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는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를 이루는 방식을 그리고자 한다.” 서울 종로구 하랑갤러리에서 작가 강유림의 개인전 ‘숨, 이어지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인간의 얼굴을 통해 삶의 흔적과 존재를 탐구해 온 작가가 자연으로 시선을 확장해 생명의 본질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 강유림은 그동안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의 응축된 기록이자 존재를 드러내는 얼굴을 매개로 바라봤다. 개인전 ‘숨, 이어지다’에서는 이런 관심을 숲과 대나무, 자연의 풍경으로 확장해 개별 존재를 넘어 서로 연결된 생명의 흐름과 시간의 축적을 화면 위에 담아냈다.
쌓아 올리는
전시에 등장하는 숲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생명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대나무의 반복적인 수직 구조는 형태의 재현을 넘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리듬과 호흡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자연은 하나의 배경이 아니라 시간이 머물고 순환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재료와 제작 방식에서도 시간에 대한 작가의 사유는 더욱 깊어졌다. 초기 작업에서 한지와 먹의 번짐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면 최근에는 석채를 활용해 물성과 색채가 축적되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수행에 가까워졌다. 겹겹이 쌓인 마티에르와 색의 층은 자연이 품은 긴 시간과 생명의 흔적을 담아내며 화면에 깊이를 더했다.
얼굴을 매개로
자연으로 확장
강유림은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화면에는 구체적인 형상보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운과 시간의 흔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를 형성하는 과정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려는 작가의 작업 태도를 보여준다.
강유림은 “나는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를 이루는 방식을 그리고자 한다”며 “시간이 보이지 않지만 모든 존재를 이루는 가장 깊은 구조이며, 나의 작업은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화면 위에 천천히 쌓아 올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인 ‘숨, 이어지다’는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가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리듬은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로써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자연의 고요한 숨결과 자신의 시간을 함께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의 기록
하랑갤러리 관계자는 “강유림은 오랜 시간 축적된 수행적 작업을 통해 자연이 품고 있는 시간의 깊이를 담담하게 풀어낸다”며 “이번 전시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각자의 시간과 존재를 조용히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자료‧사진= 하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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