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알린 세 번의 경고음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7.23 09:06:27
  • 호수 1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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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막았더라면…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왜 이렇게 됐을까? 전국 140여개 점포로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를 차지했던 홈플러스의 끝이 보인다. 인수 당시 차입매수 방식의 경영권 확보와 매각 후 재임차를 통한 투자금 회수, 이커머스 투자 부족, 그리고 기업회생 신청 당시 금융당국과 검찰의 대응까지…. 오늘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29년 역사의 끝을 알리는 경고음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2015년부터 이미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첫 번째 경고음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7조2000억원원 규모의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은 차입을 통해 조달됐다. MBK와 공동 투자자들이 3조2000억을 출자하고 하나대투증권, NH투자증권,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권이 대거 참여해 인수 가격의 약 60%인 4~5조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치열한 인수 경쟁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부채 증가
적자 전환

일반적인 아시아권 LBO 대출의 3~4배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으며, 당시 거래는 국내 유통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당시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 기반 덕분에 여러 사모펀드들이 인수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매력적인 기업이었다.

홈플러스는 400개 이상의 매장과 500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주당 600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하는 등 테스코의 해외사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금융권은 홈플러스의 연간 현금창출력이 7000억~8000억원 수준이며 전국 점포 부동산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MBK 또한 지역 핵심 상권과 역세권, 대형 도로변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들의 위치를 보고 부동산 가치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인수 금융 이자 부담만 연간 2000억원 이상이었기에, 대출 상환을 위해 MBK는 현금 마련에 집중했다. MBK가 선택한 방법은 투자가 아닌 ‘점포 매각’이었다.

인수 직후부터 매각 후 재임차(S&L‧Sale & Leaseback) 방식으로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동대문점, 북수원점 등 전국 곳곳의 알짜 점포들을 매각했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일수록 부동산 가치가 높아 매각 대금도 컸다. 매각을 통해 확보된 5000~7000억원 규모의 자금은 채무 상환에 우선 투입됐다.

건물주에서 세입자가 된 홈플러스에 당장의 현금 확보는 가능했지만 결국 돈을 가장 잘 벌어다 주던 점포를 제 손으로 넘기고 들어오는 현금은 다달이 임대료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유럽 연합,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재정지원 금지 조항’을 통해 인수 대상 회사 자산이 인수 자금 조달에 활용되는 것을 사전에 규제할 수 있다. 만일 한국 또한 형법상 배임죄를 통한 사후 규제가 아니었다면 MBK가 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에 있어 수조원대의 빚을 떠넘겨 결국 파산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도 문제였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돈을 계속 내주고 있었다.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 중에는 국민연금도 포함돼있다. 2015년 인수 당시 상환전환우선주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이 MBK에 투자한 자금은 총 2조2000억원 규모다.

국민연금은 만기 5년에 배당 3%, 만기이자율 연 복리 9%를 조건으로 투자했지만 지난 1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에서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 공정가치를 0원으로 평가하며 약 2696억원 수준의 미회수 투자금에 대한 회수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약 9000억원으로 평가됐던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해 전액 손실 처리한 것이다. 1조원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이 손실을 볼 상황에 놓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MBK의 부실 경영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에 위탁운용사 자격 박탈과 투자금 회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다른 기업 이커머스 대응하는데
매장·물류센터 팔아 이자 메우기

결국 홈플러스가 MBK에 인수된 이후 약 10년 동안 빚을 갚고 이자를 내는 데만 2조7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평균 2700억원 규모의 현금이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두 번째 경고음이 울리던 이 시기에, 홈플러스의 보유 현금 대부분은 이자와 임대료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쿠팡은 전국 단위의 풀필먼트센터 구축, 컬리는 새벽 배송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며 유통업에 위기를 주고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 2014년 첫 네오 물류센터 개장 이후 이듬해 ‘SSG닷컴’을, 롯데는 지난 2018년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킨 뒤 통합 플랫폼 ‘롯데온’을 선보이며 대응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매각 후 재임차(S&L)에 더욱 집중하며 물류 자산마저 팔아 현금화했다. 지난 2023년 안성 원곡물류단지에 세운 수도권 물류 허브 역할의 물류센터 중 저온 센터를 이지스자산운용 펀드에 937억원, 상온 센터를 하나대체자산운용에 14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한 물류센터를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며 고정비 증가와 자산 감소를 가속했다.

국회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 사이 매각된 점포와 물류창고는 무려 28곳에 달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약 4조1000억원에 달한다. 노조가 무분별한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와 천막 농성, 파업 등을 수년간 이어갔으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같은 기간 컬리는 전국 콜드체인을 구축하고 SSG닷컴은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경쟁사들이 신규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반면,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상대적으로 자산 경량화된 전략을 선택했다.

2시간 즉시 배송, 새벽 배송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지난 2021년 기준 온라인 매출은 2배 성장한 1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매출의 20%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쿠팡의 매출은 7조1000억원에서 13조9000억원으로 95% 이상 늘어났고, 컬리는 4289억원에서 9523억원으로 122%, SSG닷컴은 3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40%가량 늘어나며 시장 내 홈플러스의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특히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외출 감소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던 상황에 이커머스에 대한 대비가 늦었던 것이 격차를 벌렸다. 그해 다시 적자로 전환한 홈플러스는 지금까지 만성 적자 기업으로 굳어진 상태다. 그 후 홈플러스는 매년 1000억~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663.9%에서 944.0%, 3,211.7%까지 치솟았다.

자산 경량화
전략 선택

기업조세전문 세무사에 따르면 “본업의 영업 경쟁력 강화보다 인수 금융의 차입과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해 반복적인 리파이낸싱을 하던 차에, 고금리 시장을 맞으면서 이자 비용이 더 커지는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액 배당과 상환우선주 상환으로 현금이 사외에 대거 유출돼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재투자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24년 기존 대출 만기 도래 및 자금 조달 상황 악화에 홈플러스는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받았다. 연 10% 수준의 이자율로 연간 약 1200억원 정도의 이자를 메리츠에 지급하게 됐다. 메리츠는 최대 채권자로 올라서며 전국 홈플러스 점포 68곳을 담보로 확보했다.

하향 조정된 신용등급과 채무로 지난 2025년 MBK는 결국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세 번째 경고음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통기업의 경영 악화가 아니라 MBK가 법원의 관리 아래에서 채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되고 금리 인하, 만기 연장, 채무 재조정 협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MBK와 홈플러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회생 신청을 계획하고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만약 회생 가능성을 숨긴 채 일반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는 지난 1월 김병주 MBK 회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현재까지 관련 형사 처벌이 확정된 사례는 없다.

금융당국 역시 전자단기사채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검사와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상당수 조치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본격화됐다. 이에 정치권과 피해 투자자, 노동계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강등 직후 금융당국이 단기채권 판매 실태 점검과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섰고, 보다 신속한 책임 규명과 수사가 이뤄졌더라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당 김재연 상무대표는 지난 2025년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당시를 정부가 개입했어야 할 시점으로 지목했다. 김 대표는 “경영진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더라면 인수자 확보나 긴급 운영자금 마련 과정에서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어 “MBK가 손을 털고 떠나고 메리츠 역시 연체 이자까지 모두 회수한 채 빠져나간다면 결국 피해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모펀드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연금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최근에서야 알려졌을 정도로 “사모펀드의 투자 구조와 경영 과정 자체가 지나치게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기업 경영은 민간의 영역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노동자와 협력업체, 투자자들에게 전가된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경영 정보 공개와 외부 감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이 아닌, 적절한 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후 1년 4개월간 MBK파트너스는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MBK가 조건 없이 내놓은 현금은 약 400억원에 그친다. MBK 홈플러스를 통째로 매각하려 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따로 떼어 지난 5월 하림그룹 계열사인 NS쇼핑에 약 1200억원을 받고 넘겼다.

그러나 이 금액 또한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되며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홈플러스 회생절차 중단 결정을 받게 됐다. MBK는 회생계획 이행을 위한 2000억원 직접 충당하는 대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책임을 넘겼다.

메리츠는 MBK의 기업 차원의 보증과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 상당을 대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MBK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서로 책임을 미루다 시간은 지나갔다. 회생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이후 주어진 ‘즉시항고 기한’의 마지막 날인 20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홈플러스는 전 매장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되어 상품 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노동자·중소기업에 부담 전가
최대 주주·채권자는 남는 장사

“메리츠 측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출할 것을 재차 요청했지만, 아직 메리츠 측이 수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기습 휴업 공지에 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출근한 뒤에야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플러스는 자금난을 이유로 6월분 임금 333억원과 퇴직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홈플러스의 직영 직원은 1만2000여명으로,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고용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영향이 매우 크다. 노동계는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30만명의 생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채권자들의 가압류와 강제집행, 부동산 경매 등에서 회사 자산을 지켜주던 ‘포괄적 금지명령’이 무력화된다. 회생 신청 이후 납품업체 4000여곳이 받지 못한 상품 대금이 4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입점 업체 점주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밀린 판매대금도 문제다. 7월이 되기 전 지급됐어야 할 5월분의 판매대금도 입금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영세 소상공인으로 계약한 점주들에는 판매대금을 지급했지만, 법인사업자로 계약한 입점 업체에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는 임금 체납 피해 노동자에게 인당 최대 2100만원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44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MBK와 메리츠의 책임을 묻기 위한 ‘홈플러스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임대인이나 부동산펀드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고 홈플러스가 임차료를 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파산의 경우 임대인과 금융회사가 임차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돈은 약 3조원으로, 은행,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탈 등이 홈플러스가 입점한 건물의 부동산 펀드에 자금을 댔다. 저축은행업계의 홈플러스 부동산 신탁·리츠 또한 700억원 규모다.

개인들이 투자한 전자단기사채(전자단기사채·ABSTB)는 4000억이 넘는다. 그러나 이 돈은 채무 상환 등에 사용되며 사라진 상태로,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기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돈은 최장 10년 뒤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수천억
챙겼다

MBK와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파산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MBK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은 최대 8000억원이지만, 현금화한 자산은 이미 4조1000억원이 넘는다. 인수 수수료, 연간 관리 수수료 등 추정 수수료 수익은 수천억원대다.

메리츠 또한 68개 점포를 담보로 가지고 있어 처분할 경우 대출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결국 그동안의 경고음에 대한 대처 없이, 이제 와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동안 그 부담은 노동자와 납품·입점업체,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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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