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영원한 국민 여동생 문근영

인생 2막 여는 ‘어린 신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결혼 소식을 전하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화려한 전성기와 긴 방황, 갑작스러운 투병과 재활을 거쳐 다시 자신만의 얼굴로 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아픔을 딛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문근영은 1987년 5월6일 광주에서 두 자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훗날 전 국민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지만, 처음부터 연기만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어린 문근영의 꿈은 한의사와 사진작가, 미용사, 유치원 교사 등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꿈 많은
광주 소녀

연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이었다. 연기학원에 다니며 재연배우로 첫발을 뗐고,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를 통해 정식 데뷔했다. 출발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촬영한 방송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모두 잘려 전파를 타지 못하기도 했다. 이후 어린이 드라마 <누룽지 선생님과 감자 일곱 개>와 여러 작품의 단역을 거치며 조금씩 현장 경험을 쌓았다.

당시 문근영은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학생 배우’였다. 부모는 딸이 연기를 하더라도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작품 활동은 가급적 방학에 맞췄고, 촬영 때문에 수업을 빠지면 별도로 진도를 보충했다.

문근영 역시 “1년에 한두 작품만 하고 공부에 신경을 쓴다”며 평균 90점 이상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촬영과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만큼 욕심도 컸다.

현장에는 외할머니가 늘 함께했다. 맞벌이하던 부모를 대신해 어린 문근영을 돌본 외할머니는 약 10년간 매니저 역할까지 맡았다. 촬영장에 코펠과 쌀, 즉석식품을 챙겨 다니며 직접 밥을 지었고, 촬영이 끝난 손녀와 스태프들을 불러 음식을 먹였다.

문근영이 큰 관심을 받을 때마다 “빈 수레가 되지 않으려면 안을 채워야 한다”며 책을 읽고 내면을 단단히 할 것도 당부했다.

부모의 가르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근영은 어린 시절부터 “겸손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꿈은 크게, 목표는 높게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에게 가족은 일찍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특별 대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도록 이끈 울타리였다.

평범한 광주의 초등학생이 카메라 앞에 선 지 불과 몇 년 뒤, 문근영의 이름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0년 한 편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면서부터였다.

그 작품은 KBS 드라마 <가을동화>였다. 문근영은 극 중 은서의 어린 시절역을 맡아 짧은 등장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큰 눈망울과 또렷한 발음,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감정 표현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성인 은서 역을 맡은 송혜교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넘겨줘야 하는 역할이었지만, 문근영은 ‘송혜교 아역’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당시에 도 문근영은 배우와 학생의 생활을 함께 이어갔다. 작품이 끝나면 광주로 돌아가 교복을 입었고, 촬영 때문에 놓친 수업을 따라잡아야 했다.

화면 속에서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인물을 연기했지만,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같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었다. 유명세가 커질수록 평범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들의 시선과 질투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장화, 홍련>은 문근영이 아역배우의 틀을 넘어 본격적인 영화배우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고전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에서 그는 언니에게 의지하는 여동생 수연을 연기했다. 생모의 죽음과 새어머니에 대한 공포 속에서 불안에 떠는 인물이었다.

<바람의 화원>으로 역대 최연소 대상
화려한 전성기 뒤 홀로 견뎌온 성장통

이전까지 주로 맑고 반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문근영에게는 낯선 역할이었다. 문근영은 당시 대본을 처음 읽고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살아오면서 고함을 들어본 적도, 자신이 크게 소리쳐본 적도 거의 없어 공포에 질려 울고 외치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전과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장화, 홍련>은 문근영이 밝고 사랑스러운 얼굴만 가진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러나 문근영의 이름을 국민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은 2004년 개봉한 <어린 신부>였다. 그는 할아버지들의 약속 때문에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된 여고생 보은을 연기했다. 교복과 한복을 오가며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줬고, 영화는 3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문근영은 단숨에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친근하고 귀여운 외모, 반듯한 이미지, 어린 나이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문근영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대중은 그를 실제 가족처럼 가깝고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당시 문근영이 출연한 작품과 광고는 잇따라 화제를 모았고, 그가 입고 나온 옷과 말투까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어린 배우가 감당하기에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국민 여동생’은 문근영을 정상에 올려놓은 이름이었지만, 동시에 늘 밝고 착하며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어디에서든 반듯하고 착한 사람이어야 했고, 작은 행동 하나도 기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는 훗날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밝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성격도 아니고, 언제나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도 아닌데 대중이 자신을 너무 좋게 바라보는 것이 겁났다는 것이다.

문근영은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어린 나이에 얻은 사랑이 감사하면서도, 그 사랑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랐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작품에서 거칠거나 어두운 인물을 맡아도 대중은 여전히 교복을 입고 웃던 ‘국민 여동생’을 먼저 떠올렸다.

문근영은 그 틀을 깨기 위해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그와 함께 일한 스태프들도 “근영이에게 이런 얼굴만 있는 게 아닌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역할을 선택할수록 변신 자체가 화제가 됐고, 문근영이 표현하려는 인물보다 ‘국민 여동생의 파격’이라는 설명이 앞서곤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이미지를 억지로 밀어내는 일을 멈췄다. 자신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얼굴에도 살아온 삶이 묻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전성기
기나긴 방황

당장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고 증명하기보다 내면을 채우며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문근영은 “내 시간은 조금 더 느리게 흐른다고 생각했다”며 언젠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의 시간이 맞닿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 기다림 속에서 문근영은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자신의 어린 시절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어린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철 좀 없어라. 마음껏 실수해라”라고 답했다.

서른이 넘은 뒤 사소한 실수를 하고도 눈물이 났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실수를 받아들이고 수습하는 방법이 제대로 학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는 실수하는 과정도 성장의 일부지만, 문근영에게 실수는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처럼 느껴졌다. 마음껏 도전하다 넘어지는 대신, 정답에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려 애썼다.

그렇게 그는 대중이 바라는 ‘국민 여동생’으로 성장했지만, 그 안에 있는 인간 문근영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뒤로 미루는 데 익숙해졌다. 성인 배우로 향하는 첫걸음은 2005년 영화 <댄서의 순정>이었다.

문근영은 중국 연변에서 온 장채린 역을 맡아 사투리와 춤을 익혔다. 익숙한 순수함은 유지하되, 낯선 환경에서 꿈을 좇는 인물의 애잔함을 더했다. 작품은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고, 문근영은 아역 출신 스타가 아닌 한편의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쉼 없이 다음 작품을 택하지는 않았다. 대학 입학을 앞둔 문근영은 연기 활동을 줄이고 학업에 집중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와 학생의 생활을 함께 지켜온 만큼, 성인이 된 뒤에도 학교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전성기 한복판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는 선택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가 다시 대중 앞에 선 작품은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었다. 문근영은 남장을 한 천재 화가 신윤복을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따라다닌 사랑스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역할이었다. 붓을 든 화가의 집념과 자유분방함, 남장한 여성으로서의 복합적인 감정까지 표현해야 했다.

문근영은 상대역 박신양과 극을 이끌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고, 정향 역의 문채원과 보여준 섬세한 감정선도 호평받았다. 그해 문근영은 만 21세의 나이로 S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았다. 방송 3사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이었다.

아역배우로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연기자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셈이다. 이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도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상대에 선 문근영의 표정에는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비쳤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내내 몸을 떨었고, 큰 상을 받는 일이 버겁다고 고백했다. 다른 배우에게는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목표가 문근영에게는 스물한 살에 주어졌다.

국민적인 사랑에 이어 최고 연기상까지 받은 만큼, 이후에는 매 작품에서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성공이 거듭될수록 배우 문근영을 둘러싼 기대도 높아졌다. 대중은 더 성숙한 연기와 새로운 변신을 요구했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기억하는 ‘국민 여동생’의 모습도 놓지 않았다.

4차례 수술
1년 재활

익숙한 얼굴을 보여주면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다른 역할에 도전하면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었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문근영이라는 배우보다 그에게 씌워진 이미지가 앞서곤 했다.

2010년 방영된 <신데렐라 언니>는 그 경계에서 선택한 작품이었다. 문근영이 맡은 은조는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과 거리가 멀었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지 못하고, 냉소적인 말과 태도로 자신을 지키는 인물이었다.

문근영은 날 선 눈빛과 절제된 감정으로 은조의 상처를 드러냈다. 문근영에게 은조는 유독 각별한 인물이었다.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놉시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자신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심장을 조각내 쓸 수 있다면 절반 이상을 은조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많은 마음을 쏟았다. 훗날 자신의 20대를 가장 닮은 작품 속 얼굴로도 은조를 꼽았다.

당시 문근영 역시 은조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해야 할 일은 밀려왔고, 관계와 일에서 받은 상처는 조금씩 쌓였다. 그는 20대의 자신을 두고 “시니컬하고 비관적이고 차가웠다”며 “상처가 쌓여가는데도 그것이 터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그해에는 연극 <클로저>에도 출연해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첫 공연에서 긴장한 나머지 대사 한 줄을 통째로 놓치는 실수도 겪었다.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온 문근영에게 무대는 실수를 감출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방식을 벗어나 관객과 직접 마주하는 길을 택했다.

연기 경력이 쌓이면 불안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 말투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게 될수록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에는 본능적으로 연기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 말투, 눈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세한 모든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니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래서 방황을 더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에 오른 뒤 문근영에게 남은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었다.

급성구획증후군으로 네 차례 수술
1년 재활 끝 연기·사랑 모두 찾아

그 답을 찾기도 전에 몸이 먼저 멈춰 섰다.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하던 문근영은 오른팔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근육을 둘러싼 공간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응급질환으로, 치료가 늦으면 근육과 신경이 괴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근영은 긴급 수술을 받았고 예정됐던 지방 공연도 취소됐다.

훗날 문근영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 괴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술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네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고, 상처를 바로 봉합하지 못한 채 여러 겹의 붕대를 감고 지냈다. 손가락 신경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재활 초기에는 청소기를 돌리는 평범한 동작조차 쉽지 않았다. 다시 연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수술 직후 문근영이 어머니에게 처음 한 말은 뜻밖이었다. “엄마, 나 이제 마음 놓고 쉴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절망하거나 억울해하기보다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먼저 안도했다.

그는 손가락 신경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혼자 울었다면서도, 투병의 시간을 자신의 삶에 걸린 ‘브레이크’라고 받아들였다. 그전까지 얼마나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아왔는지를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달은 셈이었다.

약 1년간의 재활을 거치면서 문근영의 삶도 달라졌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다이어트를 내려놓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가장 큰 크기의 캐러멜·치즈 팝콘을 섞어 먹고는 “영화는 이 맛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직접 음식을 만들고, 여행을 다니고, 새벽에 음악을 들으며 걷는 소소한 즐거움도 알아갔다. 과거에는 배우 문근영이 삶의 1순위였지만, 이제는 인간 문근영을 먼저 두기로 했다. 그는 “문근영이라는 사람이 있어야 내 연기도 있는 것 아니냐”며 자신을 1순위에, 연기를 그다음에 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100%의 힘으로 살 필요도 없었다. 때로는 80%, 어느 순간에는 50%의 에너지만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여겼다.

이후 그는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에서 광기에 휩싸인 ‘햇살반 선생님’으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는 늘 새로운 캐릭터가 고팠다”며 “오랜만에 연기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혼자 아닌
둘이 함께”

아픔을 딛고 일어난 문근영은 지난달 29일 7세 연상의 연극·뮤지컬 배우 정평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알려왔다. 두 사람은 문근영이 이끌었던 창작 집단 바치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였다. 오랜 시간 공감대와 신뢰를 쌓은 끝에 연인으로 발전했고, 가족들이 모인 식사 자리로 결혼식을 대신할 만큼 조용히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문근영은 자필 편지에 “늘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걷고 싶은, 홀로 고민하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소한 일로도 서로를 웃게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고 적었다. 이어 “혼자가 아닌 둘이서 앞으로의 삶을 차근차근 나가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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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