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효성가 차남, 재판서 드러난 패륜 행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7.06 17:07:22
  • 호수 1591호
  • 댓글 0개

“아픈 노부모 볼모로 형 공격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을 둘러싼 이른바 ‘효성가 형제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조 전 부사장이 개인적 이익, 주식 매각대금 취득을 위해 효성 측을 압박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겉으로는 재벌가 내부 비리 폭로와 경영권 갈등처럼 보였지만, 다른 이면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효성의 불법을 고발한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로 표현됐다. 이에 검찰은 1000억원대 비상장주식 매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친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고 조석래 명예회장 일가를 압박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의 공모 구조를 전면에 세웠다고 강조했다.

차남과
모사꾼

지난 2011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와 경영권 승계 문제가 맞물리던 시기, 차남인 조 현문 전 부사장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관여한 계열사들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중공업 부문 경영 실책도 거론됐다. 숙련 임원 퇴사, 외부 컨설턴트 채용, 저가 수주 등으로 중공업 PG의 수익성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회사를 떠나고, 2014년 조 회장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효성 오너가 갈등은 이후 상속과 지분 정리 문제까지 맞물리며 장기간 이어졌다.

효성 측은 이를 부당한 감사로 봤다. 검찰은 이후 조 전 부사장이 그룹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퇴사와 주식 매각, 비상장 지분 정리 문제를 둘러싸고 압박 전략을 세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룹 내 불법적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지분을 정리하려 했을 뿐, 이를 압박 수단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회사를 떠난 조 전 부사장은 언론 홍보를 대행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변호사 공승배씨를 내세워 조 회장과 효성을 전방위로 압박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맡겨둔 효성 주식을 임원을 압박해 확보한 뒤 골드만삭스에 매각했다고도 설명했다.

공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 측 메시지를 효성 임원들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검찰은 “공 변호사가 효성 비서실장 등을 만나 ‘서초동(검찰)에 가겠다’며 조 전 부사장을 띄우는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검 “조현문,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 위해 효성 압박”
‘HJ Talk Point’ 문건에 담긴 조현준 회장 제압 전략

또 조 전 부사장 측이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한 이른바 ‘찌라시’ 유포에 대해 조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형사처벌을 거론해 협박했다고도 봤다. 공 변호사는 법정에서 두 피고인 모두로부터 보도자료 배포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가 공모해 조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사도록 압박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2015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부모 자택을 찾아가 조 회장을 평생 괴롭히겠다는 취지로 협박했고, 이는 모친을 표적으로 한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 대화 요지) 문건에 따른 계획적 행위”라며, 이 협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전에 이메일과 시나리오성 문건을 주고받으며 공격 시점과 방법을 모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주식이었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 주식이 당초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조 명예회장이 관리하던 명의신탁 성격이었다고 설명한다. 조 전 부사장이 가족과 연락을 끊고 독자 행보를 보이자, 주식이 무단 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조 명예회장은 2011년 8월경 해당 주권을 실물로 출고해 금고에 보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부모 향해
폭언 뱉어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2월 대여금고 열쇠를 분실했다고 신고한 뒤 재발급을 받아 보관 중이던 효성 실물 주권 138만4380주의 주권을 가져갔다는 내용도 자료에 포함됐다.

그다음 장면은 2013년 2월28일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장 마감 후 효성 주식 240만주를 약 1300억원에 매도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 측이 마련한 협상안과 박 전 대표의 성공 보수 구조도 압박 전략의 정황으로 제시했다.

협상안 자료에 따르면, ‘1안인 부동산 3사 교차 지분 정리가 성사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수임료 10억원을 지급’ ‘2안인 노틸러스효성 지분 정리는 30억원’ ‘3안인 기업 분리는 100억원을 지급’ 등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최종 4안에 등장하는 ‘ROE’라는 표현도 혐의 정황으로 삼았다. 수사기관은 이를 ‘Return of Emperor(황제의 귀환)’의 약어로 보고,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내 복귀 또는 영향력 회복 구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투자 회수가 아니라 이른바 ‘Return of Emperor’ 즉, 계획의 실패 이후 방향을 틀어 비상장주식 매각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한 정황으로 해석했다. 효성 주가가 예상처럼 하락하지 않자,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효성 측에 고가로 매각하는 쪽으로 전략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동륭실업을 제외한 여러 비상장회사 지분을 3.48%에서 20%까지 보유했고, 그 가치가 약 1000억원 상당이라는 표도 제시했다.

암투병 중 찾아갔지만
개인적 이익 추구 위해
친부모 간절한 호소 무시

검찰이 제시한 문건은 2013년 3월18일 작성된 ‘HJ Talk Point(HMC 수정본)’다. 여기서 HJ는 조현준 회장을 뜻하는 이니셜로 해석된다.

자료에는 “조현문이 서초동에 간다는 우려를 안 해도 되겠다는 조현준의 착각을 분석해야 함” “조현준을 제압하여 부동산 3사, 노틸러스효성 등 정리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해야 함” “준비한 메시지 봉투를 전달하고 위법행위 리스트를 설명하는 것은 기본” “돈은 차갑고 간결하게, 상대의 말을 바로 자르고 우리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일어나야 함” 등의 문구가 적시돼있다.

검찰 측 자료는 이를 조 전 부사장 측이 효성 측을 겁박하고 비상장주식 정리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한 사전 시나리오로 봤다. 자료상 공갈미수 구조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효성그룹을 상대로 민·형사소송, 장부 열람청구, 추가 고발 압박, 문전박대와 폭언 등 직접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언론인을 통한 우회적 메시지 전달이었다. 자료에는 <조선일보> <인베스트조선> <한겨레> <매일경제> <뉴스토마토>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효성 측 인사에게 “조현문이 원하는 것은 보유 비상장사 지분 정리”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정황도 정리됐다.

검찰 측 자료는 이를 “비상장주식 매각”이라는 본래 목적을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가 직접 말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한 구조로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역할도 자료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과 민·형사소송, 협상,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조 회장을 압박하고,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돕는 대가로 매달 2200만원씩 받기로 약정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41회에 걸쳐 합계 11억3652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 측은 박 전 대표가 단순 홍보대행을 넘어 비상장주식 매각 전략 수립, 변호사 추천, 법률 문서 작성 조언, 언론 환경 조성 등 법률 사무에 관여했다고 봤다.

“어머니 조사
아버지 감옥”

보도자료 배포 요구도 핵심 공소사실로 제시됐다. 자료에는 공승배 변호사가 효성 측 비서실장 노재봉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진술이 들어 있다. 또 효성그룹이 조 전 부사장 사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자,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명의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이 이미 효성 주식 매각을 계획한 상황에서, 주식 매각 전 본인이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을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고 해석했다.

자료는 조 회장 측에 대한 ‘사과 요구’ 역시 압박 수단이었다고 본다. 2013년 7월경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박 전 대표가 조현준 회장 관련 허위 소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 배우자 관련 지라시가 실제 유포된 사실이 없었고, 따라서 사과 의무도 없었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 측이 경찰 수사 의뢰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지라시 문제 역시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격한 대목은 2015년 3월8일 성북동 방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처 이여진 변호사는 조 명예회장 자택을 찾아갔고, 이 자리에서 조 전 부사장은 부모에게 “당신들은 이제 더 이상 내 부모가 아니니 조석래, 송광자로 부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됐다.

또 “조현준을 감옥에 보내겠다” “어머니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고 아버지도 감옥 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진술도 자료에 포함됐다. 검찰 측 자료는 이 방문이 즉흥적 충돌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토킹 포인트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자료는 ‘패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조 명예회장은 암 투병 중에도 화해를 위해 집을 찾아갔고, 비상장주식 정리 협상까지 시도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정리됐다.

“더 이상 내 부모가 아니니
조석래 송광자로 부르겠다”

그러나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부모를 상대로 한 직접적 압박까지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그 목적 역시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에 있었다고 본다. 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매각해 주식 매각 1300억원, 효제동 땅 2000억원, 성북동 집 매각 등으로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거뒀다는 주장도 담겼다.

검찰 측 자료는 이 사건을 공소권 남용이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강요 미수와 공갈 미수는 별개 범죄지만 실질적으로 경합 관계에 있고, 행위의 목적·피해자·구체적 태양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공소 사실에 범행 동기와 경위를 다소 길게 적었다고 해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아니라는 판례 취지도 제시됐다. 압수된 이메일 등 증거 역시 박 전 대표와의 배임증재 사건, 대우조선해양 연임로비 사건과 인적·객관적 관련성이 있어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논리도 자료에 포함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친부모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하고, 부모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했으며, 효성그룹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발을 반복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효성그룹은 검찰 압수수색, 100명이 넘는 임직원 소환 조사, 광범위한 자료 제출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국회·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로 막대한 비용과 브랜드 훼손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에 머물렀고, 검찰 소환에도 불응했다고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사업상 이유로 싱가포르에 체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2016년 박 전 대표를 수사하던 당시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출국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7년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중지했고, 조 전 부사장은 약 5년이 지난 2021년 귀국해 수사에 응한 것으로 정리됐다.

뒤에 숨긴
탈취 계획

효성가 형제 갈등은 단순한 가족 불화나 내부고발의 문제가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이 효성 측을 흔들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정리하려 한 장기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정의”와 “개혁”을 말했지만, 검찰 측 자료는 그 이면에 주식 매각, 성공 보수, 언론플레이, 부모 압박, 해외 체류라는 흐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