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특수와 교통망 호재 등으로 집값이 폭등한 경기 화성 동탄, 용인 기흥, 구리시 3곳에 대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3중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지만, 시장에서는 규제를 피한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정 효력은 7월1일부터 발생한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이들 3개 지역을 7월5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투기 수요 차단에 힘을 보탠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최근 이들 지역의 심상치 않은 집값 상승세가 있다. 동탄구와 기흥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 특수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과 GTX-A 노선 개통 등 교통 인프라 개선과 맞물리며 매수세가 폭발했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통계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화성 동탄구의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 2월 0.78%에서 3월 1.10%, 4월 1.13%에 이어 5월에는 1.57%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용인 기흥구 역시 2월 1.0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뒤 5월(0.95%)까지 꾸준한 강세를 이어갔으며, 구리시의 경우 지난 2월 1.77%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이래 5월(1.15%)까지 매달 1.1%대의 높은 상승 폭을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세금, 청약, 전매 등 부동산 거래의 모든 과정에서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축소되고, 유주택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금지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중과되고,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요건도 추가된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투기적 매수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상거래 단속 등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기존에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고강도 처방이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대출 문턱과 세금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해당 지역의 거래는 당장 ‘절벽’ 수준으로 위축되겠지만, 이것이 곧 수요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의 그물망을 피해 인근 경기권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붙는 이른바 ‘풍선효과’의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핵심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 동안, 용인 수지, 의왕, 하남)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는 강수를 뒀다. 당시 정부는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규제 지역의 범위를 이례적으로 넓게 지정했다고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시 규제망에서 비껴 있던 동탄, 기흥, 구리로 투자 수요가 고스란히 옮겨붙으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이 폭등했고, 결국 이번 추가 규제를 불러오는 풍선효과의 실체가 여실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핀셋으로 규제 지역을 늘리는 방식은 결국 다른 구멍을 찾아 나가는 수요의 생리를 간과한 것”이라며 “단순히 규제 지역 숫자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규제 지역 지정을 ‘우량 지역’이라는 공인 마크로 인식하게 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정책적 한계는 과거 정부에서도 반복돼 왔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며 규제 정책을 본격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으로 불씨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전국권으로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의 이번 추가 지정 역시 규제 지역 인근의 또 다른 ‘저평가’ 지역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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