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놀부’ 이야기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8.20 11:26:08
  • 호수 1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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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몰락한 5평 창업 신화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1987년 5평 매장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 수준의 한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던 ‘놀부’가 누적 결손금 959억원, 자본 잠식률 82%를 기록하며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모펀드 인수 이후 주인이 두 차례 바뀌며 단기 외형 성장을 위해 브랜드를 최대 35개까지 무리하게 늘렸으나, 대다수 안착에 실패하고 본업의 경쟁력까지 상실한 결과다.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회생법원은 놀부에 대한 첫 번째 심문기일에 대표자 심문을 통한 구체적 채무 규모 등을 확인했다. 김용위 대표는 심문을 마친 후 “외식시장이 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는 안 좋은데 인건비와 식자재비가 오르면서 가맹점 폐점률이 높아졌다”고 회생 신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골목집’
보쌈 식당

놀부는 지난 4일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회사가 법원 허가 없이 재산 처분 또는 채무 변제를 금지하는 조치다. 채권자의 가압류 및 가처분, 강제집행도 제한된다.

김 대표는 조만간 2차 대표자 심문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으며, 재판부는 심문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놀부가 회생절차의 갈림길에 선 데에는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부채가 있었다. 지난 2025년 매출액은 639억원으로 761억원이었던 지난 2024년에 비해 약 1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6억원에서 87억원으로 불어나며 당기순손실도 직전 해의 8.9배인 139억2866만원에 달했다.

지난 2025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억5479만원에 불과했으나 누적 결손금은 959억원, 자본 잠식률은 82%에 달했다.

반면 단기차입금 70억1300만원과 유동성장기부채 71억1667만원 등이 포함된 유동부채는 208억6197만원에 달했다. 지난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 부채는 약 206억원이다. 회생 신청 5개월 전인 지난 2월에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25억원을 추가 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부는 1987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골목집’이라는 이름의 5평짜리 작은 보쌈 식당에서 출발해 ‘창업 신화’로 불려왔다.

아내 김순진 대표의 뚝심 있는 현장 경영, 남편 오진권 대표의 탁월한 기획력이 시너지를 낸 것으로 전해지며 표준화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한식을 프랜차이즈화한 부부 창업 신화로 각광받았다. ‘보쌈 전문점’으로 시작해 1989년 첫 보쌈 가맹점을 출점한 후 ‘놀부 부대찌개’를 론칭해 프랜차이즈 메뉴로 대중화했다.

2000년대 초반 이혼 후에는 아내였던 김순진 대표가 경영권을 단독으로 쥐게 됐다. 남편이었던 오진권 대표가 순대·보쌈 프랜차이즈를 새로 시작하자, 아내 측과 본사는 이혼 당시 맺었던 ‘동종 아이템 사업 불가 조항’을 근거로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 대표 패소로 가맹점에 약 5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으며, 이후 ‘오셰프’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 등을 설립하며 독자적인 외식 사업가로 나섰다.

1200억 매출서 208억 마이너스
주인 바뀔 때마다 흔들린 40년

김순진 단독 대표 체제 이후 브랜드는 점포 수 2배, 매출 3배의 성장을 기록하며 외식업계 대표 여성 CEO로 떠올랐다. 2001년 230억원이던 매출이 2010년 111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도 18억원에서 80억원으로 4배 성장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승계 구도 확립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외동딸을 부사장으로 앉히며 2세 경영 체제를 시도했으나, 취임 후 론칭한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놀부는 약 40년에 걸쳐 회사의 주인이 두 차례 바뀌며 매출 하락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11년 김 대표의 지분 전량을 넘겼고,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모건스탠리PE)가 회사를 인수했다.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할 당시 놀부는 6개 브랜드와 7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수준의 한식 프랜차이즈로, 인수 금액은 1114억원~12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2010년 매출은 1113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 수준이었다.

첫 인수자였던 모건스탠리PE는 회사 자산가치의 4~6배에 달하는 고가 인수를 진행했다. 본사의 직접 운영이 아닌 브랜드 사용료와 식자재 공급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놀부NBG의 사업 구조를 높게 산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본사에 1200억원 규모의 영업권과 인수 금융 대출 부담을 떠안기는 레버리지 인수 구조(LBO)로, 놀부의 현금 유동성을 고갈시키기 시작했다.

인수 직후 모건스탠리PE는 빠른 수익 회수를 위해 기존의 보쌈과 부대찌개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브랜드를 추가하며 무리한 확장에 나섰다. 갈비·설렁탕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놀부 김치찜, 삼겹 본능, 흥부 찜닭, 공수간 등으로 메뉴를 확대했다.

보쌈·부대찌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커피 브랜드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는 ‘숍인숍’ 모델과 공유 주방 형태의 ‘놀부 주방’도 선보였다.

브랜드 수는 지난 2020년까지 13개, 지난 2021년 말 기준 가맹점 및 직영점은 500여개로 확대됐다. 하지만 브랜드가 늘어난 만큼 성과가 따라오지는 못하며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867억원이었던 매출은 3년 만에 403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지난 2022년 모건스탠리PE는 자본 잠식률 88%, 운영 브랜드는 35개까지 늘어난 상태로 보유 지분의 57%를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넘기고 2대 주주로 물러났다.

거래 규모는 모건스탠리PE 인수 당시와 비교하면 약 5분의 1 수준인 약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NB홀딩스 컨소시엄은 유상 증자를 통한 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놀부는 당시 신메뉴 개발, 배달 전문 브랜드 강화, 가맹점과의 상생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팬데믹부터
내리막길

당시 놀부 담당자는 “최근 프랜차이즈 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겹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종합 외식 전문 기업의 위상을 되찾고, 고객 수요와 트렌드를 앞서갈 수 있는 메뉴·서비스 개발 및 가맹점과 상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놀부는 지난 2023년 매출 674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사업뿐 아니라 유통사업도 병행하고 있었으며, 본사 매출에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 매출과 유통사업 매출 등이 포함된다고 명시됐다. 쌀·소스 등의 유통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 2024년 대주주인 NB홀딩스 컨소시엄은 기존 박현우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용위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진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경영 정상화를 도모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과정에 참여해 전속 사진가 및 영상미디어 국장, 캠프 미디어 총괄팀장 등을 맡았던 이력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경영진 교체 이후 지난 2024년에는 매출액이 전년보다 12.8% 증가한 761억2759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억8848만원의 적자를 기록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는 못했다.

가맹점 수도 급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 수가 2022년 717개에서 2024년 344개로 급감했다. 핵심 브랜드인 놀부 부대찌개와 놀부 보쌈족발 가맹점은 지난 2022년 각각 246개, 134개에서 지난 2024년까지 156개, 63개로 급감했다.

가맹점 수 감소와 기존 핵심 브랜드 약화의 상황에서 본업인 프랜차이즈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역량을 유통과 신규 사업에 분산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며 흑자 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이자 한국외식산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어윤선 교수는 국내 가맹시장 전체는 오히려 성장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의 놀부 사태를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로 보며 “업계 전반이 위축된 것이 아니라, 1세대 브랜드들이 새로운 경쟁 브랜드들에 밀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쌈과 부대찌개라는 메뉴 자체는 여전히 수요가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배달·간편식 확산, MZ세대 취향 변화 같은 외식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 정점
이후 하락세

배달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특별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것과 대비된 모습이다. 어 교수는 “브랜드가 오래될수록 ‘리포지셔닝’이 필수적인데, 놀부는 이 부분에서 시대에 뒤처졌다”고 봤다. 결국 특색 없이 배달 경쟁 뛰어들어 소비자들에게 ‘놀부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외식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원자잿값과 인건비, 소비 심리 위축 외에도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 지급하는 중개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에서 40%~45%에 달하는 수수료를 배달 플랫폼에 지급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상위노출 등의 광고 진행도 필수적이다. 기본적인 광고비가 7%대인 것으로 안내하는 것과 달리, 각종 프로모션 비용까지 더해지면 광고비로 45%가량이 빠져나간다. 배달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그대로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결국 놀부가 배달이라는 새로운 소비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오히려 비용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어 교수는 소비 트렌드 대응 외에도 ‘부실한 가맹점 내실 관리’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된 것으로 봤다. “본업인 보쌈·부대찌개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신규 브랜드를 계속 늘렸는데, 이는 본업 강화나 가맹점 수익성 개선보다 외형 확장 자체를 우선시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자본 잠식률이 82%에 이른 것은 이런 부실이 오랫동안 누적됐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기준 놀부의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브랜드는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진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보다 10개 이상 많았다.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한 지 5년 차였던 지난 2016년 역대 최고 매출액인 1200억원을 기록한 놀부는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지난 2023년을 제외하면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왔다.

어 교수는 “신규 브랜드 확장이나 외형에 집중하는 사이, 개별 가맹점의 수익성이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투자와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커피 브랜드까지 ‘문어발 확장’
700개서 63개로 줄어든 가맹점

이어 “가맹사업은 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해야 지속 가능한데, 본부 중심의 외형 성장 전략은 결국 가맹점 이탈과 브랜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라며 “이러한 문제는 1세대 프랜차이즈 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원앤원 또한 MZ세대 유입을 통한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배달 전용 메뉴 강화’와 ‘1인 메뉴 품질 고도화’로 경영 키워드 변화를 꾀했다.

지난 2021년 배달 특화 매장 확대로 가맹점 수가 반등해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328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매출이 정체되고 영업이익률이 3%대에 머무는 저수익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연평균 매출액은 3억3000만원으로, 2억3000만원인 비프랜차이즈 보다 약 1.5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액 격차는 7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원재료 공동구매와 브랜드 마케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매출 격차는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프랜차이즈 개업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구축된 브랜드와 물류·교육·마케팅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그러나 본사의 경영 주체나 방식이 바뀌면 가맹점은 그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18년 기업회생신청을 했던 카페베네 역시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본업인 커피 사업의 경쟁력이 흔들린 사례로 꼽힌다. 카페베네는 커피 전문점으로 급성장하며 매장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베이커리 ‘마인츠돔’, 헬스·뷰티 스토어 ‘디셈버24’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신사업 부진과 해외 사업 손실 등이 겹치면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재무적 투자자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은 카페베네는 결국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2016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사에서는 카페베네의 가맹점 폐점률이 14.6%로 비교 대상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사업 확장의 결과를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이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데 있다. 본사의 외형 성장보다 개별 가맹점의 수익성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는 경영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결국 놀부의 회생절차 신청은 한 기업의 경영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익숙한 이름만으로 외식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다. 1인 가구와 배달·간편식의 확산, 가성비와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오래된 브랜드에도 고유의 정체성과 함께 끊임없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회생 절차
갈림길

특히 1세대 프랜차이즈는 과거의 인지도에 기대기보다 기존 브랜드의 강점을 현재의 소비 방식에 맞게 재해석하고 투자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브랜드와 매장을 거느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가맹점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놀부의 위기는 40년 역사의 브랜드가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본사의 경영 판단이 가맹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숙제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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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