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청소년 SNS 금지 딜레마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8.03 10:36:09
  • 호수 1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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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데자뷔’ 선진국처럼 우리도?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기본권 침해 여부와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로 국내 규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청소년의 SNS 중독 방지를 위해 만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SNS) 가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과몰입 유발 기능에 대해 부모의 허가를 조건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91%’
영향권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SNS 과몰입 문제를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령 확인 의무화나 만 14세 전후 가입 시 부모 동의 제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은 43.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5년 연속 감소한 22.7%로 집계됐으나 청소년 위험군은 두 배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91.0%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매일 숏폼을 시청한다고 밝힌 청소년은 49.1%에 달했다. 유튜브의 경우 청소년의 61.9%가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한 스크롤을 통해 숏폼을 보는 비율은 고등학생의 72.1%를 기록했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61.9%는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AI가 띄워주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화면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혐오 표현과 조롱 콘텐츠에도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SNS의 경우 인스타그램, 틱톡 등 대형 플랫폼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생년월일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만으로 가입할 수 있게 돼있어 충분히 나이를 속이고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가 2018년 작성한 문건에는 “10대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려면, 그들이 9살∼12살일 때부터 데려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9살부터 데려와” 10대 공략에
부모들 “입시 전까지 규제 필요”

지난 3월 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케일리 대 메타·구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고 측 증거 자료였다. 피고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법정에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결국 청소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느슨한 가입 절차를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내에 “‘부모님이 허락하셨다’ 등의 이유로 스마트폰이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계정을 보유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SNS가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또래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유행하는 릴스를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의미를 모르는 콘텐츠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해당 교사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가정 내 지도가 적을 경우 중독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스크린 타임이 일 평균 7시간~8시간에 달할 정도”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학년의 경우 학교폭력이 대부분 SNS와 연관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교내에서도 SNS 활용 교육을 담임 교사와 강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SNS 규제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은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라며 찬성이 압도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자제하라고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데, SNS라는 선택지가 사라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습득 방식에 대해 ‘아날로그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으로 만들고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하며, 정보를 찾기 위해서라면 학교든 가정에서든 공용 컴퓨터를 두고 찾아보는 정도로만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규제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회 접속
명의 도용

부모와 자녀 모두 규제가 필요한 연령대를 대학 입시 전후까지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입시 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까지는 아예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에서 아이가 입시 전까지는 SNS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또래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청소년 중에서도 한 17세 학생은 “공부할 때 방해된다고 생각했는데 (규제가 생기면) 집중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SNS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의견은 갈렸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는 일도 많고 사용한 지 오래됐는데, 갑자기 못 하게 막는 건 반대” “부모님이 제한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친구들이 쓴다고 하면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규제를 시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프랑스의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15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할 수 없다. 개설된 계정을 폐쇄하기 위한 4개월의 유예기간 이후 내년부터는 아예 사용이 금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 플랫폼이나 중국 알고리즘에 아이들이 좌우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해 온 만큼, 강력한 제재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 연합은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의무를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고 있다. 또 13세 미만 아동의 SNS 접근을 제한하고 연령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을 허용하는 EU 공통 규제안을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그리스, 영국,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초로 규제를 시작한 호주는 지난 2025년 12월부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했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계정 생성과 유지를 막는 연령 확인 등의 조치를 의무화했다. 호주의 규제에 대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술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규제 기관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기도 했다.

규제 기관인 온라인안전(eSafety) 위원회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금지 조치 이전에 이미 계정을 갖고 있던 16세 미만 어린이 10명 중 7명이 여전히 ‘어느 정도 접근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모 등 다른 성인의 명의로 계정을 만들거나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거나 나이를 허위로 입력하는 경우도 많았다.

낯설지 않은
기본권 논란

위원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의 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해당 플랫폼 기업들이 금지 조치 이전에 16세 미만임을 신고했던 아이들에게 16세 이상임을 증명할 기회를 줬으며, 연령 확인 방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또 16세 미만 청소년의 신규 계정 생성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불충분하며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를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호주 당국은 지난 6월, 규제 준수 및 합리적 조처를 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최대 4950만호주달러에서 9900만호주달러(한화 약 1000억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자동 재생‧무한 스크롤링 콘텐츠 시청을 제한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호주 SNS 규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지난 2011년 도입됐던 ‘셧다운제’ 또한 유사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 지난 2021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심야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규제 법안이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며 헌법소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며 기본권은 물론 부모의 자녀 교육권과 게임업체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모의 명의를 사용한 가입과 우회 접속, 규제 대상이 아닌 해외 게임으로 옮겨가는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의 확산으로 PC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규제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프랑스 전면 금지‧호주 1000억 벌금
한국형 규제도 공룡 기업에 통할까

결국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교육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부모와 청소년이 게임 이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게임시간 선택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이전의 논란과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주와 같은 전면 금지 차원의 규제가 아닌 부모 허가제로 논의 중이기 때문에 셧다운제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경우 14세 미만 가입을 제한하며 연령 인증 의무 강화, 부모의 감독 기능 의무화와 19세 미만 이용자에게는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등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기능에 대한 부모 허가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가 되는 국가 모델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가별로 법체계가 다르고 아직 소수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와 있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안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안들이 많이 있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있다. 플랫폼 기업에 연령 확인에 대해 회원가입 신청자의 연령을 확인한 뒤 14세 미만 아동의 가입을 거부하도록 하거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무한 스크롤 콘텐츠에 대해서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친권자 등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오히려
역차별

제재 수준도 법안마다 차이가 있다. 상당수 법안은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가장 강한 규제안은 추천 알고리즘 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재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되려 국내 기업을 차별하는 역효과가 발생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국내 입법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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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