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기준 없는 임신 중지 의약품 ‘미프진’ 딜레마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7.30 10:01:26
  • 호수 1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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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풀리는데 부작용은 알아서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미프진’에 대해 “법 개정 전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관련 논의는 물론, 입법 공백 해소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법유통 방지와 여성 건강권 보장을 위한 양성화 촉구의 입장과 안전장치와 법적 기준 없는 강행 시 사법적 리스크가 크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의사 재량’으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뉘며 허가 여부와 함께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프진(미프지미소정) 허가에 대한 해법을 찾아볼 것을 제안하며 임신 중지 의약품인 미프진과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허용되지 않아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는 모양”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책임은
누가?

이 대통령은 “(복용 가능한 임신 주수를) 몇 주로 할 것인지 정하다가 임기가 끝날 것 같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의사 재량으로 판단하게 허용한다든지, 그게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유통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임신 중지 의약품의 현실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다만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재량’이 거론되며 최종 판단과 책임의 주체에 대한 문제도 함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의약품으로,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첫 번째 약으로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후, 24시간~48시간 이내에 미스프로스톨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임신 유지 호르몬을 차단해 자궁 내에 착상된 수정란을 자궁내막에서 분리시킨 후 자궁을 수축시켜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배출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아 공식 유통되고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본래 위궤양 치료 및 예방제로 허가받아 처방된다. 미페프리스톤은 국내에서 유통 중이지 않아 현대약품이 두 성분을 합친 복합제인 미프진의 품목 허가를 지속적으로 신청해 왔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및 관련 법적 근거 정비 문제와 안전성·유효성 검토 과정 등으로 인해 식약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독점 판권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약품이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신청했던 것은 지난 2021년이다. 식약처는 신약 심사 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과 품질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일부 자료의 보완을 요구했다.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지만 일부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22년 12월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지난 2023년 허가를 재신청했으나 추가 보완 문제 등으로 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지난 2024년 세 번째 품목 허가를 신청해 국내 도입 절차가 다시 진행되는 중이다.

이번 대통령 발언 이후 허가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주가가 사흘간 62%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정식 허가 논의가 끝나지 않는 동안 텔레그램,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미프진을 포함한 임신 중지 의약품 관련 불법판매 게시물이 지난 5월까지 최근 5년여간 3189건 적발됐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7건에 불과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임신 중지 의약품 불법유통 적발 건수는 지난 2024년 116건에서 지난 2025년 31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청 취하했던 고위험 의약품
산부인과 아니어도 처방 가능?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미프진을 판매 중인 한 웹사이트의 상담 대화방에 문의를 남기자 상담 직원은 “임신 7주 전 35만원, 임신 7주~12주 55만원”이라며 비용을 제시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말에 본인이 약사라며 직접 복용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는 이 같은 경로를 통해 미프진을 구입한 여성들의 후기와 홍보성 게시물이 다수 올라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프진을 불법 구매하는 여성들은 실제 의료진인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5배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입법 공백 속에 임신 중지 허용 주수와 절차 등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미프진 등을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하지 않았다. 불법 임신 중지 의약품의 국내 반입 건수와 수량은 관세청 소관으로, 식약처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미허가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수거해 성분과 함량, 위조 여부, 유해물질 등을 검사한 사례는 없었다.

불법 복용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여성들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이유다.

식약처는 미프진 허가에 대해 “아직 관계 부처 간 논의 전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 허용 및 그 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심사와 허가가 가능한 기존의 일부 허가 요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미프진) 허가 신청과 관련해서는 “현재 허가 신청 건에 대해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검토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중지 의약품의 불법유통이 지속되는 이유는 제도적 공백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지난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0년 12월31일을 대체입법 개정 시한으로 정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는 임신 중지 허용 주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불법유통
3189건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와 여야가 각각 발의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낙태 허용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한 후속 법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며, 현행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을 수술로만 규정하고 있어 약물 사용의 근거가 없다. 국무회의에서 입법 공백의 대안으로 미프진 허용에 대한 내용이 나오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22대 국회에서 진보당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법률상 ‘인공임신중절’이란 용어를 ‘인공임신 중지’로 변경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도 용어 변경의 내용과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로도 인공임신 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하반기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임신 중지 약물 관련 낙태에 관한 헌법불합치 판정이 있었고 개선 입법을 하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아직 입법이 미비한 부분에 대해 정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모자보건법 개정 등 필요한 부분을 국회와 논의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법 개정 전이라도 허가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이 대통령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이며 성평등부도 협조할 것”이라며 “여성계와 소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명했다. 특히 고위험 전문의약품을 ‘의사 재량으로 판매를 허용하자’는 졸속 정책은 정부의 책임을 의료계에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명확한 법률적 테두리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처방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와 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무모한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전면적인 거부 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졸속 정책
깊은 우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현재 임신 중단 수술도 10만원대부터 형성된 경우가 있고 수술에 비해 미프진 복용 후의 출혈량이 몇 배에 달할 수 있다”며 미프진 허가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급여로 진행될 경우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급여로 수술을 진행하는 여성들이 있다”며 “보험급여가 적용될 경우 오히려 해외직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허가 이후 해외직구가 금지된다면 여성의 선택지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 재량’의 부분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며, “산부인과 전문의 외의 의사가 진단할 경우, 자궁 외 임신인 환자를 구별하기 어려워 환자가 입을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정상적인 착상 장소인 자궁 내부가 아닌 다른 곳에 착상되는 임신이다.

이 경우 미프진을 복용하게 되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파열 및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안정성 문제에 대한 기준을 위해 약물 임신 중지에 대한 지침과 세부 사항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독일과 같은 숙려 기간 및 의무 상담의 경우 관리 시스템을 위한 국가적 비용 문제도 있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표했다.

미프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의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이라면 전문 과목과 상관없이 미프진 처방이 가능하다. 다만 임신 중지 전 상담·숙려 기간 등 법적 절차를 거친 뒤 의사가 국가의 의료·법적 기준에 따라 시행하는 구조다.

일본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 중 ‘모체보호법 지정의사’가 처방하며 지정 병원에서 복용 후 관찰까지 이어진다. 미프진은 WHO(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지난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현재 영국,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일본, 미국 등 약 100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 후 의료비용 증가에
“내가 약사다” 온라인 불법유통

대통령의 주장을 환영한다고 밝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논평을 통해 개발된 지 40년 가까이 된 임신 중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법 공백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현행법 안에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수술과 비교했을 때의 가격에 대해 “수술의 경우 주수에 따라 몇 배씩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미프진은 가정에서 복용 가능하며 진료비를 제외하면 북유럽 기준 5만원~6만원, 미국 기준 12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돼 높은 접근성 측면에서 수술보다 여성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 가능한 의사의 범위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장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추후 식약처 기준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게 되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시군구는 시급성 측면에서 문턱이 생기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고 언급했다.

미프진 허가에 대한 논쟁은 결국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한 의료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제도 밖에서 이뤄지는 불법유통과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허가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이유다. 반면 충분한 기준과 안전장치 없이 허가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7년째 이어진 제도적 사각지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2022년 발간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의료 비용이 오히려 증가했으며 필요한 정보와 의료서비스로의 접근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보고가 실렸다.

제도적
사각지대

또 이는 궁극적으로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의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고, 불법 약물 구매로 대체되는 요인이 되면서 여성의 건강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프진 허가가 쏘아 올린 모자보건법 논의에 다시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이번에는 허가 여부뿐 아니라 처방 기준과 의료적 안전장치, 책임 주체 등을 둘러싼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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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