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때론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언행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대통령의 그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창구로 소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그 지점에 국정 방향이 담겨있다.
역대 정권은 국민과의 소통 방식에 골몰했다. 대의제가 정착된 만큼 국회의원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게 정석이었지만 국민은 늘 부족함을 토로했다. 그 반향으로 정부 혹은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했다.
사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 청원’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국민이 올린 청원 글에 일정 수 이상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식이다. 수많은 사연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찬반 의견이 게재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답을 나누는 ‘도어스테핑’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여론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려 한 것이다. 기자들은 당시 가장 화제인 이슈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이재명정부는 어떨까?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즐겨 사용하던 SNS 소통 방식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표현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이다 감성’은 SNS 정치를 통해 구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직설적인 SNS 화법이 지지층의 호응을 불렀다.
일반적으로 정부 메시지는 정제된 언어로 공표되지만, 이 대통령의 SNS 글은 때론 ‘날것’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파격적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지지층에서는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해 민심을 보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반면 야권 등에서는 대통령이 각종 이슈에 직접 말을 얹는 점이 ‘가볍다’ 등의 의견을 드러낸다.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최근 이 대통령의 SNS 사용을 두고 지지층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SNS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슈에 선별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정부에 유리한 이슈나 정책 방향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대통령 본인이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답글을 쓰면서까지 대응하지만 불리한 이슈는 ‘입꾹닫(입을 꾹 닫고 있다)’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X(구 트위터)를 보면 다양한 이슈를 언급하고 있다. 해외 순방에서 얻은 외교 성과, 부동산 등의 정책 방향, 이슈에 대한 대통령 개인의 생각 등이다. 비판에 대한 일종의 해명 성격을 띠는 글도 있다.
과거 청와대 대변인실 등을 통해 나왔을 메시지가 대통령의 손끝에서 생산되자 실제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국민이 먼저 반응하는 일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다주택자 관련 SNS 글이다. 이재명정부는 임기 초부터 규제를 내세워 부동산 매물을 내놓게 하는 방식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다.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폭풍 트윗’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끊임없는 시그널을 줬다. 집을 가지고 있는 게 현 상황에서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투척한 것이다.
스타벅스 질타 근저당권 조용
선택적 사용에 지지층도 비판
문제는 부동산 심리가 묘한 방향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는 대신 세금을 내면서 버티는 방식을 택했다. 매물이 잠기자 전‧월세 가격이 뛰었다. 주거비가 폭등하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고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분당 집 ‘근저당’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 당선으로 비거주 1주택자가 된 이 대통령이 분당 재건축 지역에 있던 집을 파는 과정에서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내로남불’ 논란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의 지지층 사이에서도 ‘배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론이 악화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SNS에 이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를 통해 연일 해명이 나왔을 뿐이다. 근저당권 설정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대통령이 직접 SNS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던 지지층이 실망한 지점이다. 이 상황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의 ‘선택적 SNS’ 사용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슈를 거친 언사로 강하게 비판했던 모습과 180도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납작 엎드렸지만 불매 움직임이 일어날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다.
이 대통령의 SNS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이 대체 몇이고, 그로 인한 정의와 역사의 훼손이 얼마나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냐”며 “공동체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스타벅스에서 202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내놓은 머그잔, 2019년 무신사의 양말 광고 등이 다시 소환됐다.
연일 폭락하고 있는 주가 지수에 대해서도 침묵 중이다. 코스피는 9000까지 올랐다가 현재 폭락을 거듭해 6000선까지 붕괴된 상태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레버리지 관련 상품이 상장된 5월 말부터 수급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6월 지방선거 이후 ‘도박장’을 연상케 할 정도의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가 급등할 무렵 반도체 섹터를 빼면 주가지수가 4100~4200 정도라는 언론사 기사를 공유하면서 ‘착시론’에 대해 직접 SNS를 통해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증권사 연구원의 분석 내용은 ‘올해 시가총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으며 반도체 쏠림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가 우리 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데, 왜 반도체를 빼고 종합주가지수를 계산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오히려 반도체를 빼고도 한국 증시가 무려 4100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1일에 쓴 글로, 이후 두 달 만에 코스피 지수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30일까지 7월 하락률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았는데, 역대 최고치다.
가볍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물론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보완수사권 논란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은 없다. 현재 전당대회를 진행 중인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로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의 유착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다.
한 누리꾼은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의 기탁금 문제를 언급하고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X 이용자와는 ‘키배(키보드 배틀)’까지 뜨면서 정작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유리한 이슈에는 득달같이 반응하고 불리한 이슈는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