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막장 전대’ 후폭풍

2028 총선 가동될 시한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17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겠지만 후폭풍까지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잠시 모습을 감췄을 뿐, 2028년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누가 당선되든 나머지 한쪽은 ‘공천 학살’의 대상이 될 운명이다.

권리당원 110만명이 몰린 호남·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들의 입이 더욱 거칠어졌다. 당 대표 후보는 물론 최고위원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판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김민석 후보가 ‘신천지 개입설’로 압박하자 정청래 후보가 ‘배신자론’으로 맞받아치는 등 같은 내용이 몇 주째 되풀이됐다.

상처만 남은
전당대회

김민석-정청래 후보 두 명으로 압축된 선거는 윤리위원회(윤리위) 제소를 거론하는 수준으로까지 번졌다. 후보들 간의 설전은 호남·수도권을 상대로 한 3주 차 순회경선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했다.

KBC 광주방송이 지난 10일 주최한 8·17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TV 토론에서는 이재명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화두에 올랐다. 이들은 각자 호남과 인연을 부각하며 자신이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 후보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장하려면 물, 전기, 인재, 국가산단 지정, 광역 교통망 등 할 게 많은데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어 곧장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 대표 시절 호남 발전 특위 만들어 몇 개월 안에 엄청난 성과를 냈듯이 생명은 속도전, 속도전 하면 정청래”라며 “추진력, 돌파력으로 클러스터가 안착할 수 있게 모든 지원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8월17일 날 제가 대표가 되면 8월18일 제1호 결정은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특위 구성이 될 것”이라며 “제가 직접 그 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메가 프로젝트를 남은 4년의 임기 동안 직접 기획·실행·집행하겠다는 것에 합을 맞춰 당정이 완전한 일치와 협력 속에 이 일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하지만 정작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는 얼마 이어지지 못했다. 이날 후보들은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을 놓고 공세를 펼쳤는데, 정 후보가 “이 대통령이 혁신당과 통합이 지론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 이름을 많이 파는 분들이 반대한 것은 지금도 미스터리”라며 “이언주 텔레그램 문제가 불거졌는데 김 후보가 한번 털었으면 좋겠다”고 포문을 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정 후보가 띄운 ‘이언주 텔레그램’은 지난 1월 혁신당과 합당 논의가 있던 당시 이 의원이 한 국무위원과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뜻한다.

정 후보는 김 후보에게 “이언주 텔레그램은 김 후보와 아무 상관이 없는가”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김 후보는 “자신 있으면 자신 있게 근거를 대라”고 맞섰다. 오히려 김 후보는 “검사처럼 묻지 말고 왜 저를 취조하는가. 어떤 경우에도 폭탄 선언식 합당은 배제해야 하고, 정 후보 추진 방식 때문에 일이 오히려 꼬이고 전체적 분위기가 나빠졌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까지 설전에 설전
“누가 돼도 봉합 어렵다”

토론 단골 주제인 ‘과거 파묘’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 후보는 송 후보에게 “정 후보가 2022년 대선 때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표심)에 어려움을 끼쳐서 사실상 대선에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 후보 사과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송 후보는 의중을 파악한 듯 “그런 사과는 없었다”며 “정성호 의원이 애로를 이야기했더니 정 후보가 페이스북에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이 탈당을 이야기했다고 폭로한 바람에 당황한 생각이 난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실제 경제 정책을 다뤄보거나 대기업 오너들과 일정 기간 이상 토의를 해본 적이 있나”라고 질문하자 정 후보가 “김 후보는 사람을 무시하는 데 좀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이어 “이정부의 1호 국정과제가 무엇이냐”는 송 후보의 질문에 정 후보가 “내란 청산”이라고 답하자 “국정 과제를 정확히 잘 모르고 있다. 1호는 5·18 정신 헌법 수록”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김관영 전 전북도지사 문제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이 민주당 최고위가 ‘현금 살포 의혹’을 받던 김 전 지사를 “만장일치로 제명했다”는 정 후보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친청(친 정청래)계인 박규환 최고위원이 “‘정청래 (당시) 대표 중심으로 의결을 강행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4월1일 밤 최고위는 김 전 지사의 의혹에 대한 윤리감찰단 보고를 받았고,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강 최고위원을 향해 “전북 당원들에게 거짓 소문, 가짜 뉴스를 흘려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정부 집권 2년차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등 이번 전당대회가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통합형 당 대표’라며 화합을 앞세웠지만 이마저도 정쟁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 8일 김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당의 모든 경선 갈등을 완전히 ‘제로(0)’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확실하게 시작하겠다”며 “단단하게 확장하고 그 위에 보수, 진보, 중도 모든 유능한 세력을 하나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화합을 위한 ‘당원 구조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중 당적, 비자발 입당, 유령 당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분당 역사
또다시?

그러자 정 후보는 김 후보가 화합을 강조한 것을 두고 “반명(반 이재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대 비밀 연합이 이번 전당대회에 본질이라면서 덮어두는 것인가”라며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최소한 이것(신천지 의혹 제기)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내가 앞으로 잘할 테니 화합하자’ 얘기해야 순서”라며 “당 대표가 되면 김민석 의원은 윤리 감찰을 통해 신천지가 민주당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런 정 후보 역시 자신이 대표가 된다면 “선당후사, 대승적 차원에서 김 후보를 품어 안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정청 원팀 원보이스로 가면 많은 지지자들이 안정감, 안도감, 신뢰감이 들 것”이라며 “지금 권리당원들은 정청래에 대한 신뢰, 진정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청래가 대표가 되면 다시 (김 후보와의 관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계 복원의 조건으로 “신천지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혹 해소 차원에서 대표가 된다면 조치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과 무관하게 김민석, 정청래는 개인이 아니다. 김민석을 지지한 당원들, 정청래를 지지한 당원들, 당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고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후보들은 ‘통합형 지도부’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마지막 TV 토론회조차 네거티브 공방으로 번지면서 신경전이 이어졌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싸운다”는 평이 쏟아지면서 2007년, 2015년 민주당 분당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현재까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할 수 있는 정도까지 한 것 같다. 감당할 수 있다”면서도 분당 가능성에 대해 “사실 그런 우려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같이 밝히며 “2007년에 친노(친 노무현), 반노(반 노무현) 싸움에서 주요한 사람들이 많이 탈당했고, 2015년에 통합민주당을 하다가 국민의당으로 분열해 나간 역사가 있었다”며 “논쟁과 토론을 하지만 2007년과 2015년의 분당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거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김 의원은 “지금은 정당 내의 토론과 당 대표 선거가 한강 물 칼로 베기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간제’
평화 협정

민주당 윤건영 의원 역시 전당대회가 과열되는 사태에 대해 “뜨겁다 못해 폭파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윤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빙 승부라 흥행은 되는 것 같은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이후에 봉합이 제대로 될까’라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이어 “당장 오늘 이기기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붓는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뽑아 놓는 느낌”이라며 “전당대회 이후의 상황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당대회 이후 갈등이 빠르게 봉합될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8·17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계파 갈등이 증폭할 가능성에 대해 “전당대회 이후 당원이 뽑은 지도부 체제에 칼날을 들이미는 건 정부여당을 흔드는 꼴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쉽게 발톱을 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봤다.

당권을 쥔 새 당 대표는 당의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상대방을 포용하려는 태도를 취할 것이고, 낙선한 후보 역시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후보 역시 지난 10일 전북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분당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얘기 하지 말라. 그런 일은 절대 없다. 그런 것은 묻지도 말라”며 “생각조차 안 해봤다”고 거듭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한민수 의원 역시 “도대체 그런 얘기를 누가 하나.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저는 민주당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전당대회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려 하는 것은 목표, 지상 과제가 있다. 그것은 이정부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대체 우리가 왜 서로 반목하고 오해하고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드러내 놓는 것이 선행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전당대회)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로하고, 낙선자는 승복하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2년 전 똑똑히 지켜본 비명횡사
“비주류로 밀려나면 컷” 공포감

문제는 이 같은 평화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차기 당 대표는 2028년 치러지는 총선을 지휘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공천 여부에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공천룰을 비롯한 전략공천, 지도부 구성 등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에 사생결단으로 선거에 임한 이유기도 하다. 만에 하나 비당권파로 낙인이 찍힐 경우 본인은 물론 자신과 결을 같이한 이들까지 줄줄이 ‘컷오프’ 될 것이란 공포가 각인된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공천 잔혹사 사태를 목격했다.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대표가 혁신 공천을 이유로 비명(비 이재명)계와 친문(친 문재인)계를 컷오프한 사건이다.

시간을 거슬러 2023년 9월,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당내에서는 ‘가결표 살생부’가 돌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고, 이어진 2024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단어가 생겼다.

컷오프 당사자가 아닌 이상 공천권을 쥔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컷오프된 의원들은 탈당하거나 새로운 당을 꾸리는 등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심리적 분당 상태를 겪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당권파에게는 ‘주류에 밉보이면 잘려 나간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된 셈이다.

얼기설기 봉합된 갈등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 채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계파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계파 갈등
재분출 기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김영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공천 학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당을 위해 막는 것”이라며 “공천 배제는 신당 창당과 진보 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후 대권 레이스에서는 국회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계파주의가 다시 심화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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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