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뻥 뚫리는 개인정보 딜레마

이제 털릴 비번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이메일을 이렇게 오래 쓸 줄 알았다면 초딩 때 조금 더 생각해서 만들걸…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X(엑스) 게시글 캡처 이미지가 한때 밈으로 돌았다. 그만큼 어린 시절에 만든 아이디를 오래도록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 개인정보가 하나 뚫릴 때마다 온갖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연쇄적으로 걱정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너무 자주 털려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강대학교는 개인정보 18만여명 분량이 지난 14일 유출됐다고 밝혔다. 아이디(학번과 사번), 성명, 소속, 이메일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털린 것. 50여년 전 서강대에 입학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50년 넘도록
정보만 축적

서강대학교 디지털정보처는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에 따른 통지 및 사과문’을 올렸다. “통합 로그인 계정 정보에 대해 신원 미상의 외부 공격으로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외부 공격은 지난 11일 해외 비인가 IP 접근으로 발생했다. 학교 측은 사흘 뒤인 14일 사고를 인지하고 긴급 방어에 나섰다. 공격 IP와 서버 네트워크를 차단, 접속 제한을 설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교육부에도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 교직원, 반수생, 재수생 등도 개인정보 노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서강대 관계자는 유출 범위가 넓어진 배경으로 법을 꼽았다. 교육기본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따라 학적 정보를 반영구 보존해야 했던 까닭이다.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에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 식별 정보와 금융계좌 번호는 포함되지 않았다. 암호화 형태이긴 하지만 통합 비밀번호까지 유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돼 2차 피해 우려가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내 번호랑 비번이…” “스미싱 문자 오기 시작하는데 학번까지 맞춰서 올까 봐 무섭다” 등 피해를 호소하는 재학생·졸업생·자퇴생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향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강화하겠다”며 사과했다.

대학가 해킹은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2023년에는 학생 두 명이 경북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구미대학교 등 5개 대학과 동창회 홈페이지를 잇달아 해킹했다. 이들은 81만명이 넘는 이들의 개인정보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했다.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다수 관련 기관에 과징금과 과태료 총 1억2080만원을 부과했다.

2024년에는 전북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선문대학교에서 연이어 학생 정보가 유출됐다. 같은 해 한국예술종합학교도 해킹으로 재학생·졸업생 1만8000여명분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밝혔다.

대학이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이 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안 투자, 다수의 이용자가 공유하는 통합 로그인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 장기간 보관되는 학적 정보의 특수성이 꼽힌다.

70학번 박근혜도 무사하지 못했다
교육법 따른 반영구 보관 방침 탓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역시 최근 5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제출받은 ‘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 현황’ 분석 자료를 내놨다.

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164곳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규모(128개 기관)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3건 중 2건은 외부 해킹이 아니라 업무 과실 등 공공기관 내부 부주의에서 비롯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대학 사례처럼 외부 해커 공격이 언론에 주목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담당자 부주의나 관리 소홀이 훨씬 더 빈번한 개인정보 유출 원인이라는 뜻이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처분을 완료한 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139건이었다. 그중 업무 과실이 94건으로 전체의 67.6%를 차지했다. 해킹은 44건, 고의 유출은 1건이었다.

송 의원은 “국민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에 허술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인다”며 “특히 처분 사례의 3분의 2 이상이 업무 과실이라는 것은 일선 현장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민간 영역 사고도 규모 면에서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에서는 홈 가입자 서버(HSS)를 해킹당해 가입자 2324만명의 휴대전화 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 등 25종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은 유심 복제를 통한 금융 사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사회 불안을 키웠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에 약 1348억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이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공기관은
업무 과실?

같은 해 11월에는 쿠팡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직 내부 직원에 의해 약 3370만개 회원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이 유출됐다. SK텔레콤 사건의 1.5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외부 해킹이 아니라 내부자에 의한 유출이라는 점에서 기업 인력 관리와 접근 권한 통제에 경종을 울렸다.

이 밖에도 올해 들어서만도 1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3월 사랑의열매(고액 기부자 647명의 명단과 주민등록번호), 6월 TVING과 CU편의점 택배 운영사 BGF네트웍스 등에서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 통계는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개인정보 약 7000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추산한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개인정보 유출은 크게 두 갈래 원인으로 나뉜다. 첫째는 외부 해킹이다. 비인가 IP가 시스템에 침입하는 사례다. 혹은 SK텔레콤에서처럼 고도화한 악성코드(BPFDoor)를 이용한 서버 침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AI 기술 확산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 유출 사고의 16%가 AI 기반 공격과 연관돼있었다고 한다. 기업의 20%는 통제하지 못하는 ‘섀도 AI’ 사용으로 인해 정보 유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 기법이 고도화하는 만큼, 방어 대응에도 점점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는 셈이다.

둘째는 내부 관리 부실이다. 공공기관 유출 사고의 3분의 2 이상이 업무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국회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담당자의 실수로 인한 정보 오발송, 접근 권한 관리 미흡, 퇴사자 계정 관리 소홀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쿠팡 사건처럼 내부 직원이 고의로 정보를 빼돌리는 경우도 이 범주에 속한다. 아무리 고도화한 첨단 보안 기법을 도입한다 해도 사람이 개입하는 절차적 허점이 남아 있는 한, 이런 사고는 근절되기 어렵다.

민간·공공
유출 도미노

두 원인은 해법도 다르다. 해킹에는 침입 탐지 시스템, 망 분리, 취약점 점검 등 기술적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업무 과실에는 접근 권한 재설계, 직원 교육, 내부 통제 체계 정비 같은 조직·인사 차원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정책 논의가 주로 전자, 즉 해킹 대응과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이제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겪는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마주하는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근본 원인으로 4가지 구조적 폐단을 지적한다.

첫째, 개인정보 다이어트의 부재 혹은 데이터 과다 보존이다. 현행법상 목적을 달성한 개인정보는 즉시 파기하거나 별도 분리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기관과 기업은 언젠가 쓸지 모른다는 이유로 수십년 전 졸업생이나 휴면 회원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묶어둔다.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않는 관행이 피해 규모를 부풀렸다.

둘째, 알려진 취약점조차 방치하는 기술적 안일함이다. 해커는 고도로 발달한 신종 해킹 기법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보안 패치가 발표된 구형 서버 취약점, 무차별 로그인 시도를 차단하는 기본적인 접속 제한(Rate Limiting) 로직조차 구현되지 않은 관리 소홀을 노린다.

퇴사자 및 외주 협력사 권한 관리(IAM) 부실이 셋째 원인이다. 퇴사한 직원 계정이나 개발용 인증 토큰(token)을 회수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다 해커에게 탈취당하는 사건이 빈번하다. 경계 보안망을 높게 쌓고도 ‘열려 있는 뒷문’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넷째, 보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인식이다. 기업과 대학 이사회에서 정보 보안 예산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사고가 터졌을 때 지불하는 과징금이나 합의금이 평소 보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보다 적게 든다는 도덕적 해이가 보안 경각심을 약화한다.

유출분 3분의 2 이상이 업무 과실
AI 기술 확산도 새로운 위협 요인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과 제도를 잇달아 손봐왔다. 지난 2월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이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거버넌스를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정보 보호가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CPO) 등 실무진 관리 실패로 귀결되던 과거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 최고 의사 결정자에게도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제재 수위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강화됐다.

오는 9월11일에는 유출·과징금·보호 책임자 관련 개정법을 시행한다. 우선 ‘유출 등’의 정의가 확대돼 위조·변조·훼손까지 포함하게 된다. 이는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없으나 내부 파일이 훼손되기만 해도 통지·신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고 대상이 넓어지는 효과를 낳는다.

또 유출 통지 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 방법까지 함께 안내하도록 의무화했다. 손해배상 관련 법리도 바뀐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기업 고의나 과실을 직접 입증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이 입증 책임 구조가 달라져 피해 구제가 한층 실질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 수준 평가 강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보호 수준 평가도 대폭 강화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처벌 강도 상향이다.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존 최대 10점이던 감점이 최대 20점으로 두 배 높아졌다. 사후 대응이 미흡한 경우 추가로 최대 5점이 더 깎인다.

평가 기준도 형식적으로 법을 준수했는가를 따지던 방식에서 실질 보호 역량과 사고 예방 능력, 내부자 보안 활동 중심 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 이용자 개인 차원 대비도 필요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기관이 운영하는 유출 여부 조회 페이지를 통해 피해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안전 속수무책
제재 수위 강화

암호화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이트는 물론, 동일 비밀번호를 사용 중인 다른 사이트 비밀번호까지 변경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유출 통지를 빙자한 스미싱이나 피싱 문자에 주의해야 한다. 유출 사고 발생 직후에는 ‘본인 정보 유출 확인’ 등을 미끼로 한 악성 링크를 대량 유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는 9월11일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기관이 개인정보 유출을 통지할 때 손해배상청구 방법까지 함께 안내하도록 의무화되는 만큼, 공식 통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 구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younm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