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돈으로…‘로맨스 스캠’ 피하는 법

영통까지 했는데 왜 속냐고?

[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멋진 이성이 SNS에서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확률은?” “외국인 여자친구의 달콤한 코인 투자 권유 ☞ 100% 사기입니다!” 한때 밈으로 떠돌던, 실제 금융감독원이 배포했던 보도자료 제목이다. 썸을 타기 전부터 SNS에서 이름을 검색하는 등 이성을 ‘뒷조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요즘. 마음 쓰기 전에 머리부터 써야 안심이라는 부담감이 평범한 연애를 위축시키고 있다.

#1. 지난달 24일,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29세 유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유씨는 2024년 6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년4개월간 카카오톡으로 피해자에게 “사랑한다” “보고 싶다” 등 메시지를 보내며 실제 연인처럼 연락했다.

‘박가인’
가짜였다

그사이 759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서 뜯어낸 돈은 1억6000만원. 유씨와 피해자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카오톡으로만 대화했을 뿐, 단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았다.

유씨는 자신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세금 문제가 생겼다”며 몇십만원 단위 소액을 빌려달라며 반복해 부탁했다. 일부는 갚기도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유씨는 이렇게 뜯어낸 돈을 대부분 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2. 지난 1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한국인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 총책 부부가 강제 송환돼 울산경찰청에 구속 송치됐다. 이 조직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가상의 여성 ‘박가인’을 만들어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조직은 타인의 SNS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기술로 얼굴을 합성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화상채팅까지 진행하며 피해자의 의심을 지웠다. 매일 대화하며 호감을 쌓은 뒤 가짜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 한명 한명을 상대하기 위해 10일 분량의 대화 시나리오도 미리 짜뒀다. 언제쯤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어느 시점에 투자 이야기를 꺼낼지까지 미리 정해두고 움직였다. 실존하는 해외 금융회사 이름을 도용한 가짜 투자 사이트와 앱까지 만들었다. 피해자가 실제로 수익이 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확인된 피해자만 104명, 피해 금액은 약 120억원에 달했다. 조직은 캄보디아 현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대포폰과 컴퓨터를 갖춘 사무실을 차렸다. 실행팀과 자금 세탁팀, 콜센터 등으로 역할을 나눈 채, 실제 ‘기업’처럼 운영했다. 총책 부부는 수사망을 피하고자 눈·코 성형수술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 두 사건은 사기 기술로만 보자면 언뜻 다른 층위에 있는 듯하다. 한쪽은 정교한 기술 없이도 개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 1년 넘게 관계를 유지했다. 다른 한쪽은 수사기관조차 초기 대응에 애를 먹을 만큼 까다로운, AI 기술까지 동원한 기업형 범죄였다. 반면, 두 사건 결과는 유사했다. 피해자들은 일면식도 없는 상대가 진짜라고 믿으며 사랑을 키우고 돈을 잃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웹이나 앱을 통해 상대방 이름부터 검색하는 일이 더 이상 유난스럽게 여겨지지 않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생활에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부쩍 적어졌다는 이유로, 데이팅 앱이 한창 성행하기 시작했다.

1932년 미국 사회학자 제임스 보사드는 필라델피아 혼인신고서 5000건을 분석했다. 그는 커플의 3분의 1이 결혼 전에 서로 5블록 이내에 거주했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결혼 확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여친의 치명적 달콤함
코인 투자 권유는 100% 사기

그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이른바 ‘근접성 효과(propinquity effect)’를 처음 통계로 보여줬다. 빈번한 만남은 익숙한 유대를 형성하기에 유리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검증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데이팅 앱에서는 이런 이론이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은 ‘온라인 블록’에 이성을 집어넣는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엑스)는 이제 오히려 ‘전통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일상화됐다. 열거한 채널에서 누군가의 이름 혹은 연락처를 검색하는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이제는 블라인드나 링크드인 등 직장인 앱으로까지 ‘온라인 블록’이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인수합병(M&A), 투자, 부동산 거래 등을 진행할 때 매수 상대방이나 투자 대상의 재무 상태, 법적 위험, 영업 활동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기업 실사를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상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온라인에서 검색부터 해보는 것을 ‘듀 딜리전스 데이팅(Due Deligence Dationg)’이라 부른다.

이렇듯 썸을 시작하기도 전에 ‘온라인 신원조회’부터 하며 몸을 사리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로맨스 스캠은 해를 거듭할수록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로맨스 스캠이 돈을 노리는 다른 사기와 구별되는 지점은 관계 형성에 특별한 공을 들인다는 데 있다.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와 김소연 연구자가 판결문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가해자는 외로움을 유독 많이 느끼는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판단하고, 그 감정을 파고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유씨 사례에서 보듯, 사기범은 매일 안부를 묻고 애정 표현을 반복하며 이런 심리적 길들이기 과정을 밟아 나간다.

소액을 반복해서 요청하는 방식도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 한번에 큰돈을 요구하면 경계심이 발동하지만,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단위로 여러번 나눠 요청하면 심리적 저항이 낮아진다.

게다가 유씨는 일부를 갚는 척하며 신뢰를 쌓았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믿을 만하다는 확신을 스스로 강화하게 된다. 국내 로맨스 스캠 상담 피해자 상당수가 처음에는 소액 요청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넘게
본 적 없다

‘박가인’ 사건처럼 조직적인 스캠의 경우 이 심리적 설계가 훨씬 더 정밀하다. 이들은 치밀하게 미리 짜둔 대화 시나리오도 가지고 있었다. 피해자가 어느 시점에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까지 예측해 대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딥페이크로 만든 얼굴과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피해자가 상대를 의심할 근거는 거의 남지 않는다.

로맨스 스캠 피해가 유독 구제받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다.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피싱에 적용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법은 재화나 용역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은행 계좌 지급정지 같은 즉각적인 구제 조치를 받기가 원칙적으로 어렵다.

이 공백은 실제 피해자들의 상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울산지역 매체 보도에 따르면, 박가인 사건 관련 조직원들이 잇따라 검거·송환돼 처벌받고 있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범죄자들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피해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진척은 없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계좌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야 하는 처지다.

경찰은 로맨스 스캠 피해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다. 집계를 시작한 2024년 2월 이후 1년8개월 동안 2830건이 신고됐고, 피해액은 1675억원에 달했다.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적 구제 장치는 여전히 보이스피싱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로맨스 스캠이 주로 데이팅 앱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접근 경로 자체가 훨씬 다양해지고 일상적으로 바뀌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블로그·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 댓글 창에 “따로 연락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남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 저는 처음 뵙는데 따뜻한 글을 볼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40대 여성 A씨는, 자신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에 달린 댓글이 처음에는 반가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A씨 글에 계속 댓글을 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구제받기
어려운 이유

“저는 대구 출신 김○○입니다.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실제로는 성별조차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카카오톡으로 더 자주 소통하면 어떨까요?”라고 적으며 아이디를 밝혀왔다. A씨는 단박에 그가 사기꾼임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제 글이 좋아서 댓글을 쓰는 줄 알고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자꾸 카카오톡으로 얘기하자고 하니,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로맨스 스캠이구나’ 싶더라고요.” A씨는 브런치 앱에서 해당 댓글에 ‘신고’를 눌렀다.

이런 접근은 데이팅 앱보다 경계심을 낮춘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데이팅 앱 이용자는 애초에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전제하고 접속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가진 채 만남을 잇는다.

반면 자신이 온라인상에 게재한 일상적인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마치 관심사나 취향이 통해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계정은 상대방의 게시물에 진지한 반응을 남긴다. 공통 관심사가 있는 것처럼 신뢰를 먼저 쌓은 뒤에야 개인 연락처 혹은 카카오톡으로 유도하는 패턴을 보인다.

최근까지도 “사진이 의심스러우면 이미지 역검색을 해보라”거나 “영상통화로 실제 얼굴을 확인하라”는 조언이 통용됐다. 이미지 역검색은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URL을 넣어, 원본 출처나 유사 이미지를 찾아주는 기능이다.

그러나 박가인 사건은, 이 같은 조언이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작용한다. 도용한 SNS 사진에 딥페이크 기술로 얼굴을 합성해 유튜브 영상은 물론 실시간 화상채팅용 영상까지 만드는 수법이 확인되면서다.

요즘에는 사진뿐 아니라 영상통화도 조작할 수 있다. 실제 만남 없이 돈 이야기가 먼저 오간다면 영상통화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할 것이 권고된다. 결국 “얼굴을 봤으니 안심”이라는 공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시대가 된 셈이다.

로맨스 스캠 급증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 신고는 5만5604건, 피해액은 11억6000만달러, 한화로 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신고자 1인당 중간값 피해액은 2218달러였다.

멋진 남성이 내게 SNS 메시지를?
전문직이 부를 과시하면 의심부터

해외에서도 AI와 딥페이크가 동일한 방식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 사기범들이 AI로 생성한 얼굴 사진을 사용하면서, 예전에는 유효했던 이미지 역검색으로도 원본을 찾아낼 수 없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시간 딥페이크 필터를 적용해 영상통화 화면 속 얼굴을 조작하는 사례까지 보고됐다.

맥아피(McAfee)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호주·인도 등 7개국 성인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밸런타인데이 리서치에 따르면, 4명 중 1명(25%)이 가짜 프로필이나 AI 생성 봇을 마주친 적 있다고 답했다. 35%는 데이팅·소셜 앱에서 AI로 생성되거나 조작된 사진을 발견한 적 있다고 했다. 또 53%는 돈이나 금융 정보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QR코드·링크 통한 유도 포함).

이렇듯 검증 수단이 예전만큼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화면 속 상대에게 AI 필터가 실시간으로 따라 하기 어려운 행동을 요청해 보는 것이다. 얼굴 옆에서 특정 손동작을 하거나,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려보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둘째, 대화 초반부터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 옮기자고 제안하는 상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보호 장치에서 벗어나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실제 만남 없이 돈이나 투자 이야기가 먼저 오가는지를 살피는 기본적인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씨 사례와 박가인 사건 둘 다, 결국 돈 이야기가 위험 신호였다.

피해를 입었다면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센터나 금융감독원에 즉시 신고하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계좌이체 내역 등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피해 구제 절차에 도움이 된다.

검색과 영상통화라는 기존의 확인 절차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다만 그 확인 절차만으로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검증 수단
세 가지는?

박가인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여성이 딥페이크로 만든 얼굴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화상채팅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아무런 기술 없이도 1년 넘게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 1억6000만원을 뜯어낸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 이 두 가지는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사람 사이의 신뢰를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와는 별개로, 검색 결과 몇 줄과 SNS 사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서 오는 부정적 영향을 염려하는 이들 역시 늘었다. 직접 만나서 대화해 본 상대가 아닌데도, 몇 줄 글과 사진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younm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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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