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교권보호국은 드라마인가, 미래인가

'참교육'이 바꾼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지난 3일 공개된 자료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617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다소 주춤했던 넷플릭스가 다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로 교육 드라마 <참교육>이 꼽혔다.

공개 이후 4주 연속 비영어권 TV쇼 세계 1위를 기록한 이 작품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사람들은 화려한 액션보다 무너진 학교의 현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고, 드라마 속 이야기를 자신의 현실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의 인기가 콘텐츠 소비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의 변화가 이어졌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제주와 충남, 강원교육청도 각각 교권보호관과 교권보호지원단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역시 교권 보호와 학부모 민원 대응 기능을 통합하는 전담 조직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방향은 하나였다.

교사가 더 이상 혼자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을 감당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만의 변화도 아니었다. 지난달 29일에는 대만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국 드라마 <참교육>이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자 국민당 국회의원이 '교사 심신건강 및 권익보장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집권당 의원들 역시 교사의 직업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 의사를 밝혔다.

하나의 드라마가 국경을 넘어 교육정책 논의를 촉발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K-콘텐츠가 문화 수출을 넘어 해외 사회 제도와 정책 담론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지난 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교권이 약해진 현실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도 교사는 생활지도를 망설이고, 학부모 민원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학교에서 자주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해법은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같은 특별기관이 아니었다. 교사가 혼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국가가 즉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일련의 흐름을 보면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가 보인다. 드라마가 현실을 바꾼 것이 아니라 현실이 이미 바뀔 준비가 돼있었던 것이다. <참교육>은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서 쌓여 왔지만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던 문제를 국민 앞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허구의 교권보호국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조직이 필요하다고 느낄 만큼 우리 교육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것은 교권보호국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왜 국민들이 그런 조직을 현실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학교를 갈등의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학생 인권은 크게 신장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교사의 생활지도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학생을 지도하다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반복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가 이어졌고, 교사는 교육보다 법률과 민원 대응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모든 학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사례가 교사 사회 전체에 미친 심리적 위축은 예상보다 훨씬 컸고, 그 부담은 결국 교실의 분위기까지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폭력은 공개적인 폭력보다 따돌림과 온라인 괴롭힘처럼 교사가 개입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성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교사는 학생의 눈치를 보고 학생은 학부모의 민원을 의식하는 학교가 되어 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신뢰보다 갈등 관리가 우선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의 빈틈을 상징하는 장치가 됐다. 교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결해 주는 조직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다소 과장돼있지만, 그 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현실에서 교사가 너무 많은 문제를 혼자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공감한 것은 통쾌한 응징이 아니었다. '왜 교사가 저런 조직까지 필요할 정도로 고립됐을까'라는 질문이었다. 결국 국민이 본 것은 영웅이 아니라 무너진 교육 시스템이었다.

과거 교권은 교사의 권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교권은 권위가 아니라 교육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학생을 안전하게 가르칠 권리며,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분쟁과 악성 민원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다. 학생 인권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이 존중받으며 배우고 성장할 권리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호돼야 하는 가치다. 어느 하나를 희생해 다른 하나를 지키려는 접근은 결국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활동보호국과 교권보호관, 교권보호지원단도 바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교사가 교육보다 민원 대응을 먼저 걱정하지 않도록 법률과 행정, 심리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교사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실제로 작동하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조직은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드라마의 방식까지 현실이 따라가서는 안 된다. 교권 보호는 물리력이나 강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교는 학생을 처벌하는 공간이 아니라 교육하는 공간이며, 교사는 학생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교권 회복을 감시와 통제, 응징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또 다른 갈등을 만들 뿐이다.

교권 보호는 학생 인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학생 인권을 더욱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참교육>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교권보호국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국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교권은 교사의 특권이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다. 그 기반이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학생들이다.

교사가 교육보다 생존을 먼저 걱정하는 학교에서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반도체 공장이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이 등교하는 교실에서도 미래는 만들어진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교권을 보호하는 일은 충분히 함께 갈 수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악성 민원은 교육청과 국가가 책임 있게 대응하며,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면 법률과 심리, 행정 지원이 즉시 이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어느 하나가 이기고 다른 하나가 지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두 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활동 보호체계 역시 이런 방향을 향해야 한다. 교사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갖고,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이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며, 학생은 “학교는 나를 처벌하는 곳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곳”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현실에서 필요 없는 조직이 될 것이다.

그 지점이 바로 우리 사회가 <참교육>을 통해 얻어야 할 가장 값진 결론이며,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미래일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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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