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 및 부실 대응 논란이 개별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경찰 수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10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시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지며, 경찰 수사 독점에 따른 부작용과 감시 체계의 허점을 정조준한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파문은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장미란(37)씨가 101일 만인 지난 24일, 숙소에서 불과 도보 5분 거리(400m)인 숲속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시작됐다. 담당 경찰관인 부모 경장은 최초 신고 당시 장씨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도 “무사하다. 본인이 위치를 알리기 싫어한다”며 허위로 기록을 남기고 사건을 종결(암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초기 수색의 핵심인 CCTV 영상이 삭제되고 GPS 추적 기회마저 놓치는 등 치명적인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났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청와대와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사건 종결 및 지휘·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할 것을 지시하며 제도적 보완책 혹은 근본적인 쇄신책을 비롯한 경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전국 실종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이재명정부의 검찰 수사권 폐지 정책이 가져온 ‘치안 참극’으로 규정하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10월이 되면 검찰청이 사라지고,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다”며 “이 같은 사건 암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심지어 사건을 어떻게 왜곡, 은폐했는지, 그 진실을 밝히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롯한 사법 파괴 책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일어날 경찰의 사건 암장, 조작, 은폐 등 각종 범죄의 공범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사건 조작, 허위 종결, 부실 수사에 대한 견제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유일한 견제를 없앴다”며 “최소한 실종·아동·성폭력 등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사건만이라도 검찰 보완수사권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수사기관의 오류를 다른 기관이 걸러낼 장치까지 없앤다면 그게 어떻게 국민을 위한 개혁인가”라며 “검찰 해체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시행을 유예하라. 폐지된 보완수사권을 보완하는 입법 조치를 다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의 수사 역량과 기강 해이를 집중적으로 질타하며 엄중한 책임을 요구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 역량과 조직 기강을 의심하게 하는 참담한 사건이 또다시 벌어졌다. 경찰은 지금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가르는 마지막 시험대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소>에 출연해 “사고가 안 터지게 봐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면 중수청이나 공수처에서 잘하도록 자꾸 감독하고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사과했다.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이 인명피해로 이어진 만큼, 향후 검찰개혁 법안의 안착 여부와 맞물려 수사 주체 간의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경찰 조직의 전면적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김민석 대표 직속 경찰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개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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