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단체장은 갑도 을도 아니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주인이라는 원칙 실천하는 제도

7월1일, 전국의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이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저마다 주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했고 지역 발전과 민생 회복을 약속했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출범은 언제나 기대를 안겨준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자치는 취임식이나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단체장과 주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갑'과 '을'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계약에서도, 직장에서도, 거래에서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부터 따진다. 지방자치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 전에는 주민이 갑이고 후보가 을인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단체장이 갑이고 주민은 을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이 같은 사고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는 물건을 선택하고 가격을 비교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을 자유도 있다. 식당에서는 메뉴를 고르고, 쇼핑몰에서는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는 순간 일정한 선택권을 갖게 되고, 많은 사람들은 쇼핑이나 외식,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쇼핑을 즐기지만 어떤 사람은 계산대 앞에만 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누군가는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는 통장 잔고를 떠올리며 후회한다. 사람마다 소비를 대하는 심리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흥미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지불 고통(Pain of Paying)'이라고 설명한다. 돈을 쓰는 순간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는 현상이다. 여기에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이론도 있다. 사람은 같은 금액을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약형 사람일수록 소비보다 저축에서 더 큰 만족을 얻는다.

소비형 사람은 새 옷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떠나면서 만족을 느낀다. 반대로 절약형 사람은 할인쿠폰을 활용하고 계획한 예산보다 적게 쓰며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한 사람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 행복을 느끼고, 다른 사람은 돈을 지키는 데 행복을 느낀다.

행복의 대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바로 통제감이다. 소비형은 자신의 소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통제감에서 만족을 얻고, 절약형은 자신의 돈을 스스로 지키고 관리한다는 통제감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결국 사람은 갑이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만족한다. 이것이 소비심리와 행동경제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그렇다면 이 원리를 지방자치에 적용하면 어떨까.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단체장이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것일까? 지방자치의 본질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새롭게 출범한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다.

지방자치는 흔히 지방정부를 운영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정의만으로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 지방자치는 단체장이 권한을 갖는 제도가 아니라 주민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다.

권력이 지방으로 내려오는 것이 지방분권이라면, 그 권한이 주민에게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완성된다. 결국 지방자치의 핵심은 권한이 아니라 주민의 통제권이다.

주민들은 더 많은 지원금이나 더 큰 건물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어하고, 우리 동네에 어떤 사업이 추진되는지 의견을 내고 싶어하며, 지역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다. 사람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역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순히 예산 일부를 주민에게 맡기는 제도가 아니다. 주민이 행정의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가 되는 과정이다.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정책을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될수록 주민은 행정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행정정보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주민은 판단할 수도 없고 참여할 수도 없다. 정보를 독점하는 행정은 주민과 멀어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행정은 주민과 가까워진다. 투명성은 행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주민의 신뢰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신뢰는 권한을 독점할 때가 아니라 통제권을 함께 나눌 때 만들어진다.

지방의회도 같은 관점에서 변화해야 한다. 지방 의원은 단체장의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무조건 지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민의 뜻을 행정에 전달하고 행정을 주민의 눈높이에서 감시하는 대표자다. 주민의 목소리가 의회를 통해 정책으로 연결될 때 지방의회는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주민과 멀어진 의회는 정치만 남고 지방자치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단체장은 취임하면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부터 발표한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어떤 시설을 만들며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이 얼마나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좋은 단체장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이 결정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 사람이다.

여기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단체장은 갑일까? 많은 사람들은 권한을 가진 사람을 갑이라고 생각한다. 예산을 편성하고 인사를 하고 정책을 결정하니 당연히 그렇게 여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권한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주민이 일정 기간 맡긴 책임일 뿐이다.

그렇다고 단체장이 을인 것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단체장을 주민의 심부름꾼이라고 말한다. 물론 주민을 섬기는 자세는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은 단순히 주민의 요구만 따르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때로는 주민에게 불편한 결정이라도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내려야 할 때도 있다.

결국 단체장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주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도 아니고, 주민의 눈치만 보는 심부름꾼도 아니다.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관리자다. 따라서 단체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권한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공유하는 데 있다.

지방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 의원은 단체장의 편도, 반대편도 아니다. 주민을 대신해 정책을 검증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을 감시하는 주민의 대표자다. 지방의회의 성패는 단체장과의 관계가 아니라 주민과 얼마나 가까이 호흡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민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의회가 건강한 지방자치를 만든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과제는 예산 부족이 아니다. 주민들이 '내가 이 지역의 주인'이라는 실감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선거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행정의 관객이 되는 구조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주민이 정책을 함께 만들고, 함께 감시하고, 함께 평가할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생활 속 민주주의가 된다.

필자의 제안은 간단하다.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는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보다 '무엇을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먼저 발표하기 바란다. 주민참여예산을 확대하고, 주민발안과 주민공청회를 활성화하며, 행정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읍·면·동 주민총회를 정례화하고, 주민이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도 적극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방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가 중심이었다. 이제는 '주민이 얼마나 많이 결정했는가' '주민의 의견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는가'를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행정의 성공은 단체장의 권한이 아니라 주민의 참여와 통제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4년이 시작됐다. 그 시간이 권한을 쌓는 시간이 될지, 주민에게 권한을 돌려주는 시간이 될지는 단체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에는 갑도 을도 없다. 주인만 있을 뿐이다. 단체장은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잠시 위임받은 관리자이며, 지방자치의 성공은 단체장의 권력이 아니라 주민의 통제권이 얼마나 커졌는가에 달려 있다.

새롭게 출범한 지방정부가 주민을 행정의 대상이 아닌 지역의 진정한 주인으로 존중하는 지방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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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