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030 대선, 2030이 흔든다

2028 총선이 승자 결정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거대한 세대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4년 뒤 치러질 2030년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지만, 필자는 그 승부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정치권이 진정으로 준비해야 할 선거는 2028년 총선이며, 그 총선이 2030년 대선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2030년 대선은 2030세대가 단순한 유권자를 넘어 선거의 의제와 여론의 흐름까지 주도하는 첫 번째 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28년 총선은 단순한 의석 경쟁이 아니라 미래 권력을 결정할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본선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인재 육성, 정책 경쟁은 모두 2030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출발선이다. 어느 정당이 청년 세대를 행사장의 배경이 아니라 미래 국가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4년 뒤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국가 운영
동반자로

이 같은 흐름은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8·17 전당대회 공약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후보들은 2030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2030세대의 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청년층이 더 이상 선거 때마다 잠시 호명되는 주변 세력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심 유권자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이제 2030세대는 정치권이 보호하거나 설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권력을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갈 핵심 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중심축은 이미 이동 시작=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은 40~50대였다. 그들은 경제활동의 중심 세대였고 사회적 영향력도 가장 컸다. 그래서 정당은 중장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지역 기반을 다졌으며, 선거 전략 역시 그들을 중심으로 짰다.

정치는 조직과 자금, 지역 유지와 언론이 주도하는 구조였다. 결국 어느 정당이 중장년층을 더 단단하게 결집시키느냐가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다.

당시 20~30대는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투표율도 상대적으로 낮았고 정치 참여도 제한적이었다. 정당도 선거철이면 청년 공약 몇 가지를 발표하는 것이 전부였다. 청년은 현재의 유권자가 아니라 미래의 유권자로 인식됐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청년들이 직접 정치 의제를 만들고 확산하기 시작했고, 정치의 문법도 완전히 달라졌다.

2002년 대통령선거는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선거였다.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된 자발적인 참여가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이후 SNS 시대가 열리면서 정치는 더욱 빠르게 변했다. 이제는 방송과 신문 못지않게 유튜브와 플랫폼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직의 크기보다 콘텐츠의 확산력이 선거를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

정치의 무게중심도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AI 시대가 정치 세대교체 앞당겨= 지금 대한민국은 단순한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 시대로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은 산업과 금융, 교육과 의료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와 행정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선거 전략은 물론 정책 분석과 민원 처리, 행정 서비스까지 AI를 활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후보와 정당의 경쟁력은 AI를 정책과 행정에 어떻게 활용하고, 그 변화와 위험을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30년 대선에서는 AI 산업 육성뿐 아니라 일자리 변화, 교육 개편,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책임 같은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지도자는 경제와 복지 정책만 잘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와 국가 경쟁력, 윤리 문제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거대한 세대 전환 문턱에
의제와 여론 흐름도 주도

이제 정치는 과거를 관리하는 능력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 가장 자연스럽게 AI를 받아들이는 세대는 2030세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했고 플랫폼 문화에 익숙하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젊은 정치인이 아니다. AI 시대의 일자리와 교육, 공정한 기회, 자산 형성, 미래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다.

결국 2030세대의 언어로 미래를 설명하고, 그들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는 정치만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2028 총선이 2030 대선 결정= 총선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인 동시에 차기 대통령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정치인은 국회에서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 장관이 되고, 당 대표가 되고, 결국 대통령 후보로 성장한다. 국회는 단순히 법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의 국가 지도자를 시험하고 훈련하는 정치의 학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2028년 총선을 2030년 대선의 예선전이라고 본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선거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급하게 찾는 데 있다. 유명 변호사와 방송인, 기업인, 유튜버를 영입해 ‘청년 인재’라고 소개하지만 정치는 하루아침에 배우는 직업이 아니다. 주민 민원을 해결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조례와 법률을 만들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정치인은 성장한다. 정당이 평소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인재 부족을 반복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더 중요한 것은 2030세대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집값과 일자리, 자산 형성의 기회, 연금 부담, 공정한 경쟁, 그리고 AI 시대의 새로운 직업과 교육에 대한 해법이다.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거 관리?
미래 설계!

청년의 삶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과 정당만이 2030세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028년 총선의 진짜 경쟁은 의석수가 아니다. 어느 정당이 미래의 지도자를 더 많이 키웠느냐의 경쟁일 것이다. 필자는 2030세대 정치인을 가장 많이, 가장 체계적으로 국회에 진출시킨 정당이 2030년 대선에서도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 후보 한 사람보다 미래 지도자 100명을 키우는 정당이 결국 더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표 기반은 기성세대, 선거의 흐름은 2030세대가 만든다= 2030년이 되면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70~80대에 접어든다. 이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매우 중요한 유권자 집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어느 정당도 이들의 삶과 복지, 의료와 연금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고령층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자 선거의 든든한 기반이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단순히 유권자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의제를 만들고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론을 확산시키는 힘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가장 활발하게 수행하는 세대가 바로 2030세대다. 디지털 플랫폼과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짧은 영상과 온라인 토론만으로도 정치 의제를 만들고 여론의 흐름을 움직이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는 표의 기반은 기성세대가 형성하고, 선거의 흐름은 2030세대가 만들어 가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느 세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세대는 대한민국을 함께 이끄는 동반자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각 세대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읽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이라면 숫자만 계산하는 정치가 아니라 흐름을 읽는 정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이미 젊은 정치를 실험 중= 대한민국보다 먼저 세대교체를 경험한 나라들은 적지 않다. 유럽에서는 30~40대 지도자들이 총리와 대통령에 오르며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다. 그는 34세에 프랑스 최연소 총리로 임명되며 세대교체의 상징이 됐다.

이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AI와 신산업 등 미래 의제를 기존 정치보다 빠르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는 이미 ‘경험 중심의 정치’에서 ‘미래 대응 능력 중심의 정치’로 이동하고 있다.

콘텐츠로
여론 확산

과거 정치는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었으나 앞으로는 경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AI는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고 플랫폼 경제는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저출산과 초고령사회는 국가 운영의 기본 틀 자체를 흔들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풍부한 정치 경험도 국민에게 미래를 제시하기 어렵다. 이제는 과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정치보다 미래를 가장 잘 준비하는 정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 정치가 곧 좋은 정치라는 뜻은 아니다.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경험과 혁신이 함께 가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지혜 위에 디지털 세대의 감각이 더해질 때 비로소 미래형 정치가 가능해진다. 세대교체는 세대교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세대 간 협력과 인재 육성에 있다.

대한민국도 청년 정치의 싹이 자라고 있다= 우리 정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때는 30대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청년 정치인의 국회 진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30~40대 의원들이 정책과 토론, 미디어 소통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방의회에서도 젊은 정치인의 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가 세대교체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이준석 의원이다. 그의 정치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30대에 거대 정당 대표를 맡으며 ‘정치에도 세대교체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준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이후 각 정당이 청년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한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우리 정치의 세대교체 논의를 앞당긴 상징적 장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국회를 보면 청년 의원들은 단순히 나이가 젊은 정치인이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기존 정치와 다른 방식으로 정책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아직은 숫자가 많지 않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변화의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청년 정치인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책과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년 선택?
‘AI 시대’에 가장 먼저 이해해야

정당도 이제 ‘정치학교’에서 ‘미래정치학교’로 바뀌어야= 실제로 이번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도 청년 정치 확대와 미래 인재 육성, 디지털 정당 전환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약의 숫자가 아니다. 2028년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청년에게 지역구와 역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느냐다.

청년을 행사장의 배경으로 세우는 정당보다 미래 지도자로 성장시킨 정당이 결국 2030년 대선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제 각 정당이 청년위원회 하나 두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청년 조직이 아니라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이다. 선거 직전에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인재를 키우는 정당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이 곧 정당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정당마다 ‘미래정치학교’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곳에서는 선거 전략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헌법과 입법, 예산과 행정, 외교와 안보, 지방자치와 국가 재정까지 종합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여기에 AI와 데이터 분석, 디지털 플랫폼, 사이버 안보, 첨단산업 정책 같은 미래 과목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인의 경쟁력은 연설 능력보다 미래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정치는 국가를 경영하는 일이다. 기업이 미래 CEO를 육성하듯 정당도 미래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길러내야 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인재를 급하게 영입하는 방식으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이제 정당도 ‘인재를 찾는 조직’에서 ‘인재를 키우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2028년 총선을 넘어 2030년 대선을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2030 대선 승자는 이미 준비 시작= 필자는 2030년 대선을 단순히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며,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완성되는 선거다. AI를 이해하는 정치, 플랫폼 시대를 이해하는 정치, 디지털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정치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인재를 키우고 미래를 준비한 정당만이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030년에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유권자다. 그들의 경험과 삶은 존중받아야 하며 복지와 의료, 연금 정책 역시 국가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책 의제를 만들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은 점차 2030세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세대 간 대립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연결하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준비한 정당
이기는 경쟁

결국 2028년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과 다음 세대 지도자를 함께 준비하는 선거다. 2030세대를 가장 많이 공천한 정당이 아니라 가장 많이 성장시킨 정당, AI 시대를 가장 먼저 이해한 정당, 미래를 가장 오래 준비한 정당이 2030년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다음 승부는 과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정당이 아니라 미래를 가장 잘 준비한 정당이 이기는 경쟁이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