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는 여름 여행 ④경산 치유의 숲·임당유적전시관·삼성현 역사문화관·반곡지

이열치열, 경산에서 시원한 여름

바다와 계곡만이 여름을 나는 길은 아니다. 내륙에서도 시원한 하루를 누릴 수 있다. 우거진 숲에서 첫걸음을 떼고 서늘한 실내에서 역사를 마주하며 왕버들 드리운 수변에서 하루를 거둔다. 뜨거운 여름날, 경산시를 시원하게 즐길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여행의 첫걸음은 도심 속 숲이다. 백자산 자락에 들어선 ‘경산 치유의 숲’은 시내와 가까워 부담 없이 닿을 수 있는 산림 치유 공간이다. 치유센터를 중심으로 물 치유장, 힐링가든, 풍욕장, 명상장,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여정은 숲의 중심에 자리한 치유센터에서 시작된다.

도심 속 숲

아이부터 어른,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건강측정실에서 몸 상태를 살핀 뒤 싱잉볼의 맑은 울림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족욕과 건식 반신욕을 하며 따뜻한 온기로 굳은 몸을 녹여내고 땀을 흘린다. 몸속 깊은 곳에 쌓인 열기마저 빠져나가는 듯하다. 이열치열, 뜨거움으로 여름의 열기를 다스리는 개운한 순간이다.

치유센터 밖으로는 체력에 맞춰 걷기 좋은 숲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그늘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짙은 솔향을 맡고 호흡하며 오르다 보면,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함께 분주했던 일상도 저만치 물러난다.

숲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사계절 다채로운 야생화와 정성 어린 조경이 어우러진 힐링가든에는 푹신한 야자 매트 산책로와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운치 있는 원두막 정자가 마련돼있어 머무는 재미를 더한다.

정원을 지나 오감치유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숲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풍욕장에 다다르게 된다. 풍욕장은 나무가 뿜어내는 천연 피톤치드와 정화된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야외 치유 공간으로, 울창한 숲 그늘 아래 편안한 목재 평상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평상에 가만히 누워 새소리와 바람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속도가 한결 느려진다.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숲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곧 치유다.

임당유적전시관은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곁에 자리한다. 지붕에 잔디를 얹고 낮게 엎드린 건물은 고분군과 자연스레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고대 경산 땅에서 400년 넘게 둥지를 틀었던 고대 진한의 소국인 ‘압독국’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다 대신 경북 경산 
여름 즐기는 새로운 방법

한낮의 열기를 피해 로비에 들어서면, 1·2층을 아우르는 거대한 미디어아트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당유적의 사계와 발굴의 순간이 흐르고, 황금빛 금동관이 빛의 알갱이와 함께 흩날린다. 2000년 전 압독국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반 고흐와 클림트 등 친숙한 명화까지 벽면 가득 생동감 있게 펼쳐져 시원하게 쉬어가기 제격이다.

1층 임당유적실은 출토 유물을 통해 압독 사람들의 삶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오랜 세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압독국은 1982년 임당동 고분의 도굴품 밀반출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처음 실체를 드러냈다. 전시실 내 실물 크기로 재현된 두 기의 고분은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어,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그 속을 보여준다. 돌을 쌓아 올린 형태와 땅을 파 유물과 함께 묻은 형태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부장품인 토기와 장신구도 나란히 전시돼있다.

특히 무덤에서 가신이나 노비를 함께 묻었던 순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발견되어 고대 압독국의 엄격했던 신분 사회 구조와 장례 문화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무덤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린 실감 영상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쉽게 풀어낸다.

2층 자연유물실은 생생한 체험 공간이다. 임당유적이 한국 고고학계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화려한 보물뿐만 아니라 고대인들의 삶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유기물 자료가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단일 유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350여개체에 이르는 고대인의 뼈와 동물 뼈, 패각류 등이 발굴됐다.

고대인 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부학적 복원을 거쳐 정교하게 되살린 압독 사람들의 실제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그들이 앓았던 충치나 퇴행성 질환까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무덤에서 함께 출토된 꿩, 상어 뼈, 복숭아씨 등을 통해 오래 전 경산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풍요로운 식문화까지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고대 임당 사람들의 삶을 재현한 영상을 시청한 뒤, 편한 의자와 책이 놓인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이제 경산이 낳은 세 성현인 원효와 설총, 일연을 만날 차례다. 삼성현 역사문화관은 이들의 생애와 업적을 차분히 짚어보는 공간이다. 문화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세 성현을 떠올리게 하는 <삼국유사>와 염주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한국 불교를 대중화한 원효,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 <삼국유사>로 민족의 주체적 역사관을 세운 일연의 발자취를 차례로 따른다. 특히 시선을 끄는 곳은 원효실과 일연실이다. 원효실은 영상을 통해 그의 대중 불교 사상을 전하고, 일연실은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 조형물, 천장까지 솟은 황룡사 9층 목탑 모형으로 발길을 멈춰 세운다. 교과서 속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다.

지팡이를 쥔 원효대사 동상 뒤편에는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자리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동굴처럼 어둡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둠 속에서 원효가 해골물을 들이켜는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그 순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원효대사와 해골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실내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야외에도 즐길 거리가 기다린다. 경사면을 따라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레일썰매장,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중앙광장의 바닥 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곳곳에 그늘막이 마련돼있어 가족이 온종일 머물기에도 손색이 없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경산 치유의 숲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백천길 107-55, 운영 시간: 09:00~18 :00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연휴 휴무, 이용 요금: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 감경 대상자 2500원, 문의: 053-810-5229

-임당유적전시관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청운2로 29, 운영 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00)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휴무, 문의: 053-804-7337

-삼성현 역사문화관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삼성현공원로 59,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30)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휴무
※공원 상시 개방, 문의: 053-804-7333

-반곡지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 246, 문의: 053-810-5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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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