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폐버스 청년주택’에 이어 ‘고시원 욕조’까지, 청년을 겨냥한 정책과 아이디어가 잇따라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수백개의 청년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이제는 정책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무엇이 실제 청년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져볼 때다.
정부가 올해 청년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은 389개에 달한다. 투입되는 예산만 29조9771억원이다. 지난해 35개 중앙행정기관이 참여했던 청년정책 시행계획은 올해부터 전 부처로 확대돼 48개 중앙행정기관이 정책을 맡는다. 정부가 청년을 정책 대상으로 삼아 지원하는 범위와 규모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잇단 헛발질
분야도 광범위하다. 정부가 지난 4월 확정한 ‘2026년 중앙행정기관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일자리 분야에 128개 과제와 6조1827억원, 교육·직업훈련에 116개 과제와 7조5788억원이 투입된다. 주거에는 34개 과제에 12조6008억원이 편성돼 전체 청년 예산의 42%를 차지한다. 금융·복지·문화 분야는 65개 과제 3조3896억원, 참여·기반 분야는 46개 과제 2252억원 규모다.
사업을 들여다보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과 국민취업지원제도, 국가장학금, 청년 맞춤형 매입·전세임대주택, 청년월세지원, 청년미래적금, 고립·은둔청년 지원, 청년문화예술패스까지 청년의 취업부터 교육, 주거, 자산 형성, 복지와 문화생활까지, 사실상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올해 추경을 통해 K-뉴딜 아카데미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 새로운 사업도 추가됐다.
정책의 수와 예산은 매년 방대하게 늘어나지만 정작 청년들이 체감하는 것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청년정책 대전환을 위한 청년정책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기존 정책의 낮은 체감도를 직접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라며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는 ‘헛다리 짚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도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과 예산, 부족한 정책 간 연계와 낮은 접근성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정책의 분석·설계·집행을 연결하는 총괄 기능을 마련하고, 청년이 복잡한 지원사업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직접 참여가 중요하다”며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청년 당사자의 참여도 강조했다.
실제 청년정책을 들여다보면 제도 설계나 이용 과정에서 한계를 지적받았던 경우가 적지 않다. 그중 ‘청년문화예술패스’가 대표적이다.
2024년 처음 도입된 이 사업은 당시 19세 청년에게 공연과 전시 관람비를 지원해 문화생활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정책이었다. 첫해 16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15만원을 지원했지만, 정작 편성된 170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42억4000만원으로 집행률이 24.9%에 그쳤다. 순수 지원금만 따지면 집행률은 21%였다.
48개 기관에 흩어진 389개 사업
정부도 “연계·접근성 부족” 진단
단순히 홍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에 따라 공연·전시 시설 자체가 부족하고 이용 가능한 콘텐츠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 등이 집행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2025년 8월 말에도 전년도 이월액을 포함한 지원금 229억5100만원 가운데 93억5400만원만 집행돼 집행률은 40.8%였다.
결국 ‘문화비를 주면 청년들이 쓸 것’이라는 지원 방식만으로는 지역별 문화 인프라 차이까지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정부도 제도를 손봤다. 올해부터 대상을 19세에서 19~20세로 넓히고 수도권은 15만원, 비수도권은 20만원을 지원한다.
공연·전시에서 영화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기존 한 곳이던 예매처도 7곳으로 확대했다. 이달 추가 발급부터는 도서 구매까지 허용했다. 7월 말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지원금은 회수해 다른 청년에게 다시 배정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전의 낮은 이용률과 사용처 제한을 보완하려는 조치다.
일자리 정책에서는 ‘청년뉴딜’의 일경험 사업이 논란이 됐다. 정부는 지난 4월 청년 10만명에게 훈련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대규모 청년뉴딜을 내놨다. 이 가운데 2만3000명에게는 부족한 경력을 채울 수 있도록 일 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세청 체납관리 실태확인원 9500명, 농지 전수조사 인력 4000명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끝나는 일자리라는 점이었다. 체납관리단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체납자의 생활 여건 등을 확인하는 업무로 올해 1차 참여 기간은 7월부터 12월까지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지원단은 최대 6개월, 사회적기업 일경험은 3개월간 근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정규 일자리 자체가 아닌 취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프로그램으로 설계했지만, 발표 직후에는 청년 고용난에 대한 해법으로 수개월짜리 공공 일자리를 대규모 공급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체납 관리와 농지조사를 두고 ‘단기 일자리 양산’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정부는 단순히 수개월간 사람을 채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 경력을 실제 취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단기 경험이 이후 안정적인 취업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거비 덜겠다며 ‘버스 하우스’
‘고시원 욕조’ 허용안도 재검토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방안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논란이 된 ‘폐버스 청년주택’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지난 7일,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임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버스 하우스’를 제안했다.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청년들의 임시 주거비 부담을 덜자는 취지였지만, 청년 주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반발이 이어지자 황 의원은 관련 글을 삭제하고 결국 사과했다. 황 의원 역시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비슷한 시기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고시원 욕조’ 규제 완화도 논란이 됐다. 국토부는 고시원이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객실 내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그러나 좁은 고시원에 욕조를 설치하면 월세 부담이나 위생 문제만 커질 수 있고, 정작 필요한 취사시설 등은 여전히 제한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토부는 결국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며 개정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는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원책을 계속 덧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실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지, 기존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지, 시행 이후 당초 목적에 맞는 효과가 나타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지원책의 이름 앞에 ‘청년’을 붙이고 사업을 늘리는 것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은 걸러내고, 문제가 확인된 정책은 빠르게 손질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청년정책 대전환’을 예고하며 방향 전환에 착수했다. 지난 14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들은 추가 검토를 거쳐 올해 하반기 새로운 청년정책 비전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책의 분석·설계·집행을 잇는 기획·총괄 기능을 강화하고, 일자리와 주거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을 체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청년이 필요한 정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마련하고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부족한 체감
이 대통령이 강조한 방향 역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다. 정부가 예고한 청년정책 대전환이 또 다른 정책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정책 가운데 무엇이 실제 청년의 삶에 도움이 되고 무엇이 ‘헛다리’를 짚고 있는지를 가려내는 과정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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