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박희영 기자 = 지역난방안전 직원들이 신생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억대 규모로 추진되던 항만 드론 사업이 돌연 중단됐다. 직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방두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 지부장은 함께 사업 협력을 주도하던 관계자와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꺼냈다. “더 이상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였다.
제보자들은 방두봉 지부장의 행위를 정치권 인맥을 앞세운 압박이자 조직적인 ‘노조 파괴’ 정황으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부터 논의된 항만 드론 사업에서 시작됐다. 지역난방안전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드론팀’은 최용호 국가직청원경찰 지부장과 항만 보안·방재·순찰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사업을 준비했다. 최 지부장은 방두봉 지부장과 지인 관계로 두 사람 모두 기본소득당 당 대표 노동수석특보를 맡고 있다.
노노 대립
기본소득당이 최 지부장과 방 지부장을 당 대표 노동수석특보로 임명한 날은 지난 2월26일로 신생 노조와 드론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기 불과 20여일 전이다.
제보자 측은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신생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생존이 걸린 사업을 무산시키고 정치권 인맥까지 동원해 입을 막으려 했다”며 “이는 명백한 노조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조직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노동수석특보’들이 오히려 신생 노조 설립을 문제 삼고 사업 협력을 중단하거나 침묵을 요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보자 측은 그동안 최 지부장이 전체 사업 규모가 약 100억원 대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최 지부장이 전달한 것으로 기재된 제안서 가이드라인에는 항만 외곽 자동 순찰을 위한 운영 시나리오 등이 제시됐으며 해양수산부 방문 일정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 지부장은 드론팀이 작성한 제안서를 읽은 뒤 “수정 의견을 주겠다”고 하는 등 그가 사업 진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논의는 실무 제안서 작성 단계까지 진행됐으나 드론팀 측 직원이 회사에 신생 노조 설립 사실을 알린 지난 3월13일 상황이 뒤집혔다. 최 지부장은 지역난방안전 소속 직원이나 사용자가 아닌 외부 인사임에도 신생 노조 설립에 관해 알고 있었다.
제보자들은 방 지부장을 정보 전달자로 지목했다. 방 지부장이 최 지부장에게 “드론팀 직원이 신생 노조를 설립한다”는 사실을 전달했고, 최 지부장이 이를 사업 협력 중단의 지렛대로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제보자 측은 “(최 지부장이) 일이 궤도에 오른 뒤 노조를 만들라” “잠정 보류하라”는 취지로 노조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인 3월15일 두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는 노조 유지와 사업 중단의 연결고리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줬다. 드론팀 관계자는 최 지부장에게 “노조는 없애지 않겠습니다. 3월18일 해양수산부 항만보안과 같이 갈 수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최 지부장은 “첫 번째 답변이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은 답변할 수 없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답했다.
‘노조를 없애지 않겠다’는 첫 번째 입장 때문에 사업과 관련한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제보자 측은 “이후 예정됐던 일정과 협력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신생 노조 유지 통보하자
예정 사업 일정 즉각 거부
노조 파괴 의혹은 지난 3월25일 증폭됐다. 방 지부장은 사업관리실장에게 공식 접견실로 보이는 장소에서 최 지부장이 김 전 총리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실장에게만 전달 전송했다. 사진 전송 직후 방 지부장은 “더 이상 자극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런저런 말하기보다 거론하지 않는 게”라고 보냈다.
제보자들은 노조 설립과 사업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방 지부장이 당시 국무총리와의 친분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보내 직원과 간부들에게 심리적인 압력을 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역난방안전 내의 ‘복지단 돈’을 둘러싼 형사 고소전도 이어지고 있다. 고소인들은 방 지부장이 복지단 단장으로서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를 보관하고 집행할 책임이 있었는데도 복지단 계좌에서 별도의 지출결의서나 내부 기안 없이 본인의 이름으로 현금을 인출한 것은 횡령이라고 봤다.
또 회원들은 일반 조합원보다 두 배 많은 회비를 납부했음에도 복지단을 해산하면서 잔여재산을 똑같이 나누기로 한 결의 역시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복지단 계좌 거래내역에는 2025년 9월29일 ‘방두봉’이라는 기재 내용으로 100만원이 출금된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20일 뒤인 10월19일 ‘오인출 환급’이라는 명목으로 같은 금액이 계좌에 다시 들어왔다.
지역난방안전복지단 직장 회원 일동은 방 지부장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인 측은 “100만원이 아무런 객관적 증빙 없이 방 지부장의 지배 아래 놓였다”며 인출 당시부터 업무상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노동수석특보
2명 노조 파괴 관여했나?
뒤늦게 반환했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결국 금액 반환 전까지 방 지부장이 이를 불법적으로 소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이다.
방 지부장 측의 설명은 정반대다. 청산위원회는 지난 5월4일 법무사를 통해 보낸 내용증명 답변서에서 100만원 인출이 고의적인 사적 유용이 아니라 ‘실무상 착오였다’고 밝혔다. 복지단 계좌와 개인 계좌를 혼동해 잘못 인출했으며, 이를 인지한 뒤 스스로 전액을 반환했다는 것이다. 고소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원상회복했으므로 불법적으로 돈을 가지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방 지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100만원 인출은 계좌를 착각한 단순 실수였고, 문제 제기가 있기 전에 전액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청산 역시 정회원 총회에서 적법하게 결정됐으며 이번 고소 자체가 사측과 제2노조의 기존 노조 와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칙에 의해 의결한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나중에 보상을 하는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사이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부연했다.
이번 고소는 앞서 불거진 신생 노조 설립과 드론 사업 중단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방 지부장은 “사측과 제2노조가 기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악의적인 제보와 고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복지단 고소 역시 회계 비위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노조 지부장을 형사사건에 묶어 기존 노조의 교섭력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고소 반복
방 지부장은 김 전 총리의 사진을 보낸 것에 대해 “최 지부장이 대외 활동으로 바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 서로 불편한 일 만들지 말자는 취지로 사업실장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수부가 노조 때문에 사업을 중단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계약 단계까지 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보자 측이 “사업의 구체화 여부는 이번 사건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최 지부장이 사업 진행을 원하는 드론팀의 간절함을 악용해 불법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반박한 만큼 양측의 팽팽한 주장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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