는지를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위는 사고 당시 무릎과 몸이 바닥에 부딪혔지만 통증만으로 골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위는 과거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후 12년 동안 이 정도 높이에서 휠체어 밖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했다. 팔을 사용할 수 있었던 박위는 순간적으로 바닥을 짚었지만, 같은 상황에서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휠체어 이용자였다면 머리부터 떨어지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사고 직후 박위는 화를 참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이 고의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휠체어가 지나가는 경사로 위에 발을 올려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복무요원은 현장에서 박위에게 거듭 사과했다.
박위는 사고 이틀 뒤 병원을 찾아 허리 아래 부위를 중심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만 사고 당일부터 허리 통증은 계속됐다고 밝혔다.
하차 중 사회복무요원 발에 휠체어 걸려 낙상
실수 담은 CCTV 공개…“과도한 대응” 비판
박위는 현장에서 역무원에게 “휠체어 이용자가 내려오다 넘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냐”고 물었고 “수동 휠체어의 경우 가벼워 비슷한 일이 간혹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위는 한 번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승·하차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위가 공개한 영상에는 자신을 돕던 사회복무요원의 실수뿐 아니라 사고 직후 그가 사과하는 모습까지 담겨있었다.
그러나 영상이 공개된 뒤 비난이 쏟아졌다. “일반인인 사회복무요원의 실수를 CCTV 영상까지 공개해 저격하는 행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사회복무요원은 박위가 넘어지자 곧바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도움을 주던 사람의 실수를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에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쇄도했다.
‘위라클’은 구독자 100만명을 넘어선 대형 유튜브 채널이었다. 박위가 영상 한 편을 올리면 적지 않은 사람에게 내용이 전달되는 만큼, 사고에 등장한 개인이 받을 부담 역시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 24일 유튜버 이진호가 박위의 사고 대응 과정을 짚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진호는 박위가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당시 상황을 다시 보여주는 ‘사고 재연 영상’을 촬영했고, 이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약 30차례 찍었다고 주장했다.
검사 결과 골절 등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진료 과정도 영상에 담겼다. 박위가 자신의 몸 상태와 통증을 설명하는 모습부터 의료진의 진단, 이를 지켜보던 송지은의 반응까지 공개됐다.
의료진은 엑스레이상 골절이 보이지 않는다며 충분히 쉬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영상이 사고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크게 보이도록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검사 결과 골절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영상에서 ‘골절될 뻔했다’거나 장기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반복해서 언급하면서 실제 부상 정도보다 사고의 심각성이 더 크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박위는 결국 영상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내리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위라클’ 커뮤니티에 “오늘 업로드한 영상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박위는 무엇보다 사고 당시 자신을 도왔던 근무자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상황이 일어난 당시 현장에서 저를 도와주시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고 정중하게 사과해 주셨던 근무자님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더 잘 도와주시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제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며 “제 전달 방식이 미숙했고 생각이 짧았다”고 말했다.
공개 저격으로
선한 영향력?
현장에서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도 사과했다. 박위는 “현장에서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매사에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마무리했다.
다만 빠른 사과에도 이미 시작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박위를 향하던 비판은 점차 주변으로 번졌다.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걸그룹 시크릿 출신 아내 송지은이었다.
KTX 사고와 관련 없는 송지은의 SNS 게시물에도 박위를 향한 비난과 조롱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거론하거나 송지은의 선택까지 문제 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송지은은 SNS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논란은 장애인 전체를 향한 반감으로 번졌다. 온라인에서는 “앞으로 장애인을 도와주지 않겠다” “괜히 도왔다가 욕만 먹는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가수 김혁건은 이 같은 분위기를 우려했다. 더크로스 멤버인 김혁건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최근 한 장애인 유튜버를 둘러싼 논란을 봤다”며 박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혁건은 먼저 장애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방식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저는 음악을 하면서 신체적인 핸디캡을 드러내지 않고, 음악과 연주만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도 휠체어가 굳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채널은 구독자 수가 적지만 장애를 이유로 동정이나 특별한 관심을 얻어 구독자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장애인 콜택시부터 지하철 편의시설, 활동 지원 서비스까지, 그 많은 도움들이 없다면 최중증 장애인들은 매일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으로
번진 반감
아울러 “이번 논란으로 인해 모든 장애인이 폄훼되거나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위가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얻게 된 시점은 2014년이었다. 당시 27세였던 그는 숭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패션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다. 6개월의 인턴 생활 끝에 정직원 전환 제안까지 받은 상태였다.
앞날이 막 열리려던 시기였다. 박위는 정식 출근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이른바 ‘취업 턱’을 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정직원 전환을 축하하던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기억을 잃었고, 이후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다음 날 병원에서 눈을 뜬 박위에게 돌아온 진단은 전신마비였다. 건물 2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경추 6번과 7번이 골절됐고 신경까지 크게 손상됐다. 사고 전까지 평범하게 걷고 뛰던 20대 청년은 하루아침에 손가락과 하체를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아버지인 박찬홍 드라마 감독도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위 역시 사고 직후에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손가락조차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침대에서 스스로 몸을 돌리거나 앉는 것도 어려웠다.
식사부터 씻는 일까지 이전에는 당연했던 일상 대부분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재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던 팔과 상체 일부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오랜 재활 끝에 혼자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을 회복했다. 이동하는 방법부터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는 방식까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다시 익혀야 했다.
계단 하나, 턱 하나도 이동을 막는 장애물이 됐고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도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박위는 자신이 겪은 변화를 감추기보다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재활하는 모습과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는 일상을 직접 촬영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하루 만 영상 내리고 “생각 짧았다”
100만 구독자 무너지고 강연 줄취소
박위가 자신의 일상을 세상 밖으로 꺼내면서 만들어진 것이 유튜브 채널 ‘위라클(WERACLE)’이다. 채널명은 자신의 이름인 ‘위(We)’와 기적을 뜻하는 ‘미라클(Miracle)’을 합친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처음부터 거창한 이야기를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박위는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재활하는 모습부터 외출하고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는 모습까지, 사고 이후 달라진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콘텐츠의 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식당과 건물을 방문하면서 겪는 불편을 소개했고, 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장벽도 직접 보여줬다. 비장애인에게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턱 하나, 계단 하나가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얼마나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렸다.

재활에 대한 정보도 빠지지 않았다. 사고 이후 달라진 신체 상태와 운동 과정,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늘려가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과 가족들의 공감을 얻었다. 사고 이후에도 여행하고 운동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누군가의 도움만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즐기는 모습이 호응을 얻었다. 방송과 강연에 출연해 자신의 사고와 재활 경험을 이야기했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전했다. 그렇게 박위는 100만 유튜버가 됐다.
박위가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계기는 가수 송지은과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2023년 12월 각자의 SNS를 통해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유튜버와 걸그룹 시크릿 출신 가수의 만남은 큰 관심을 받았고, 이후 방송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듬해 5월 결혼 소식을 알린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9일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 앞서 혼인신고도 마쳤다. 박위는 당시 “우리의 미래가 너무 기대된다”며 “특별한 걸 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상이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했던 결혼식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위가 결혼식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위라클’에 공개한 뒤 친동생 박지우의 축사가 문제가 됐다. 박지우는 축사 도중 박위가 운동하다 배변 실수를 했던 일을 꺼내며 송지은이 “문제가 생겼으면 내가 처리할게”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축하를 위한 자리에서 굳이 박위의 배변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송지은을 배우자보다 박위를 돌봐야 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부와 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반응까지 이어지자 결국 해당 축사 장면은 영상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송지은은 “결혼식 당일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박위는 방송과 강연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의 여파가 커리어에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커지는
후폭풍
논란 이후 예정돼있던 공식 일정도 잇따라 취소됐다. 지난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6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인사이트 특강’이 취소됐고, 이튿날 예정됐던 강남문화재단의 ‘위라클 박위의 토크콘서트’ 역시 열리지 않게 됐다.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위의 자격이 적절한지 검토해 달라는 민원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구독자도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박위가 사과와 함께 문제의 영상을 하루 만에 내렸지만, 100만명을 넘어섰던 ‘위라클’ 구독자는 며칠 사이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97만명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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