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계약의 함정’ 위장 프리랜서 실태

직원도 아니고 알바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이른바 ‘가짜 3.3 계약’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프리랜서로 계약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위장 계약이 학원과 방송사, 외식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3.3 계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가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적인 세무 처리 방식이다. 문제는 근무 형태는 근로자인데 계약서만 프리랜서로 작성하는 경우다. 계약 형식만 사업소득자로 바뀌면서 4대 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권리서 배제

최근에는 학원과 외식업, 방송업계, 건설 현장, 렌털 서비스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가짜 3.3’ 문제가 노동시장 전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노동법 회피를 위한 위장 고용으로 보고 감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단위 기획 감독을 실시해 위장 고용 사례를 적발하고 보험료 추징과 과태료 부과에 나서는 등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시한 기획감독에서 근로자임에도 사업소득자로 계약된 노동자 1070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사업장은 72곳이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고용·산재보험을 소급 적용하고 미납 보험료를 추가 징수하는 한편, 피보험자격을 신고하지 않거나 지연 신고한 사업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가 ‘가짜 3.3’을 노동시장 정상화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은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사례가 다양한 업종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무 처리 방식을 잘못 적용한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 노동법상 의무를 줄이기 위해 3.3% 계약을 활용한다.

이런 계약은 학원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B씨도 계약서에는 사업소득자(3.3%)로 기재됐지만 실제 근무 방식은 일반 근로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무시간과 수업시간표는 모두 학원이 정했고, 학생 배정과 상담 업무도 학원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근무 장소와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고, 독립적으로 학생을 모집하거나 영업하는 구조도 아니었다. 급여도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는 방식이었다. B씨는 “계약서만 프리랜서였을 뿐 실제로는 일반 강사처럼 근무했다”고 말했다.

방송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동부가 지난해 주요 방송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 감독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던 PD와 작가, 영상 편집자 등 663명 가운데 216명이 근로자로 인정됐다.

계약서에는 업무위탁이나 도급계약으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정규직 관리자에게 업무 지시를 받고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해당 인력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지도했다.

72곳 사업장 무더기 적발
1070명이 ‘가짜 프리랜서’

최근 외식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의 한 유명 음식점은 직원들에게 근로계약서 대신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사업소득세 3.3%를 적용했다가 노동부 감독에서 적발됐다.

조사 결과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5000만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업주는 체불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이체 확인증을 제출했다가 추가 수사를 받기도 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불거진 곳은 렌털업체 쿠쿠홈시스다. 정수기와 전기밥솥 등을 설치·수리하는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의 3.3% 계약을 맺고 근무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회사가 직접고용 대신 대리점 중심의 운영 구조를 유지하며 기존 계약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고, 노동부도 근로 감독에 착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사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당일 업무를 배정받고 본사 전산망을 통해 재고 관리와 자재 신청, 수납 업무 등을 처리한다.

하루 평균 10여곳을 방문하지만 건당 수수료에는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통신비, 주차비 등이 모두 포함돼 실질적인 소득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계약 형태만 개인사업자일 뿐 실제 업무 방식은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짜 3.3’ 계약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꼽는다.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계약하면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비롯해 퇴직금과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각종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많을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부 사업장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을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적발한 사업장에서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가짜 3.3’ 계약과 함께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부당해고 구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일부 규정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학원부터 방송·건설까지
관행처럼 번진 위장 계약

이 때문에 근로자를 개인사업자로 계약하거나 사업장을 분리 운영해 근로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는 지난해 전국 단위 기획 감독에 앞서 국세청 자료를 분석해 근로소득자는 5명 미만인데 사업소득자가 다수인 사업장을 ‘가짜 3.3’ 의심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계약서만으로 근로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계약의 형식보다 실제 근무 형태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무 내용을 누가 결정하는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무시간과 장소가 지정되는지,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근로자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3.3% 계약에 동의했다가 퇴직 이후에야 근로자성을 다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노동부가 적발한 사례 가운데에서도 수년간 근무한 뒤 퇴직금이나 임금을 받지 못해 뒤늦게 노동청을 찾은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위장 고용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노동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노동자 추정제’ 도입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뒤집을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위장 고용을 줄이고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단속해도 계속

B씨는 “근로자처럼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고, 그에 맞는 계약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위해 별다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3.3%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며 “계약서 한 장 때문에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권리까지 포기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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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