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친청계 반격 시나리오

‘비주류 프레임’ 친명 포위망 뚫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8·17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출마를 공식화했다. “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힌 그는 자신을 ‘아웃사이더’ 내지는 ‘비주류’로 규정하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친명계의 공격에도 몸을 낮추면서 반격의 기회를 보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를 선두로 숨죽이고 있던 친청계의 행동 반경도 넓어졌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직 민심, 오직 당심만 믿고 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당·정·청 원팀·원보이스”를 외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나온 길을 보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이재명정부의 국정이 안정되도록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명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연임 도전
승부수는?

정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은 순탄치 않은 여건 속에서 이뤄졌다. 검찰개혁과 6·3 지방선거 등 크고 작은 문제로 청와대와 충돌했고 비당권파는 정 전 대표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전당대회 막이 오르자 정 전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에서 ‘정청래 연임이 곧 이재명 대통령 레임덕’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 전 대표가 꺼내든 승부수는 민주당에 대한 충성과 개혁 그리고 당권 강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일편단심 민주당 바보”라며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권 경쟁자이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봤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발목을 잡은 ‘자기 정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대표 재임 중 이 대통령과 많은 방법으로 만나 소통했다”며 불통 이미지를 상쇄했고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겠다. 당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대선 출마 기회가 와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는 취지의 기자들의 질문에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이해해 주시면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이 대표 시절 제안했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데 대해선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다”며 “당 대표가 되면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전 당원투표로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민주·진보의 통합과 연대를 추진해 완성하겠다”며 “유능한 진보 세력의 총 단결을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강조한 정 전 대표는 개혁 과제 완수를 통해 임기 2년 차인 이정부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나타냈다. 그는 “지난 1년 강력한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달려왔는데 다시 한번 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며 “개혁이 민생이고 민생이 개혁이다.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아서 개혁을 멈추면 쓰러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작부터 험난한 연임 가도
개혁·당원·정통성 삼박자

지난 탄핵 정국서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당심을 사로잡은 만큼 다시 한번 권리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의 출마를 기점으로 친청(친 정청래)계의 출마 러시가 시작됐다. 먼저 최민희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민주당을 지키고 개혁 추진의 견인차가 되기 위해 최고위원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지금 시대가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은 확실한 검찰개혁, 중단 없는 언론개혁, 성역을 없애는 사법개혁, 불가역적 경제개혁 등 민생 개혁”이라며 “이정부 1년 내란 청산과 개혁의 일정 성과가 있었음에도 내란 세력 심판과 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개혁은 시작하면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최 의원은 여러 차례 정 전 대표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정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게 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저는 줄 서는 건 하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이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민생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 같은 분이 정 전 대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대표가 얘기하는 정직한 정치, 개혁 과제를 빨리 완수하고 이재명정부 성공을 통한 총선 승리로 나아가자는 것에 동의한다”고 부연했다.

정청래 지도부 체제에서 당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민수 의원도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다. 한 의원은 출마 선언을 통해 자신을 “친명이자 친청 후보”라고 규정하며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선과, 국민주권 정부의 탄생으로 집권여당 민주당의 구성원 모두는 친이재명이다. ‘친명’이라는 수식어는 우리 전체를 묶어내는 말이다. 민주당의 구성원을 나누고 분열하게 하는 계파적 용어가 아니”라며 “전임 정 전 대표와 지도부를 지칭하는 ‘친청’ 또한 마찬가지다.

살살 꺼내는
날선 칼날

일각에서는 누구는 ‘친 이재명’ 누구는 ‘친 정청래’라며 우리를 나누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친청계 후보들은 보완수사권을 중심으로 진열을 정비했다. 이른바 ‘장윤기 사건’ 이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두고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왔지만 ‘100% 전면 폐지’를 외치며 개혁 완수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주당 검찰개혁의 깃발이고 상징이라는 뜻을 굳혀왔다”며 자신의 SNS에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두고 우려를 제기한 여당 의원총회 기사 제목을 공유한 뒤 “정말 심각하다. 갑자기 왜 이런 분위기가 됐는지. 우울하다”고 썼다.

최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거론하며 “제 판단에는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기는 게 아니라 검찰수사권 존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대표가 있어서 통하지 않던 각종 부탁이 민주당에 통하고 있나 싶어 무척 걱정된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수사권 폐지를 완수하려는 법사위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검찰개혁”이라고 힘을 실었다.

한 의원 역시 “우리는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는 무소불위 권력의 부작용을 이미 지켜보지 않았나. 이정부도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는 흔들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그 원칙을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혁을 앞세워 강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정 전 대표는 ‘언더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으로 수가 많은 친명계가 소수인 친청계를 포위하는 상황에서 방어에 주력하며 고군분투하는 ‘약자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은 “정청래 체제로 총선을 치르면 필패”라며 선거 초반부터 그를 몰아세웠다. 정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날에는 “이재명 대통령 스토커”라며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데 혼자 이재명을 몇 번 외친다고 명청 대전이 없어지냐”며 날을 세웠다.

눈물 서린
동정론

김 전 총리 역시 정 전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총리 퇴임 후 여의도에 복귀한 그는 곧바로 정 전 대표를 향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가 있느냐”고 포문을 연 뒤 연일 정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오직 당원’을 외치며 권리당원을 향해 자신의 방패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에도 “저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지킬 테니, 당원들께서는 저를 지켜주시라”라고 요청한 그는 연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켜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에서 전당대회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당규 개정이 이뤄지면서 ‘정청래 동정론’ 기류가 흐른다는 평이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선택한 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을 제외한 최하위 후보를 지지한 표의 차순위 선택을 상위 후보에게 재배분해 최종 승리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김민석·송영길 두 사람이 당의 주류인 만큼 친청계에서는 ‘규정 위반’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선호투표제를 지지하는 친명계의 공세를 자신을 향한 ‘다구리’라고 표현한 한 한 언론사의 만평을 공유하며 “두들겨 맞으면 많이 아프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도 자신의 SNS에 “2대 1, 3대 1로 싸우면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많이 아프다”며 친명계에 포위된 자신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결국 당규 개정을 추진키로 하면서 친청계가 한발 물러서는 그림이 그려졌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친청계가 과반인 만큼 선호투표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정 전 대표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타결이 이뤄진 것이다.

‘당 대포’서 ‘다구리’ 된 이유
“정청래가 약자?” 오히려 반감도

친청계 의원들은 당규 개정에 대해 “천길 낭떠러지에 직면한 당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소신을 잠시 내려놓는다”며 “정청래 지도부 1년을 관통해 온 선당후사의 정신에 따라 다수의 권리를 포기하고 소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원 동지들께서 맡겨주신 당헌 수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호투표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해 온 정 전 대표는 “쿨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존중하고 수용한다”면서도 “할 말은 많으나 말하지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제가 민주당을 지킬 테니 이제 당원들께서 정청래를 지켜달라”며 다시 한번 당원을 향해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일대다’ 구도에서 선거 규정마저 상대 측에 유리하게 바뀐 만큼 정 전 대표에게 동정표가 쏠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는 정 전 대표의 야심작인 1인1표제가 적용되는 선거로 “지켜달라”는 주장이 단순한 요청이 아닌 권리당원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비주류 프레임을 대하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는 이미 지난 1년간 당 대표직을 수행하며 입지를 다져온 핵심 인물로 비주류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을 통해 “정 전 대표의 강한 스타일은 내란 국면에서는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졌지만 지금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경제 성과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 “정 전 대표는 누구보다 센 사람이고, 사나운 기질을 가진 정치인이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를 비교하면 열에 아홉은 정 전 대표가 더 사납다고 할 것”이라며 “‘다구리’는 여러 사람이 약한 사람을 상대할 때 쓰는 말로 그가 쓸 계제는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원석 전 의원 역시 “(정 전 대표는) 직전 당 대표이기 때문에 수성하는 입장”이라며 “본인이 전직 챔피언으로서 수성하는 입장인 만큼 이(언더독) 구도가 불리하다”고 봤다.

다 보이는
얕은 수?

박 전 의원은 “본인이 코너에 몰린 도전자, 대통령으로부터 핍박 받고 두 후보의 협공으로 내몰리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초반에 전략을 취한 게 아닌가. 선거 룰도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정 전 대표 이미지상 그게 잘 안 된다. 불쌍한 스타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면 계속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데 평소에 쌓여 있는 이미지도 그게 아닌 데다가 때때로 본인이 반격을 하는데 지지층에게 있어 그 반격이 굉장히 거슬린다”며 “정 전 대표가 이걸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청래 겨냥한 송 ‘낙태’ 발언

전당대회 분위기가 과열되는 가운데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한 송영길 의원의 ‘낙태’ 발언이 논란이다.

앞서 정 전 대표가 ‘평택을에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자기 아들한테 ‘내가 너 낙태했어야 하는데 낳았다’는 것과 똑같다”며 “너무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이후 수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송 의원은 “일부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를 봐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정 전 대표를 향해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진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만큼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판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 전 대표는 역적 발언에 “섬뜩하고 무섭다. 전당대회 출마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인가”라고 반발했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