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겨눈 신천지 칼날

민주당도 덮쳤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신천지 난타전으로 번졌다. 정청래 후보를 겨냥한 듯한 ‘신천지 개입설’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행위’라는 반격이 이어지면서 양쪽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진실을 밝혀내기도 전에 황급히 당이 나서 사건을 오므렸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민주당을 휘감은 ‘신천지 그림자’를 떼어 내긴 어려워 보인다.

신천지 의혹을 처음 띄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 후보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울시의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삼자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며 “신천지와 관련해서는 차근차근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터졌다

자신의 경쟁 상대인 정청래 후보가 과거 신천지 연관 단체로 분류되는 근우회 주최 행사 등에 참석한 이력이 있는 만큼 그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8·17 전당대회에 신도를 조직적으로 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신천지’ 세 글자가 당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앞서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이만희 총회장을 구속했다. 이 총회장은 2021년 신도들에게 “이재명 때문에 우리가 모임과 예배를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을 정조준하던 신천지 개입 의혹이 민주당으로 불똥이 튀면서 계파 간 갈등도 고조하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에서 ‘반명(반 이재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삼자 연합’에 대한 질문에 “계엄을 처음에 경고할 때 다들 정신 나갔다고 뭔 소리냐고 했다”며 “(신천지는) 비유법이 아니라 실체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명 그리고 분열주의, 정치적으로 반명이라는 뿌리와 세력이 있다”며 “신천지는 사이비종교지만 한편으로는 이득을 위해 정치권에 개입하고, 대학생 사회 선거에 개입했던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데 이 3자가 명시적·묵시적·암묵적으로 사실상의 연합으로 형성돼서 핵심 배후가 되는 상황이 있다”며 “하나로 묶였다기보다는 각각 움직이는데 결국은 현재 민주당의 정상적인 진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하나하나 말씀드리겠다”며 “신천지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분들은 한 걸음도 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에 대해 “저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라며 “이런 가짜 뉴스, 허위 조작 정보로 이미지를 씌우는 게 있다면 무관용의 원칙으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동안 정 후보는 신천지 연루설에 대해 “지역구 행사에 의례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자신과 무관함을 주장해 왔다.

정 후보는 “유튜브에서 그런 가짜 조작 뉴스를 흘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법적 조치를 취한 게 있다”며 “앞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 엄벌에 처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느닷없이 터진 ‘신천지 개입설’
‘계엄’ 예측 김민석…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SNS에 “네거티브와 정치공작 음모론으로 성공한 예는 없다”며 “상대방 헐뜯기는 공동체를 해치고 당을 위험에 빠뜨린다. 정정당당하게 가자. 민주당을 민주당답게!”라고 적었다. 아울러 헌법 제20조 2항을 인용하며 “종교의 조직적 정치 개입은 위헌”이라며 “발본색원, 원천봉쇄가 정답이다. 철저하게 수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고도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4개월 전 “신천지 간부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가입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과거에 확보했으면서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천지 공방은 여의도 전역으로 퍼졌다.

당시 합수본 수사 초점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에 맞춰져 있었지만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비슷한 사례가 민주당에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추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합수본은 최근 정치권에서 신천지와 민주당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 사건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가 신천지 공방으로 번지자 정 후보와 김 후보의 태도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 후보는 “강력한 응징”을 주장한 반면,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는 수위를 조절하며 화제 전환에나선 것이다.

정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신천지 의혹을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며 “당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면 이건 당사자(김민석 후보)를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청(친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신천지 의혹은 전당대회를 앞둔 김 후보의 무리한 프레임 시도로 봤다.

정 후보는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당을 공격했고 당원들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신천지·통일교 특검’ 추진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통일교 특검만 하자고 할 때, 통일교를 받고 신천지까지 하자고 한 증거들이 다 나와 있다”며 “제가 강력하게 특검하자고 계속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회심의
되치기

특검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선 “(검사) 파견을 받아 특검하려 했는데, 검사가 없거나 부족해서 안 됐다”면서 “신천지·통일교 특검을 제가 실제로 방해해서 안 했다고 주장을 계속한다면, 이 사안은 법적으로 가도 제가 이긴다. 증인을 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청계 역시 “근거를 제시하라”며 김 후보 측을 압박하고 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천지 신도가 입당한 정황이 있다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즉각 발표하고, 문제를 제기한 후보께서도 즉각 근거를 밝혀주기 바란다”며 “당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확인해서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신천지 의혹)이 어떤 형태로 저희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 문제가 명확하게 말하는 것은 당원들이 너무 비참하게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최민희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해 “합수본의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 혹시 사전에 알고 계셨는지 궁금하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최 후보는 ‘신천지의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 보도에 대해 “‘2021년∼2024년 가입 정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제가 ‘당시 당 대표는 이낙연·송영길’이라고 했더니 기사가 ‘6·3 지선 때 가입 정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경선에 합수본이 등장하고 근거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 6·3 민주당 신천지 유입설을 언론이 받아쓴다”며 “누가 이런 작업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후보는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 본래의 김민석으로 정위치하고 포지티브 본선 경쟁을 본격화한다” 등 다소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본인은 신천지의 정치 개입 문제만 지적했을 뿐, ‘정청래 후보’라고 특정한 적이 없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이제와서
발 빼기?

그는 자신의 의혹 제기가 해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바보 궤변”이라며 “계엄을 경고하면 계엄 정당인가. 불조심을 외치면 방화인가”라며 “전형적 국민의힘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께 제안한다. 당과 전대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신천지 수사에 협조하자”며 “조직적 경선 개입은 교주이든, 간부이든, 지파이든, 평신도이든 영원히 심판된다”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당원이 “민주당 내에서 ‘신천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자 김 후보는 “저도 좋지 않지만 있는 것을 모른 척 할 수 없지 않나. 당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답하는 등 신천지 논란을 축소했다.

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신천지 논란과 관련해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여야 제정당이 제도 개선과 투명한 시스템 마련에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전당대회의 모든 사안을 흡수하자 중재에 나선 것.

같은 날 진행한 첫 TV 토론회에도 당 대표 후보들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등 계파 간 비방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어렵사리 신천지 그림자를 걷어냈지만 친청계를 비롯한 정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박규환 의원은 “당에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 이제 와서 단지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지금 당장 진상 파악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전당대회 끝나고 하자라고 말한다. 이 무슨 무책임한 언행인가”라며 “예비경선 끝나면 근거를 내놓겠다, 적절한 시기에 근거를 말씀드리겠다던 호기는 어디로 갔나”라고 날을 세웠다.

“전대 이후 머리 맞대자”
결국 당 전체 발목 잡을까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김 후보의 주장이 맞다면 당에 엄청난 파장이, 정 후보의 억울함이 밝혀진다면 친석(친 김민석)계의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사 결과나 당내 조사를 통해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후폭풍은 정 후보에게 직격탄이, 반대로 개입설이 명확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나 과장된 음모론으로 판명 난다면 역풍의 화살은 오롯이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를 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김 후보와 정 후보 모두에게 부담이다. 어떤 것이 최선이고 차선이라고 우위를 가리기도 어렵다”고도 말했다.

결국 모든 논란의 진위는 전당대회 이후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 모두 신천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여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민주당에 부담만 커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당 대표 선출 이후에도 계속될 진상규명 국면 속에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게다가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의 본질이어야 할 민생 문제와 당 개혁, 국정 비전 논의 등을 소모전으로 덮어버리고 특정 종교만 부각했단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내에서조차 계파를 막론하고 신천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민주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 역시 김 후보를 겨냥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정당대회가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아니라 ‘신천지 전쟁’이 되고 있다”며 “김 후보처럼 압도적 선두주자는 부자가 몸조심하듯 했어야 한다”며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믿을 구석
뭐길래…

이어 “이왕 어쩔 수 없이 제기됐다고 하면 국민의힘에 적용하는 잣대는 강하고, 민주당한테는 약해선 안 된다”며 “이건 반드시 김 후보가 증거를 제시해서 수사 기관의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개입이 사실이라고 하면 민주당도 신천지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후보가 알고 있는 근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민주당도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에 김 후보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는 이때다’ 나서는 국힘

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의혹에 빠지자 국민의힘이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특정 종교 집단이 집권 여당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정치권과 비밀 연합을 구축했다면 정당민주주의와 당원 주권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당권을 잡기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국민과 당원을 기만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중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며 “어느 쪽이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동시에 저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오늘은 민주당이고 작년에는 국민의힘이었다. 국민의힘 당원 명부는 작년에 이미 열렸다. 민주당만 예외일 이유가 없다”며 “경선 잡음이 아니라 부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당 모두 같은 강도로 수사받아야 한다”며 “한쪽만 파면 수사가 아니라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