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민통합위원장의 개헌론

87년 체제 40년, 새로운 시대정신을 묻다

지난 7월1일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는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주최한 ‘국민통합 컨센서스 대화 2026’이 열렸다. 주제는 ‘87년 체제 40년,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였다. 헌법학자와 정치인, 언론인, 시민사회 인사들이 대한민국 개헌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필자 역시 현장을 찾아 토론과 기조 강연을 끝까지 경청했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개헌 철학이었다. 그는 개헌을 권력구조를 손보는 정치 기술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적 과제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개헌은 늘 정치의 언어로 소비돼 왔다.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석연 위원장이 던진 화두는 달랐다. 그는 “개헌은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개헌의 출발점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를 국민에게 묻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정신 없는 개헌은 또 다른 정치 이벤트일 뿐= 이석연 위원장은 기조강연 내내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헌법은 단순한 법률집이 아니라 한 시대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는 최고 규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정신이 빠진 개헌은 아무리 제도를 잘 설계해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공감을 느꼈다.

1987년 헌법은 분명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과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고 헌법재판소를 설치했으며 국민 기본권을 크게 확대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세계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이 됐고 지방 소멸은 현실이 됐으며 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기후 위기 대응과 디지털 전환이 국가의 핵심 과제가 됐다.

그런데도 헌법은 여전히 1987년의 시대정신에 머물러 있다.

필자는 정치권이 개헌을 이야기할 때마다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부터 논의하는 모습을 늘 아쉽게 생각했다. 물론 권력구조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국가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자유와 책임, 성장과 복지, 국가와 지방, 인간과 AI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 이석연 위원장이 시대정신을 개헌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헌은 정치인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 이석연 위원장은 개헌의 주체를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헌법 개정 권력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으며 개헌은 반드시 국민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개헌은 결코 “원포인트 개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조항만 고치는 방식으로는 40년 동안 누적된 헌법의 한계를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 운영의 틀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특정 정파가 주도해서도 안 되고 특정 정권의 정치 일정에 맞춰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부터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특별 기구를 만들어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친 뒤 대통령과 국회가 공동으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개헌은 정치인의 잔치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과거 이석연 위원장이 법제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소개한 일화가 인상 깊었다. 당시 개헌 이야기를 꺼내면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다.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석연 위원장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친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

87년 체제 성공했지만, 이젠 한계 드러내= 이석연 위원장은 현행 헌법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1987년 헌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으며, 헌법재판제도를 통해 국민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필자 역시 그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는 분명 1987년 헌법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5년 단임제는 이미 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임기 말 권력 누수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 국민의 박수를 받지 못한 채 퇴장했고, 이는 특정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대한민국 국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구속 과정을 반복하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 대목에서 깊이 공감했다. 대통령 개인의 성공과 실패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왜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반복하는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이제는 사람을 바꾸는 정치가 아니라 제도를 바꾸는 정치가 필요하다. 87년 체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87년 체제 위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자는 것이 바로 이석연 위원장의 개헌론이라고 필자는 이해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넘어 협치 국가로= 이번 강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부분은 역시 권력구조 개편이었다. 이석연 위원장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평가했다. 그는 이 제도가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는 권력을 집중시키고, 임기 후반에는 급격한 레임덕에 빠지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국민은 대통령을 평가할 기회도 없이 5년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특정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모두 같은 구조 속에서 같은 문제를 반복했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든 용산이든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정 운영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이야기였다.

또 하나 분명히 선을 그은 부분도 있었다. 일부에서 4년 중임제나 연임제로 개헌할 경우 현직 대통령도 새 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는 그것은 법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이 개정되더라도 현직 대통령은 현행 헌법에 따라 5년 임기를 마쳐야 하며, 새로운 헌법은 이후 선출되는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것이 헌정 질서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권력구조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 통합= 많은 사람들이 개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대통령 임기와 정부 형태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석연 위원장은 오히려 개헌의 본질은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은 어느 한 정당이나 특정 세력의 이해를 담는 문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 남녀 갈등까지 사회 곳곳에서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절반은 승자가 되고 절반은 패자가 되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헌법은 이 같은 갈등을 확대하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서 개헌은 권력 나누기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개헌이 단순히 헌법 조문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계약을 다시 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는 경쟁할 수 있지만 헌법은 경쟁해서는 안 된다. 헌법은 다음 선거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문서다. 개헌을 여야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석연 위원장의 문제의식은 앞으로 개헌 논의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AI 시대 헌법, 국민의 권리도 새롭게 써야= 이석연 위원장은 이번 개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기본권 확대를 제시했다. 지금의 헌법은 자유권과 사회권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정보 기본권과 환경권, 생명권, 안전권, 소비자 기본권, 가족생활 기본권 등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기본권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와 디지털 사회에서는 인간의 권리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헌법에 더욱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약자,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가 단순한 정책적 배려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헌법은 제대로 된 헌법이 아니라는 그의 표현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필자는 앞으로의 헌법은 ‘국민을 국가로부터 보호하는 헌법’을 넘어 ‘기술로부터도 국민을 보호하는 헌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산업, 교육과 의료, 금융과 행정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결국 미래 헌법은 기술의 헌법이 아니라 인간의 헌법이어야 한다.

국가 정체성과 지방분권도 헌법이 답해야= 이번 강연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국가 정체성과 영토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석연 위원장은 수도와 국기, 국가, 국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으로 보다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정체성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것이다.

또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관계도 시대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3조는 한반도를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4조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화된 국제정세와 남북 관계 속에서 이런 조항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정리할 것인지도 개헌 과정에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지방분권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심각한 현실에서 지방자치를 단순한 행정제도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의 개헌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하는 분권형 국가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권력은 나누고 책임은 분명히 해야= 정부 형태에 대해 이석연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의원내각제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부통령제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제도가 더 우월하냐가 아니라 국민이 충분히 토론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과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도 개혁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선거제도 역시 헌법이 일정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뼈대인데 지금까지는 법률 개정만으로 쉽게 바뀌다 보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복적으로 손질돼 왔다. 국가의 기본 운영 원리인 만큼 헌법에서 일정한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대통령제를 유지하더라도 권한은 분산하고 책임은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지금처럼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갖지만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도 혼자 떠안는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 반대로 국회가 권한은 확대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권력은 반드시 견제받아야 하고 책임은 분명해야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는 국민적 대표성을 높이는 제도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정당도 특권이 아닌 국민의 선택 받아야= 이번 강연에서 비교적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필자가 관심 있게 들은 부분은 정당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석연 위원장은 정당을 헌법상 특권적 단체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정당을 일반 결사체로 인정하면서 정당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헌법이 정당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매년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하는 현재의 제도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운영되는 조직이어야 하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존립을 보장받는 구조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당은 헌법의 보호보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이 부분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지 헌법이 특권을 부여해서 존재하는 조직은 아니다. 앞으로 개헌 과정에서는 정당의 권리보다 국민의 정치 참여권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논의가 돼야 한다.

개헌의 완성은 제도 아닌 국민 신뢰= 이석연 위원장은 이번 개헌에서 정당 조항뿐 아니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와 면책특권 제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 심사제 도입,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교육자치를 포함한 지방자치 확대 등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

얼핏 보면 각각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이 모든 제안이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에 대한 그의 지적도 인상 깊었다. 현행 헌법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만 시대 변화에 맞는 견제와 감사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임시 인력 운영 문제와 공직자에 대한 감사 체계 등도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결국 선거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헌의 성공 여부는 조문 몇 개를 고치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이 헌법이라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개헌은 성공한다. 헌법은 법률 이전에 국민과 국가가 맺는 신뢰의 계약이다. 권력기관이 국민에게 받는 신뢰를 회복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제10차 개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87년 체제 넘어, 시대정신 담아야=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 컨센서스 대화 2026’을 지켜보며 필자는 오랜만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개헌 논의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날 행사에서도 정부 형태와 권력구조를 둘러싼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필자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이석연 위원장이 던진 한마디였다. “개헌은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한 문장은 이날 강연의 핵심이었다.

앞으로 개헌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정치권은 권력구조를 이야기할 것이고, 학계는 제도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새 헌법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개헌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국민의 자유를 더 두텁게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 따뜻하게 품으며, 지방을 다시 살리고, 미래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헌법이라면 국민은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개헌론은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주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정신을 헌법에 담고 국민 통합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자는 제안이었다. 필자는 이번 강연을 들으며 개헌은 정치의 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고민하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로운 헌법은 새로운 권력을 만드는 문서가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설계도가 돼야 한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