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이 안보 위해 세력 명단에 관한 재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일요시사> 단독 보도 후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민간인 사찰’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인 지 한 달여 만이다. 국정원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명단 작성을 주도한 인물과 팀 핵심 책임자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지난 7월 안보 위해 세력 명단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은 국정원이 통상적으로 작성해 온 합법적 업무다. 문제가 된 건 ‘민간인 사찰’이다. 반국가 세력 블랙리스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국정원은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에 문제점을 파악하려 재조사에 나섰다.
수년 전 준비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팀이 현안 태스크포스(TF)다. 종합특검팀은 현안 TF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국정원장 직무대리를 맡았을 때 그의 지시로 설치된 팀이라는 진술을 확보했었다.
홍 전 차장은 현안 TF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현안 TF는 국정원 2차장 산하 대공수사국(현 안보조사국)의 한 팀으로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비서실장(3급) 출신 A씨가 이끌던 ○○방첩센터 소속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방첩센터는 2022년 12월 초 100여명 규모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북한과 연계된 내국인 단체에 대한 첩보 종합 분석 및 추적 차단 등 대북 방첩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방첩센터는 A씨를 포함한 관련자 직위해제 뒤에 안보조사국 산하 1개단으로 개편되면서 명맥을 유지했는데 이 팀이 ○○방첩단이다. ○○방첩센터가 ○○방첩단으로 이후에는 현안 TF로 바뀐 것이다. ○○방첩단이 정치인을 비롯한 민간인들의 정보를 취합하면 판단○○처가 보고서 작성을 맡는다.
이 보고서가 종합특검팀 수사로 수면 위로 떠 오른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이다.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은 과거 ‘종북세력 리스트’ ‘종북좌파 게놈지도’로 불렸다.
판단○○처는 지금까지 안보○○처, 안보○○처, 대공○○처 등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탈바꿈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문재인정부 때 사라진 업무를 비밀리에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단○○처는 북한의 대남공작을 파악하고 북한 연계 의심자들의 동향 추적과 분석을 담당한다. 정보를 종합하는 안보○○처와는 별개의 부서다.
○○방첩단은 2023년 8월 국정원 2차장 산하 직속 수사국으로 이전, 현안 TF로 이름이 바뀌면서 같은 해 12월 분야별 안보 위해 행위 추적과 대응조치 업무가 추가됐다. 국정원은 이를 ‘북 영향력 공작 차단을 위한 특별대응 TF 운영 및 추적 계획’이라 정하고 안보조사국 산하 4개 부서를 동원해 ‘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를 구성했다. 현안 TF와 큰 차이는 없다.
○○방첩단 2023년 8월 2차장 산하 수사국으로 이전
현안 TF로 이름 바꾸고 ‘김태효 안보실’에 수시 보고
이 TF는 판단○○처가 작성해 온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을 2024년 1월부터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에 설치된 정보현안대응팀을 통해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의 보고 과정은 국정원 판단○○처 작성→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 팀장에 보고→안보조사국장에 보고→국정원 2차장에 보고→국정원장에 보고 등의 절차가 이뤄진 후 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에서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면 김 전 차장이 최종 검토하는 식이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두번씩 보고했다. 인물마다 보고하는 주기가 달랐다. 16차례 보고서를 전달한 건 사실이다. 홍장원 전 차장이 아니라 과거 김수연 전 차장 때부터의 문제”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적시된 밀착 추적 대상자 7명을 포함해 사찰 대상자는 30여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자승 스님 등이 그 대상이었다.
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신상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알아보겠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내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안보 위해 세력 명단과 관련해 국정원이 일부 거짓 해명을 했었다. 진 의원에 대한 건은 수사가 아니면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현안 TF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B씨와 명단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C씨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다. 국정원은 안보 위해 세력 명단이 통상적이고 합법적 업무라고 밝혔으나 ‘민간인 사찰’이라는 문제가 거론된 만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명단 작성 과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팀 핵심 인물 및 문건 작성 주도자 직무배제
이례적 비상계엄 보고서 작성…사전 인지했나
B씨는 종합특검팀에 “홍장원 전 차장이 직무대리 시절인 2023년 11월 현안 TF 설치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C씨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압수수색을 당했으나 결과적으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그는 국정원 산하 정보○○원에 근무했었다. 정보○○원은 주로 국정원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안보 교육을 진행한다.
안보 위해 세력 명단 작성의 궁극적 목표가 폐지된 대공수사권 복원과 비상계엄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2024년 9월 작성된 문건 실물(‘계엄 상황 시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 여부 검토’ 문건), 나아가 이런 문건이 신원조사·방첩·감찰담당부서 등 국정원 내부 전 부서에 조직적으로 배포된 사실 또한 직접 확인했다”며 “국정원 다수 부서에서 당시 불법 계엄에 가담하기 위한 검토 보고서를 만들었음을 이번에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가 대표적으로 거론한 문서는 다음과 같다. 국정원 ▲신원조사 담당 부서의 비상계엄 하(下) 신원조사 OO 운영 방향’ 문건 ▲방첩 담당 부서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방첩 활동 강화 계획 ▲비상상황 하 OO 주요 업무 추진 방향 (2건 보고서) ▲감찰 담당 부서 계엄 상황 하(下) ○○○○ 필수 수행 업무 검토 ○총무 담당 부서 계엄령 선포 시 국정원의 역할 등이다.
윤 의원은 “윤석열씨의 계엄 선포 뒤 국정원은 ‘계엄 지휘·감독을 위한 긴급 조사 의뢰가 급증할 수 있으므로 비상 운영체제로 전환’ ‘반정부단체와 친북 단체 등 주요 관찰 결과 등을 계엄사령부에 정기 보고’ ‘원내 유언비어 가짜 뉴스 유포 등을 암행 감찰’ 등 문건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연관?
실제 국정원 방첩 담당 산하 부서 실무진이 작성한 문서에서 소관 업무와 무관한 ‘종북세력’ 관련 내용이 여러 번 등장했는데 해당 문건 작성은 부서장이 지시했다. 이 부서장은 종합특검팀에 “종북세력은 방첩 담당 부서 업무와 무관하다. 상부의 지시로 인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인지전 담당 부서장도 “‘공개정보 담당 부서에서 관련 모니터링을 해서 인지전 담당 부서에 지원해 줘라’ ‘이 상황에서 국내발인지 외국발인지 구분할 수 있겠냐’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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