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산건설 박재윤 회장 ‘성추문 스캔들’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7.06 15:08:17
  • 호수 1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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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중 또 성추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박재윤 강산건설 회장이 여성 사업가를 강제 추행한 사건에서 1심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에 검찰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한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 강산건설의 불법 숙박업 운영과 건설 현장 추락사고 등이 재조명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1월28일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1심은 박 회장에게 벌금 700만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형이 범행의 중대성, 죄질, 재범 위험성, 범행 후 정황에 비춰 지나치게 가볍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과 공개·고지 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3년 취업제한을 구했다.

사업 관계자

박 회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회사 담당자를 통해 답변하겠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박 회장은 피해자 A씨의 시행사가 운영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시공사 측 인물로서 사업상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고,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등 강제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산건설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A씨는 주상복합 사업에 필요한 1000억원의 PF를 받기 위해 75억원의 대여금을 강산건설에 요청할 당시인 2021년 말, 박재윤 회장에게 먼저 식사 자리를 갖자고 했다”며 “A씨는 그날 식당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특히 피해자가 사업 관계 때문에 즉각 불쾌감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용했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단순한 우발적 접촉이 아니라 사업상 관계와 권력관계가 결합된 성범죄라는 취지다.

박 회장의 과거 전력도 항소의 핵심 사유로 적시됐다. 박 회장은 2019년 서울고법에서 별도 강제 추행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박 회장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던 항공사 승무원인 피해자 B씨의 가슴을 만진 사건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범행들도 모두 성폭력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박 회장이 자신의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020년 판결이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10월경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A씨를 상대로 첫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박 회장은 피해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 식사하던 중 갑자기 식탁 밑으로 발을 뻗어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방법으로 강제 추행한 것으로 인정됐다. 두 번째 범행은 2021년 11월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식당 룸 안에서 벌어진 것으로 적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회장은 피해자와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남편은 무슨 일을 하냐” “부부관계는 횟수가 중요하다” “가슴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한 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피해자에게 코트를 입혀주는 척하다가 갑자기 뒤에서 안으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쪽 가슴을 만진 것으로 판단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범행이 성폭력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가 범행 후 보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경제적 이권을 이유로 자신을 고소했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비난했다. 공소 제기 뒤에도 한동안 공소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자백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한때 처벌불원 의사를 냈다가 이를 철회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은 박 회장이 피해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취지로 봤다.

또 박 회장이 5000만원을 공탁한 사실 역시 진심 어린 사과라기보다 돈으로 책임을 줄이려는 태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고 박 회장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결국 1심의 벌금 700만원이 박 회장에게 실질적 제재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 성범죄 전력…최근 동종 혐의 재판
“벌금 700만원 가볍다” 검찰 항소심 진행

강산건설 명예회장으로 알려진 박 회장의 경제적 지위와 사건의 반복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범행 후 정황을 고려하면 벌금형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취지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공개·고지 명령,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형량 다툼이 아니라 박 회장의 재범 위험성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판단을 다시 구한 것이다.

박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 형사사건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산건설이 공동 시공 중인 인천 남동구 간석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철근 배근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고 당시 안전대 미착용과 추락 방지 발판, 개구부 덮개 등 기본 방호시설 부재가 지적됐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인 가운데, 원청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산건설 입장에선 박 회장 개인의 성범죄 리스크에 더해 현장 안전관리 리스크까지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관계 사업장을 둘러싼 관리 부실 의혹도 남아 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센추리21CC의 불법 시설 운영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보전 산지와 국유지 무단 점유, 허가 없는 시설 운영, 일부 숙박시설의 불법 건축물 확인 등이 주요 내용이다.

2019년 6월 센추리21CC가 오래전부터 퍼블릭골프장 인근에 허가도 받지 않고 숙박시설인 밸리텔 A, B, C 3개 동 50여실을 운영해 왔다는 원주시 보건소의 고발에 따라 원주경찰서가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앞서 보건소는 이 같은 민원이 접수되자, 두 차례 현장 조사에서 나서 골프장 측이 다가구 주택을 골프텔로 무허가 영업을 해온 사실을 확인,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발 조치했다. 밸리텔 A, B동은 15·30·45평형, C동은 15평형을 각각 갖추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민원 내용이 확인돼 계도 조치하지 않고 곧바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5일 골프장 대표를 불러 무허가 영업에 나선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원주시보건소 고발 조치 이후 센추리21CC는 홈페이지에서 밸리텔 홍보 내용을 삭제했다. 골프장 측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위해 현재 전문업체를 선정해 구조안전진단, 소방점검, 전기 설비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재범 위험성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 회장의 과거 강제 추행 전력,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진정성 없는 공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기에 강산건설 현장의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계 사업장의 인허가 의혹까지 겹치면서 박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강산건설의 기업 리스크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항소이유서를 통해 벌금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징역 1년과 공개·고지 명령까지 요청한 만큼 오는 22일 열릴 항소심은 강산건설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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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