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몇 시간의 차이가 생사를 가를 수 있고, 하루가 지나면 수색의 단서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제주에서 벌어진 고 장미란씨 실종 사건은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고인은 지난 5월 12일 밤 숙소를 나선 뒤 행방이 끊겼다. 가족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사건을 맡았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실제로 장씨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확인한 것처럼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소철나무 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번 사건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왜 경찰은 장미란씨를 찾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왜 찾지 않았으면서 찾았다고 기록했느냐’다. 실종자를 찾지 못한 것과 찾았다고 거짓말한 것은 명백히 다르다.
물론 경찰이 모든 실종자를 찾아낼 수는 없으며 사고인지 범죄인지, 스스로 잠적한 것인지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흔적을 찾지 못하는 사건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하지 않았으면서 확인했다고 기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인 부모 경장은 장씨와 통화해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실종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통화기록에서는 그런 통화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여기서 국민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경찰관 개인의 거짓말이 아니다. 한 사람의 거짓말이 어떻게 경찰 시스템 안에서 공식 기록이 될 수 있었느냐는 문제다. 경찰관이 입력한 내용 하나만으로 실종자가 사실상 ‘안전한 사람’으로 분류되고,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다면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실종자를 찾는 데 있어 초기 대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 목격 장소를 확인하고, CCTV를 확보하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주변을 탐문하는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려워진다. 특히 CCTV는 보관 기간이 제한돼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상이 삭제되고, 목격자의 기억도 흐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실종 사건에서는 경찰이 ‘일단 찾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가능성을 전제로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허위 종결로 인해 초기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장씨가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숨졌는지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사망 원인과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허위 종결 때문에 장씨가 사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대목은 담당 경찰관의 이후 행적이다. 해당 경찰관은 장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뒤 한 달여 만인 6월26일 ‘실종 치매 노인 발견 유공’으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표창을 받은 사건과 장씨 사건이 직접적으로 연결돼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 내부의 업무평가와 포상 심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한쪽에서는 실종자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찰관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같은 경찰관의 실종자 발견 업무를 높이 평가해 경찰청장 표창을 줬다.
이것은 단순한 아이러니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경찰 조직의 성과평가가 ‘얼마나 많은 사건을 처리했느냐’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것이 실적처럼 평가되는 구조는 없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종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미해결 사건이 아니라 잘못 종결된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관련 사건 298건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추가적인 허위 종결 사례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298건 가운데 몇 건이 문제가 있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단 한 건이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다.
경찰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했다는 담당자의 말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는지 ▲상급자의 확인 절차는 없었는지 ▲실제로 피해자를 만났는지 ▲가족이나 관계자에게 확인했는지 ▲통화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검증했는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사건 종결 과정에서 이런 최소한의 교차검증 장치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이제 개인의 징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허점을 공개해야 한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개인에게 책임을 집중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끝내면 또 다른 문제가 고개를 든다. ▲왜 상급자는 몰랐는가 ▲왜 전산상 허위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나 ▲왜 사건 종결 이후 사후 점검이 없었나 ▲왜 경찰관의 업무 실적을 평가하면서 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나 등이다.
경찰에게 104일은 사건 처리 기간일 수 있으나 가족에는 전혀 다른 의미다. 오늘도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하루,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혹시나 했던 순간, 경찰의 수색 소식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시간들이다.
고인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철저히 밝혀져야 하며, 동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순간부터 104일 뒤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도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특히 허위 종결이 초기 수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종결 절차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담당자의 확인만으로 사건을 끝낼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교차 검증을 의무화하고, 허위 종결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문화다.
부 경장에 대한 정식 수사가 시작된 지 13일 만인 27일,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 청장은 이날 제주경찰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인 두 분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큰 실망과 불안을 느꼈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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