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상임위는 권력이 아닌 지역의 연장

국회의원은 먼저 지역대표여야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결국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됐다.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임의 배정된 상임위원 전원 사임과 남은 상임위원장 수용 거부를 선언했고, 민주당은 즉각 상임위를 가동하며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대립은 이제 단순한 자리 다툼을 넘어 국회 운영 전반을 흔드는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분명 중요한 자리다. 국회의 의사일정을 조정하고 법안을 심사하며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느 상임위원회를 맡느냐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도 달라진다. 그래서 여야가 매번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극한 대치를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을 때는 상임위원장을 시키기 위해 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정치에 전달할 사람을 선택한다.

국회의원은 무엇보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있다. 아니 의원들 스스로도 잊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부분은 지역구에서 선출된다.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역시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어야 한다. 지역의 도로와 철도, 산업과 농업, 교육과 복지, 문화와 관광까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본분이다.

이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헌법은 국회의원을 국민 전체의 대표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 역시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은 지역 주민의 선택을 통해 국회에 들어온 만큼 지역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할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대표로 선출된 이상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국가를 위한 의정활동도 결국 지역 주민의 신뢰 위에서 시작된다. 지역을 위해 뽑힌 의원이 지역보다 중앙정치의 평가를 더 의식하게 되는 순간, 대표성의 본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가장 먼저 관심을 받는 것은 어느 상임위에 배정되느냐다. 지역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보다 국정감사에서 얼마나 강한 질의를 했는지, 언론에 얼마나 많이 등장했는지가 의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상임위 활동을 잘해야 유능한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결국 지역을 위해 뽑힌 의원이 지역보다 상임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구조다.

이것은 분명 모순이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을 위해 일하라고 국회의원을 선출했는데 정작 국회에서는 상임위 활동이 정치적 성과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의원 입장에서도 지역과 국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다. 지역 행사를 찾으면 국회 활동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상임위에 집중하면 지역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의 제도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국회에서는 “나는 지역 주민들이 맡겨준 일을 더 충실히 하기 위해 상임위원장 자리는 사양하겠다”고 말하는 의원을 거의 볼 수 없다. 상임위원장은 누구나 맡고 싶어하는 자리고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그러나 국민이 지역 주민들이 선택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면 한번쯤은 다른 선택도 가능해야 한다.

상임위원장이 되어 국가를 위해 뛰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을 국회로 보낸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우선이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요 상임위원장이 되면 국회 일정과 당내 협의, 정부와의 조정 업무가 크게 늘어난다. 자연히 지역을 찾고 주민들과 만나 현안을 챙길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상임위원장이 되면 정부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문제는 예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활 민원과 각종 개발사업, 주민 갈등과 지역 숙원사업은 현장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주민들과 소통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중앙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역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모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상임위 배정 원칙부터 달라져야 한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라면 전문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라면 지역의 특성과 가장 밀접한 상임위에 우선 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역과 상임위가 연결될 때 의원의 역할도 훨씬 분명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접경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라면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군사시설과 안보 문제, 군부대 이전과 지역 개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의원이라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산업도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은 산업 관련 상임위에서 기업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지방행정 현안이 많은 지역의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방분권과 지방 재정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7월1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배정 결과를 보면 지역성과 전문성이 조화를 이룬 사례도 있었지만, 아쉬운 배치도 적지 않았다. 전북의 경우 한병도 의원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윤준병 의원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맡게 된 것은 지역 현안과 상임위의 연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면 새만금과 국가산단, 미래산업 육성이 최대 과제인 지역임에도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는 전북 의원이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아 지역 현안을 풀기 위한 전략적 대응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지역 역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많은 의원이 배치됐지만, 접경지역과 산업도시, 신도시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이번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이 보여주는 것은 어느 특정 의원의 적합성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가 정치적 안배와 당내 균형보다 지역성과 전문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배정되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지역의 대표라면 상임위 역시 지역의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지역 특성과 상임위를 연결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의원은 자신의 지역 문제를 국회에서 더욱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고, 정부 부처와의 협의도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주민들은 자신의 대표가 지역 현안을 가장 적합한 상임위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상임위 역시 현장을 잘 아는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정책의 현실성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상임위를 정치적 영향력이나 당내 힘의 크기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어느 상임위가 더 힘이 세고 어느 상임위가 더 좋은 자리인지를 따지는 순간 국회는 권력의 공간으로 변한다.

그러나 상임위는 권력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상임위원장 역시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책임의 상징이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회 안에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회 밖에는 자신을 선택한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있다. 주민들은 국회의원이 TV에 많이 나오는 것보다 지역 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예산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성과다. 상임위 활동도 결국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이제 국회도 상임위 배정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전문성과 지역성을 함께 고려하는 원칙이 자리 잡는다면 의원들도 지역과 국회를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에서 얻은 경험이 국회에서 정책으로 이어지고, 국회에서 만든 정책이 다시 지역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역대표를 선출하는 현행 국회의원 제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운영 방식이다.

22대 국회 후반기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대립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어느 당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는지보다 자신의 지역을 위해 누가 더 많은 일을 했는지를 기억한다. 언젠가는 “나는 지역 주민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겠다”며 상임위원장 자리를 기꺼이 사양하는 의원도 나와야 한다.

그런 의원이 많아질수록 국회는 권력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상임위는 권력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를 국정으로 연결하는 통로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먼저 지역대표이고, 그 위에서 국가대표가 된다. 국민은 상임위원장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역을 위해 일한 국회의원을 기억한다. 상임위는 권력의 연장이 아니라 지역의 연장이어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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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