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린 한동훈, 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7.27 15:27:35
  • 호수 1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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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확성기가 키운 ‘반한 세력’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의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잠재 경쟁 구도까지 거론된다. 한 의원은 왜 가는 곳마다 전선을 만들게 됐을까? 한 의원을 방어하려는 친한계의 확성기 정치가 오히려 반한동훈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적이 도대체 몇이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이미 적이고, 곧 오세훈 서울시장과 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의원은 오 시장과도 원래 사이가 좋지 않다”며 “오 시장이 한 의원 제명 국면에서 장동혁 대표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한 의원의 복당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방이 적
오세훈까지?

이런 가운데 한 의원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을 놓고 전체 응답자 중 57.2%는 “국민의힘의 쇄신과 보수 재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자 중 37.3%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수층 중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58.4%, “도움이 된다” 38.5%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53.0%, “도움이 된다” 43.1%로 응답했다.

한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서도 57.8%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35.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장 대표 측에서는 한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한 의원은 가는 곳마다 대립이 있다”며 “그분이 몸담는 곳은 늘 불안정하고, 소란·갈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는 “보수를 궤멸시키다시피 한 분이 무슨 보수 재건을 하느냐”며 “재건은 다른 역량 있는 분들에게 맡기고, 조용히 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정혜승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기보다 차라리 깔끔하게 창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제안했다.

최근 한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그의 복당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친한(친 한동훈)계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인신공격·조리돌림하는 계파 정치의 폐해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 한 의원과 가장 직접적인 전선을 형성한 인물은 장 대표다. 한 의원과 장 대표는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결별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가장 큰 정적이 됐다. 한 의원은 장 대표 체제에서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와 최고위 의결을 거쳐 제명됐다.

복당 반대 57% “가는 곳마다 소란”
장·이·나 이어 안과 격렬한 다툼

장 대표는 한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도 중징계를 추진하려 했으나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달 들어서도 “한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다수의 친한계 의원들을 징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의원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도 수년째 각각 중도 보수·개혁 보수 등을 표방하면서 보수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한 의원은 개혁신당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테러 자작극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함께 개혁신당을 공격했다.

한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속된 정 전 후보 테러 자작극 사태의 핵심은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경찰·개혁신당이 언제 알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 동정심 때문에 정 전 후보는 자신이 받을 수 있었던 표보다 더 득표했고, 부산 시민들은 속아서 투표해서 투표권을 강탈당했다”며 “테러가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선거 전에 알았다면 정 후보에게 투표할 부산 시민은 훨씬 적었을 것이고,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선거 한참 전에 정 전 후보로부터 테러가 자작극이라는 자백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선거 전에 알았다면 경찰은 그 사실을 알렸어야 했고, 개혁신당은 그 사실을 고백하고 후보를 사퇴시켰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이 대표 등 개혁신당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배후설’을 제기해 전선이 확대됐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보좌진으로 일했던 사람”이라며 “누가 정 전 후보에게 접근해서 이상한 마음을 품게 했는지 몰라서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한 의원에 대해 지난 10일 “본인 관련 의혹(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처신했는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개혁신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친한계 상당수가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가까웠고, 이 대표를 공격했던 인사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울러 “친한계로 재편된 이후엔 각종 방송에 출연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를 부당하게 공격한다”는 시선도 강하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한 의원과 친한계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다.

한 의원과 안 의원의 갈등은 최근 부각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에서 진행된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의원은 이날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아닌 당사로 집결하자’는 메시지를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도 보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개혁신당도
강한 반감

그러자 한 의원은 지난 9일 “안 의원의 증언은 사실 왜곡”이라며 “시간이 지났다고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면서 공개적으로 한 의원의 복당에 반대했다.

지난 1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의원께서 창당하신다면 친한계 여의도 레커들은 배제하시길 바란다”며 “그들은 같은 당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 밖의 사람을 위해 인신공격과 중상모략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의원을 지지하다가도 레커들 때문에 진저리를 치고 멀어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친한을 떠드는 레커들이 한 의원 곁에 계속 포진해 있는 한, 그들에게 물리고 할퀴어진 분들의 한이 한동훈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과 안 의원의 갈등을 두고는 두 사람이 모두 수도권·중도 확장형 보수라는 상징 자본을 놓고 경쟁하는 대체재 관계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이 상대를 향해 조롱성 표현까지 동원한 상황은 정치권에서 흔치 않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 의원과는 지난 2024년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 나 의원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나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도 나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한 의원은 나 의원과 유상범·유영하 의원을 친윤계로 분류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잘못을 감싸고, 계엄을 사실상 옹호했던 분들이 돌아가면서 당원·지지자·저를 비난했다”며 “그런 분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제대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당 대표를 지내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인사라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이나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스스로 트로이 목마가 돼선 안 된다”는 등 한 의원을 압박했다.

정치 지도자는 때때로 전략적으로 적을 만들어 내부의 단결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필요 이상의 적을 양산하지 말고, 줄여야 한다. 그러면서 동맹을 늘릴 줄 알아야 대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울러 적을 과하게 자극해 전략적 화해의 여지를 줄이는 일도 피해야 한다. 이를 모두 조합해 대권을 손에 넣었을 때, 우리는 리더십이 증명됐다고 표현한다.

“방송 방어전
갈등 키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의원을 두고 “보수의 유시민”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지지층 결집력과 메시지 전투력은 강하지만, 반대편의 거부감도 함께 키우는 정치 스타일이라는 의미다.

안 의원이 ‘여의도 레커’를 언급하고 장 전 최고위원이 “친한계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인신공격·조리돌림하는 계파 정치의 폐해를 보여줬다”고 주장한 상황은 친한 성향 인사들이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 측 출연 지분을 적지 않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구 친윤계는 상대적으로 언론 노출을 꺼린다. 노출을 하더라도 강경 보수 성향 매체나 지역구가 속한 지역 매체들로 한정된다. 친한계 인사들은 구 친윤계의 낮은 언론 노출이 만든 공백을 파고들어 ‘국민의힘 몫’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한 의원을 옹호하면서 다른 정치 세력을 모두 비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중에는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도 포함된다. 친한계의 방송 출연은 그들의 의견을 대중에게 쉽고 빠르게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줬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정치 세력을 적대적 세력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 때문에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패널 인증제를 언급했다. 장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당원이면서 국민의힘 명찰을 달고 패널로 나서서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면 제명을 포함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패널 인증제는 실제로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친한 성향 인사들이 국민의힘 측 방송 패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당내에 생기는 갈등을 장 대표가 그대로 밖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접한 김 전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두환정권의 보도지침과 비슷하다”며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도 꺼내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친한계 구성원의 방송 출연 중 타 정치인 비판이 이유 여하를 떠나 보수 내부의 악감정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위협적이라 공격만 당해”
포위된 영웅 서사 강조

한 의원과 친한계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후 대외적으로 ▲보수의 정상화 ▲낡은 친윤·강성 보수·부정선거론 타파 ▲한 의원을 통한 보수 재건 등 명분을 내세운다.

이 구도대로라면 장 대표는 당을 망치는 사람이, 안 의원은 한 의원을 시기하는 사람이, 이 대표는 정 전 후보 테러 자작극 의혹을 회피하는 사람이 된다. 이 구도는 방송을 통해 지지층을 상대로 확산된다. 친한계와 지지층은 방송을 통해 “우리가 맞다”는 확인을 반복 공급받는다.

지지층은 통쾌함을 얻고, 친한계는 다시 확신을 얻는다. 정치적 강화학습에 가까운 구조다.

결정적인 지점은 “한 의원이 포위됐다”는 피해자·영웅 서사가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 의원은 고독한 위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구 친윤계의 탄압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및 낡은 보수와도 싸운다. 이 대표와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도 앞서 있다.

친한계 내부에서는 한 의원이 공격받는 이유를 “그가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이 때문에 친한계 구성원의 방송 중 발언 수위는 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더 강하게 방어해야 하는 탓이다. 비판자와 적대자는 구분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판자와 적대자가 모두 뭉뚱그려져 취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인식은 간극을 만든다. 친한계가 방어적 공격 차원에서 전개하는 방송 토론의 각종 발언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냥 공격이 된다. 친한계는 “우리는 한 의원을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상대방은 “친한계가 방송으로 당을 압박하고 있고, 공개 망신을 주며, 복당도 하기 전에 당을 접수하려고 한다”고 인식한다. 이 간극은 결국 상호 공격의 강도를 다시 높인다.

이 흐름을 심리적으로 해석하면, 위협을 인식할수록 도덕적 자기 확신으로 이를 방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자기 확신은 확성기를 통해 정적을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반격해 포위감이 강화된다. 그러면 더 강한 공격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친한계의 메시지에는 ‘포위된 개혁 세력’이라는 자기 인식이 깔려 있다. 자신들을 낡은 보수와 싸우는 개혁 주체로 규정하다 보니, 반대파를 다른 노선의 경쟁자가 아니라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방송과 SNS는 이 인식을 증폭시키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 지지층의 호응은 친한계의 자기 확신을 강화하고, 상대의 반격은 다시 ‘한동훈 포위망’ 서사로 회수된다. 안 의원과 장 전 최고위원의 강한 비판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의
유시민?

한 의원은 보수 재건 목표를 ▲2028년 총선 승리 ▲2030년 정권교체 등으로 제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 의원 자신의 차기 대권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적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있어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보수 재건은 적을 선명하게 만드는 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적대 전선을 관리하고, 언젠가 다시 협상 가능한 상대로 남겨두는 능력도 리더십의 일부다. 과연 한 의원은 넓어진 전선의 대가를 감당하면서 보수 재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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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