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독특한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진남관부터 돌산도 끝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 섬 전체를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가꿔 낸 예술의 섬 장도, 여수에 최초로 세워진 동산동성당까지 참 매력적인 도시다. 여수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전남 여수 진남관은 조선 시대 전라좌수영의 본영이 자리했던 터이자,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께서 수군을 진두지휘했던 역사적인 무대다. 지방에 남아 있는 관아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해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
충무공의 역사적인 무대
그런 진남관이 10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5월30일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건물의 뒤틀림과 구조적 안전성 문제 때문에 전면 해체·보수공사에 들어갔었는데, 이번 복원을 통해 일제가 훼손하기 전의 70개 기둥을 원형대로 되살렸고 기왓장 5만4000장을 사용해 기울어진 기둥과 휘어진 처마를 바로잡았다.

사실 진남관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고 이순신 장군이 좌수사로 부임했을 당시에는 진해루라는 누각이 있었다. 이후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고 후임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시언이 75칸의 대규모 객사로 건립한 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진남관이다. 1716년 한 차례 화재로 소실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2년 뒤 중건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다만 이제 막 복원이 끝나서인지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어 비록 안쪽까지 발을 들여 가까이서 경험할 수는 없지만, 이곳이 갖는 의미만으로도 깊은 사색에 잠겨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에는 그 존재감이 충분하다.
더불어 이곳에서 바라본 남해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동해, 서해와는 전혀 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망망대해와 같은 수평선 대신 섬과 섬이 복잡하게 연결된 풍경을 보니 “저곳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솟아난다. 앞으로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여수를 다시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듯하다.

아래로 내려오자 건물 사이로 보이던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광장의 모습이 진남관의 역사적 가치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진남관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수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잠시 돌아보기 좋은 여행지다.
여수 돌산도 그 끝에 자리한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처럼 대웅보전을 뒤로한 채 바라보는 일출이 무척 유명하다. 사찰 어디서든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찰나가 영원이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아득하게 펼쳐진 바닷가를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할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통일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화와 고려 시대 윤필대사가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는 기록이 함께 전해지는 곳이다. 이후 조선 시대에 이르러 인묵대사가 현재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향일암’이라 새롭게 명명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원효대사가 왜 이곳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뒤에 남아 있다.
원효대사가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행을 이어갔다는 좌선대가 바로 그곳이다. 원효대사가 가부좌를 틀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었던 이 좌선대는, 금방이라도 깊은 깨달음에 도달할 것만 같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곁으로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쌓아 둔 돌탑들이 고요함 속에 묵직한 울림을 더해준다.
바다와 역사가 어우러진 곳
여수에서 만나는 특별한 풍경
향일암은 풍경 하나만으로 압도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명소다. 게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3가지 가르침을 담은 문구가 마음을 두드리는데,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하지 말고’ ‘불문(不聞), 비방과 칭찬에도 평정을 유지하며’ ‘불언(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봤던 그 잔잔한 수면과도 닮은 그 말씀을 마음속에서 깊이 곱씹어 보자.

여수 신도심과 남해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예술의 섬, 장도는 창작자들의 고뇌와 방문자들의 활기찬 생기가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섬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내부 전시관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행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장도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에 두 번 물때에 따라 잠기도록 설계한 335m의 진섬다리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해상 보행교이고, 섬 내부에는 정원과 해안가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예술의 섬, 장도를 찾을 만하다.
예로부터 ‘진섬’으로 불리던 섬 전체를 예술 공간으로 가꾼 것이 바로 지금의 예술의 섬, 장도다. 장도는 GS칼텍스재단이 지역사회 공헌 사업으로 2017년 착공해 2019년 개방한 예술 공간이다. 섬 건너편에 위치한 ‘예울마루’와 함께 복합문화공간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 369만명이 다녀갔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전시관 내부 아트카페에서는 바리스타이자 피아니스트인 예술가의 피아노 공연이 정해진 시간마다 열린다. 차 한잔의 여유와 창밖으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경을 음악과 함께 감상해보자.
다도해정원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는 주변의 지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편안함 속 수려함이 묻어나던 장도는 지금까지 몰랐던 여수의 새로운 모습이자 소중한 이들과 다시 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번잡한 도로에서 벗어나 주택가로 방향을 틀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골목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온화하게 품어줄 것 같은 예수 석상이 주변을 아우르고 있다. 평범해 보이던 성당에 켜켜이 쌓여온 숭고한 시간과 이야기는 여수 동산동성당을 한 번 더 곱씹게 한다.

동산동성당은 여수 지역에 최초로 설립된 천주교 성당이다. 본래 명칭은 여수항성당으로, 1936년 6월29일 경상남도 통영성당의 이민두 신부를 초대 신부로 발령하면서 역사적인 첫 발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1941년 이민두 신부의 체포를 시작으로,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 등 모진 시련을 겪은 끝에 지금의 자리를 지켜냈다.
여수 최초 성당
이후, 1961년 서교동 본당을 건립하면서 동산동성당이 분리되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짙은 붉은색 벽돌과 고요한 침묵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만히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둔 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자.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복잡한 세상의 자극으로부터 비껴나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여수 진남관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동문로 11, 문의: 061-659-5710
-향일암(여수)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1, 문의: 061-644-4742
-예술의 섬 장도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동,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6:00~21:00, 동절기(11~2월) 07:00~20:00, 문의: 061-692-0503
-동산동성당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동산7길 8, 문의: 061-662-30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