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알려준 축구의 시간 철학

쉬는 것과 멈추는 것은 다르다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전을 시청하던 중,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장면 하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전반 22분쯤 주심이 갑자기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부상 선수가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모여 물을 마시며 숨을 골랐고, 감독은 3분 동안 전술을 지시했다. 이른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였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은 쉬고 있는데 경기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전광판의 시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흘러갔다. 잠시 뒤 경기가 다시 시작됐고, 그렇게 지나간 3분은 전반 종료 직전 추가 시간으로 더해졌다. 쉬고 있었지만 시간은 쉬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도 쉬고, 심판도 쉬고, 관중도 잠시 긴장을 풀었다. 무엇보다 경기 시계가 멈췄다. 15분의 하프타임이 끝난 뒤 비로소 새로운 후반 45분이 시작됐다. 같은 휴식인데도 하나는 시간이 흐르는 휴식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멈추는 휴식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기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지켜볼수록 머릿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왜 축구는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도 시간을 멈추지 않을까? 시계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농구는 작전타임이 시작되면 시간이 멈춘다. 배구도 작전타임과 세트 사이마다 시간이 정지한다. 핸드볼도, 아이스하키도 경기 흐름에 따라 시계를 멈춘다. 오히려 시간을 멈추는 것이 현대 스포츠에서는 더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유독 축구는 다르다. 잠시 쉬게는 하지만 시간을 세워두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였다. 축구는 시간을 경기 밖에 두지 않는다. 시간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공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함께 흐르고, 선수만 뛰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함께 뛴다. 축구에서 시간은 단순히 경기를 재는 도구가 아니라 경기 자체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경기고, 더위를 견디는 것도 경기다. 선수 교체도 경기이고, 잠시 물을 마시는 시간조차 경기의 흐름 속에 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경기를 멈추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 경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만든 제도다. 쉬게는 하지만 경기의 시간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축구는 참 정직한 스포츠다. 잠시 숨을 고른다고 해서 시간까지 쉬게 해주지는 않는다. 몸은 잠깐 쉬어도 시간은 앞으로 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고, 누구도 붙잡을 수 없다. 그래서 축구는 쉬는 것과 멈추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이 둘을 자주 혼동한다. 잠시 쉬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끼고, 잠시 멈춰 서면 세상도 기다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축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신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시간은 자신의 속도로 묵묵히 흘러간다고.

필자는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면서 경기보다 시간을 더 오래 바라봤다. 공은 잠시 멈춰 있었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경기는 이미 다음 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축구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가 된 이유는 화려한 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수백년 동안 변하지 않은 시간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축구를 보다 처음으로 시간을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을 생각하다 보니 축구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축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보다 더 흥미로운 제도가 있다. 바로 추가 시간이다. 예전에는 전반이나 후반 종료를 앞두고 전광판에 2분 또는 3분이 표시되면 대부분의 관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월드컵에서는 6분, 8분, 심지어 10분이 넘는 추가 시간도 자주 등장한다.

처음에는 경기 운영이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축구가 시간을 대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었다.

축구는 경기 중 소비된 시간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는다. 선수 교체에 걸린 시간도, 부상 치료를 위해 멈춘 시간도, VAR 판독으로 기다린 시간도, 골 세리머니로 사용한 시간도 모두 하나하나 계산한다. 그리고 전·후반이 끝나기 직전 그 시간을 선수들에게 다시 돌려준다. 시간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선수들이 뛰어야 했던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독특한 방식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경기가 중단되면 시계를 세운다. 반면 축구는 시계를 세우지 않고 흘려보낸 뒤 마지막에 정산한다. 마치 하루 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계산해 마지막에 결산하는 것과도 같다.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시 다른 곳에 사용됐을 뿐이라는 발상이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추가 시간이 덤이 아니다. 심판이 기분 좋으면 더 주고, 싫으면 덜 주는 서비스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원래 가져야 할 시간을 돌려주는 과정이다. 추가 시간이라는 이름 때문에 덤처럼 느껴질 뿐, 실제 의미는 ‘환원된 시간’에 더 가깝다. 축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시간의 공정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면 왜 하프타임만은 예외일까? 왜 하프타임에는 시간을 완전히 멈출까? 이유는 단순하다. 하프타임은 경기 중간의 휴식이 아니라 전반전의 종료와 후반전의 시작을 연결하는 경계이기 때문이다. 전반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경기고, 후반전은 또 다른 45분의 새로운 승부다. 그래서 하프타임은 경기의 흐름을 잠시 끊어도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와 하프타임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경기의 흐름 안에서 이뤄지는 휴식이다. 숨은 고르지만 흐름은 끊지 않는다. 반면 하프타임은 흐름 자체를 한번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같은 휴식이지만 하나는 이어지는 휴식이고, 다른 하나는 구분하는 휴식이다. 축구는 이 둘을 철저히 구별한다.

흥미롭게도 축구에는 경기 종료 직전 선수들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이른바 ‘시간 지연’도 존재한다. 골키퍼가 공을 오래 잡고 있거나, 교체 선수가 천천히 걸어나오기도 한다. 관중은 답답해하지만 심판은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까지 모두 계산해 추가시간에 반영한다. 결국 시간을 속이려 해도 시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쩌면 이것이 축구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더라도 마지막에는 가능한 한 공평하게 맞춰 주려는 노력 때문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공정하려는 철학, 그것이 축구 규칙 곳곳에 스며 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도, 추가 시간도, 하프타임도 모두 그 철학 위에서 만들어진 제도들이다.

우리는 흔히 축구를 발로 하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래 지켜볼수록 축구는 발보다 시간을 더 잘 다루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든다. 공은 선수들이 차지만, 경기는 시간이 만들어 간다. 감독도 시간을 계산하고, 선수도 시간을 계산하며, 관중도 남은 시간을 바라보며 희망과 불안을 오간다.

결국 축구는 공을 다투는 경기인 동시에 시간을 다루는 경기기도 하다.

월드컵을 보며 처음에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낯설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그 짧은 3분보다, 그 3분을 대하는 축구의 태도가 더 인상 깊게 남았다. 쉬게는 하지만 시간을 멈추지 않는 스포츠. 그 단순한 원칙 속에 축구가 수백 년 동안 지켜온 품격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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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