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자동차 급발진과 차량 결함 전문가로 유명한 ‘자동차 명장’ 박병일씨가 사문서위조, 조세범처벌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법적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법인과 개인사업자 사이의 카드 결제 문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쟁점은 박씨가 대표로 있던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와 개인사업체 카123텍 사이의 정비대금 결제 방식이었다.
매출 놓고
형사 공방
경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두 사업체 사이에 도급계약이 존재했으며, 박앤장이 차량 고장 분석을 담당하고 실제 차량 수리는 카123텍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영업했다.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거래내역도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전자세금계산서에는 2020년 6월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카123텍이 박앤장을 상대로 ‘자동차정비’ 명목으로 모두 1억8798만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기재됐다.
또 2020년 3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 박앤장 명의 카드단말기에서 결제된 ‘차량정비’ 항목은 모두 388건, 약 1억8026만원으로 정리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전자세금계산서가 발행된 금액이 카123텍으로 송금된 자료도 확인했다.
고소인 측은 카123텍을 찾아온 고객들이 박앤장에 별도로 차량 분석을 의뢰하거나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실제 정비대금이 박앤장 명의 카드단말기로 결제됐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이를 두고 개인사업체 매출을 법인 명의로 결제한 것이라며 신용카드가맹점 명의 사용 및 거래대행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다른 신용카드가맹점의 명의를 이용해 거래하거나 가맹점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신용카드 거래를 대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사문서 위조·조세범 처벌법 위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 확인
고소인들은 박씨를 믿고 동업했지만, 금전적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 2020년 자동차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인들에게 이른바 ‘노파이어 워셔액’ 사업을 제안했다. 시중의 에탄올 워셔액이 교통사고 때 화재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이 잘 붙지 않는 대체품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것이었다.
박씨는 2017년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부 에탄올 워셔액의 화재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2020년 8월 그는 한 사업가에게 불이 붙지 않는 워셔액뿐 아니라 엔진오일 첨가제와 미션오일 첨가제 등을 함께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박씨는 국토교통부 측에서 좋은 제품이 있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는 설명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금 모집 과정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피해액에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도 작성했다. 사업에 참여한 인물은 지인 두 명으로부터 각각 1억원씩 투자를 받는 등 자금 모집에 나섰고, 사무실 건축비 등을 포함해 약 15억6500만원이 투입됐다. 2020년 8월 ㈜카로마니가 설립됐다.
그러나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던 ‘노파이어 워셔액’은 양산 단계까지 순탄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취재에서 박씨 측이 시험 중이던 제품은 영하 25도에서도 얼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데다 불꽃에 노출됐을 때 실제 불이 붙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불 안 붙는
워셔액 사업
박씨 측은 당시 “불이 붙기는 하지만 금방 꺼지기 때문에 화재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제품 개발 역시 계속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 측에서는 다른 주장이 나왔다. 박씨가 자동차 명장이라는 사회적 인지도를 활용해 제품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투자와 광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약속했던 워셔액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품 양산 실패와 자재대금 미지급 등으로 5억원을 웃도는 채무까지 발생했고, 결국 카로마니는 2024년 1월23일 파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워셔액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사업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박씨의 회사 자금 사용 문제는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졌다. 당시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카로마니 계좌와 연결된 법인체크카드를 보관하던 중 2020년 9월15일께 직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인출하도록 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 돈이 박씨가 매입한 토지의 잔금과 관련한 이자 지급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23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3870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됐다. 인천지방법원은 2022년 6월2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박씨 믿고
투자했는데…
카로마니 대표는 앞서 같은 해 3월 박씨 등을 공금유용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의 지출결의나 이사회 승인 없이 자금을 빼내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박씨는 당시 개인적으로 회사 돈을 유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해당 자금이 개인 용도가 아니라 연구개발비로 지출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경찰에도 관련 자료를 냈다고 주장했다.
‘박병일 명장’이라는 이름과 얼굴을 이용한 광고사업을 둘러싸고도 분쟁이 벌어졌다. 요소수 충전소를 운영하던 한 사업자는 박씨가 2021년 초 자신에게 1700만원과 3900만원 등 수천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업자에 따르면 돈이 변제되지 않자 박씨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간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의 광고계약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2021년 5월13일 박씨의 인천 사무실에서 관련 계약을 체결했고, 사업자는 같은 해 6월부터 경기 평택의 요소수 충전소에 박씨의 사진과 이름을 내걸고 영업했다.
이후 또 다른 요소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성주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던 사업자는 2022년 9월께 기존 충전소 운영자에게 박씨의 이름이 붙은 요소수 상표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매출의 3%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 주장에 따르면 약 20만원씩 두 달 정도 지급한 뒤 약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 이 사업자가 박씨와 별도의 상표계약을 맺었다는 점이었다.
‘노파이어 워셔액’ 15억대 투자금 꿀꺽
법인자금 임의 사용…업무상횡령 벌금형
이 업체는 2023년 4월께 박씨 이름을 내건 별도 요소수 충전소를 열었는데 기존 충전소와 거리는 불과 400m가량이었다. 같은 진행 방향에 비슷한 상호와 가격으로 영업하면서 기존 사업자는 영업권이 침해됐다며 반발했다.
박씨는 당시 채무관계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자신의 재산 규모를 언급하며 수천만원이 없어 돈을 빌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씨에게는 업무상횡령 외에도 형사 처벌 전력이 있다. 인천지법은 2017년 11월13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2016년 9월 자신의 자동차 정비 사무실에서 과거 교제했던 여성이 1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1000만원이 단순한 대여금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끝나는 과정에서 여성이 일정한 금액을 요구했고, 박씨가 이를 지급하기로 한 뒤 우선 1000만원을 건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여성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박씨가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형사 고소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무고가 개인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박씨가 뒤늦게 범행을 인정한 점과 자동차 정비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산업훈장을 받고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돼 사회활동을 해온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박씨는 당시 돈을 지급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설명을 내놨다.
광고·상표
놓고도 잡음
박씨가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은 가장 큰 계기는 자동차 급발진 문제였다. 박씨는 자신이 1999년 세계 최초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기존 취재에서는 박씨가 재현 실험을 했더라도 실험 절차와 결과를 논문이나 기술 보고서 등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남겨 외부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토요타 급발진 사태와 관련해 BARR그룹이 내놓은 분석은 ECU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과 실험 과정 등을 문서화하면서 외부 검증이 가능한 형태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당시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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