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VAR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이다

포르투갈-크로아티아전 오프사이드 판정이 남긴 중계의 숙제

지난 3일 열린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32강전 경기 막판 장면은 축구가 얼마나 섬세한 스포츠인지 다시 보여줬다. 크로아티아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는 듯했지만,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경기는 그대로 포르투갈의 2:1 승리로 끝났고,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판정 자체보다 그 판정이 시청자에게 설명되는 방식이었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도대체 왜 오프사이드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 방송 화면에 잡힌 것은 크로아티아 선수가 공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 화면만 보면 문전 가장 앞에 있던 크로아티아 선수가 이미 포르투갈 수비수보다 앞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오프사이드였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후 설명은 조금 달랐다. 중간에 있는 크로아티아 선수의 머리에 공이 살짝 스쳤고, 그 순간이 새로운 오프사이드 판단 기준이 됐다는 것이었다.

축구 규칙상 오프사이드는 단순히 앞에 있다고 해서 바로 반칙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동료가 공을 플레이하는 순간 상대 진영에서 두 번째 수비수보다 앞에 있고, 그 뒤 공을 받거나 상대를 방해하거나 득점에 관여해야 반칙이 된다.

따라서 처음 킥 순간에는 온사이드였더라도, 중간에 동료의 머리나 몸에 공이 닿는 순간 앞에 있었다면 오프사이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처음 킥 순간부터 이미 오프사이드였다면 중간 터치 여부와 관계없이 그 순간 반칙이 성립한다. 결국 이번 장면의 핵심은 ‘첫 킥 순간이냐, 중간 터치 순간이냐’였다.

그렇다면 방송은 당연히 두 화면을 명확하게 보여줬어야 했다. 첫째, 크로아티아 선수가 처음 공을 올리는 순간 골에 관여한 선수가 온사이드였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둘째, 중간 선수의 머리나 몸에 공이 닿은 순간 그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였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시청자는 ‘아, 처음에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지만 중간 터치 순간에 오프사이드가 됐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중계 화면은 그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필자가 답답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처음 화면만 보면 이미 오프사이드처럼 보이는데, 뒤늦게 “중간 선수 머리에 스쳤기 때문에 오프사이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처음 킥 순간에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왜 그 장면을 명쾌하게 정리해주지 않았는가.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판정 결과가 아니었다. 판정이 어떤 기준과 어떤 순간을 근거로 내려졌는지였다.

물론 방송국이 의도적으로 오프사이드를 만들려고 화면을 구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시청자가 그렇게 오해할 만한 여지는 충분했다. 처음부터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듯한 화면만 반복되면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반칙이었는다”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실제 판정 설명은 중간 터치에 맞춰져 있었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으면 판정은 정확해도 중계는 불친절한 것이 된다.

우리 축구 방송 해설진도 아쉬웠다. 해설자는 바로 그 순간 시청자의 의문을 대신 물어야 했다. “처음 킥 순간에는 온사이드였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거나 “지금 VAR은 첫 크로스가 아니라 중간 터치 순간을 기준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두 장면을 나눠 봐야 합니다” 등의 설명이 있었다면 혼란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설은 판정 결과를 따라가는 데 그쳤고, 시청자가 왜 헷갈리는지는 충분히 짚어주지 못했다.

월드컵 중계는 단순한 경기 전달이 아니다. 전 세계인이 함께 보는 거대한 스포츠 해석의 장이다. 특히 VAR 시대에는 판정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몇 센티미터, 몇 프레임, 공이 머리카락만큼 스쳤는지 여부까지 승패를 가른다. 그렇다면 중계도 그만큼 정밀해져야 한다. 기술이 정밀해졌는데 설명이 거칠면 시청자는 기술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판정을 보면서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공 안에 내장된 센서가 중간 선수의 머리에 공이 스쳤다는 사실을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접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면으로 볼 때는 그 접촉이 골의 방향이나 속도에 거의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공이 살짝 스쳤는지조차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고, 결정적인 슬로모션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말 저 정도 접촉만으로 새로운 오프사이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더 극단적으로 ‘만약 그 선수가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라는 질문도 떠오른다. 공이 머리카락 끝을 스친 것과 이마를 스친 것은 센서가 모두 같은 ‘접촉’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축구를 보는 사람들은 단순히 접촉 사실보다 그 접촉이 실제 플레이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술은 아주 미세한 접촉까지 찾아낼 수 있지만, 그 접촉이 경기의 본질적인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번 장면은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결정은 내려지는데 설명이 부족하다. 결과는 통보되는데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가 판단했다” “기술이 확인했다” “시스템이 결정했다”는 말만으로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왜 그렇게 됐는지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VAR도 마찬가지다. VAR은 판정을 돕는 기술이지 시청자의 의문을 자동으로 해소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아무리 정확한 선을 그어도 그 선이 언제 그어진 것인지 설명하지 않으면 혼란은 남는다. 아무리 공 센서가 접촉을 확인해도 그 접촉이 왜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납득은 어렵다.

기술은 사실을 찾아낼 수 있지만 신뢰는 설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번 장면은 바로 그 점을 보여줬다.

방송은 판정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되며 나아가 해석까지 해야 한다. 특히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장면에서는 시청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이번 경우 시청자가 궁금해한 것은 “오프사이드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오프사이드였느냐, 아니면 중간 터치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됐느냐”였다. 질문이 다른데 답이 같으면 설명은 실패한다.

이번 포르투갈-크로아티아전의 마지막 오프사이드 판정은 규칙상 맞는 판정이라 믿는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과 공 센서가 확인한 결과니 기술적으로는 정확했다고 본다. 그러나 시청자에게 남은 기억은 명쾌함이 아니라 찜찜함이었다.

‘왜 처음 장면은 제대로 안 보여줬지?’ ‘왜 중간 터치 화면은 확실히 안 나왔지?’ ‘왜 해설은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았지?’ 등의 질문이 경기 뒤에도 남았다면 중계진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축구는 골로 말하지만 중계는 설명으로 말한다. 판정은 심판이 하지만 이해는 해설이 돕는다. VAR 시대의 중계는 더 이상 감탄사와 결과 전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규칙을 풀어주고, 화면을 해석하고, 시청자의 의문을 대신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걸맞은 중계의 품격이다.

이번 장면이 씁쓸했던 이유는 크로아티아의 골이 취소됐기 때문이 아니다. 기술은 앞서가는데 설명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면은 많았지만 핵심 화면은 부족했고, 말은 있었지만 핵심 설명은 부족했다. 여기에 공 센서가 감지한 미세한 접촉까지 판정의 근거가 됐다면 그 접촉이 실제로 어떻게 확인됐는지 시청자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의무였을 것이다.

기술은 정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뢰는 설명이 만들어낸다. VAR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설명이다. 설명 없는 정확성은 신뢰가 아니라 의심만 낳는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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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