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사태’ 뭉개는 경찰, 왜?

압수수색까지 하고 2년째 ‘감감무소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의 국립대에서 불거진 채용 논란에 문제를 제기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제도에는 죄가 없습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문젭니다.” 그러면서 “제도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을 막으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철저히 바로잡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나 수사기관, 사법부가 제도의 틈새를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요시사>가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일어난 ‘맞춤형 채용’ 의혹을 제기한 건 2023년 11월로, 이후 3년이 흘렀다. 2023년 상반기 채용 과정을 거쳐 같은 해 7월 최종 합격한 미술교육과 김모 교수의 연구 실적 등이 학교 측에서 사전에 공고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혹이다. 동시에 광주교대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결론에
버티는 학교

당시 지원자 가운데 1명이었던 조모 작가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조 작가는 광주교대에서 진행한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에서 김 교수와 함께 5배수에 들었던 지원자다. 이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거쳐 광주교대는 김 교수를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조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을 문제 삼았다. 그의 전시 경력 일부가 3개월 20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구성 역시 ‘중복 게재’ ‘자기 표절’ 등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학교 안팎에서는 김 교수의 전시 실적 등을 두고 ‘(광주교대 교수직) 지원을 위해 급하게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광주교대는 조 작가가 김 교수의 전시 실적에 대한 검증을 요구한 지 4개월 만인 2023년 11월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수, 교원 신규 채용 지원자 등의 연구윤리 부정 문제를 조사하는 학내 기구로 교무처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당시 미래교육혁신원장이었던 선모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광주교대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를 통해 제보자의 제보 내용을 조사한 뒤 본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부당한 중복 게재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 방해 등을 연구 부정 행위로 판단해 제재를 ‘건의’할 수 있다.

즉, 연구윤리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피조사자의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의견을 제시하고, 이후 최종 조치는 학교의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에서 조 작가가 제기한 ▲(김 교수의) 개인전 신작 비율이 채용 기준에 맞지 않는 점 ▲일부 작품의 자기 표절 의혹 ▲개인전인지 초대전인지, 전시 성격이 불분명한 실적이 포함된 점 ▲일부 전시의 실제 진행 여부 등의 제보 내용을 검증해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3년 7월 채용 문제 제기 이후
3년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

당시 김 교수는 자기 표절이 제기된 작품에 대해 “의미상으로 주제가 바뀌었고 작품 배경과 잘 맞아 이 작품을 전시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새로운 작품명을 부여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작가로서 판단했다”며 “외형적으로 자기 표절이라고 판단하는 자체가 현대미술에서는 하기 어려운 문제 제기”라고 항변했다.

작가로서 전시의 연출, 운영에 자율권이 있고 문제가 된 작품 등은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광주 미술계에서는 김 교수의 해명을 두고 “이번 사안은 전시 과정에서 불거진 게 아니고 채용과 관계된 일”이라며 “채용 기관의 요구 사항에 맞춰 기준에 부합하는 자료를 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는 김 교수의 전시회 실적 중 일부를 ‘부당한 중복 게재’로, 자기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은 ‘변조’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채용 절차를 시작할 당시 공고에 명시된 ‘지원 자격 등 임용조건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제출한 서류에 허위 사실이 발견될 경우, 또 학위 논문, 연구 실적물 등이 연구윤리에 저촉됐을 때는 심사서 제외되거나 합격 취소 또는 임용 후에도 임용을 취소할 수 있음’ 부분을 근거로 ‘임용 취소’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김 교수의 이의 신청으로 연구윤리 본조사위원회가 다시 한번 소집됐고 ‘재조사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론에는 변동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구윤리위원회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광주교대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다가 이듬해(2024년) 5월 재조사 지시를 내렸다.

수사기관에
넘어간 공

당시 <일요시사>가 입수한 ‘연구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에 대한 조치’ 문서를 보면 허승준 광주교대 총장은 ▲피조사자의 민원을 수용해 전면 재조사 실시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본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연구윤리위원회가 예비조사, 본조사, 이의 신청에 따른 추가 조사 등을 통해 내린 결론이 허 총장의 지시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광주교대 채용 논란은 학내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사안이 확산했다. 2024년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에 질의가 들어가는 등 논란이 커졌다. 한 의원실은 광주교대 채용 논란과 관련해 허 총장을 비롯한 교무처장, 교무팀장 등 절차 전반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초 문제 제기부터 재조사 지시, 정치권의 언급까지 1년4개월이 걸렸다. 그사이 김 교수는 별다른 제재 없이 수업을 배정받아 진행했다. 광주 미술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외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광주교대가 김 교수를 비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 지역 한 미술계 관계자는 “단순히 의혹을 제기한 수준을 넘어 학내 기구를 통해 ‘임용 취소 권고’라는 의견이 나온 사안이다. 절차에 맞춰 조사를 진행했고 외부 인사를 모셔다 두 번이나 같은 결론을 낸 문제라면 광주교대에서는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경찰이 광주교대 채용 논란을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24년 10월경부터 이 사안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 제보자를 비롯해,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 대상에는 김 교수, 허 총장 등이 포함돼있다.

“곧 나온다”
언제까지?

지난해 5월경에는 광주교대 교무처와 김 교수의 개인전이 진행된 일부 미술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역으로 말하면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는 건 제기된 의혹이 일정 정도 입증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어떤 결론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작가가 채용 논란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시점부터 따지면 3년, 수사가 시작된 시점으로 봐도 1년8개월 이상 지났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때에서도 1년이 흘렀다. 수사가 공전하고 있는 건지,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나오는 부분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수사 상황을 물을 때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해주기 곤란하다면서도 한두 달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게 지난해부터다. 그렇게만 1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하자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뭉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경찰은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업무 방해 혐의를 시작으로 사건을 폭넓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교대뿐만 아니라 전시가 열린 미술관 등까지 압수수색한 것도 경찰이 단순히 채용 논란만 보는 게 아닌 것 같다는 관계자들의 말에 힘을 더하고 있다. 경찰도 간접적으로 채용 논란에서 파생된 문제까지 보고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경찰의 말은 힘을 잃고 있다. 여기에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진행되던 수사가 최근 미적지근하다는 말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경찰이 수사 초기에 입증하려 했던 혐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피의자들의 주장을 깨뜨릴 근거를 못 찾고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024년 10월 수사 시작했는데…
지금도 “언제 끝날 지 모른다”

문제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나 고발로 시작된 수사라면 지연 상황에 문제를 제기할 주체가 있지만, 이 사건 자체가 첩보를 통해 이른바 인지수사 형태로 진행된 일이라 결론을 기다리는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거리는 상황이다. 최악을 가정하면 경찰이 수사를 이유로 사건을 계속 끌어안고 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물론 조사를 받는 쪽도 결론이 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수사가 2년 가까이 진행되자 양쪽 모두 지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모를까, 수사를 이렇게 질질 끌면 사안에 대한 온갖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수사에) 외압이 있다는 둥, (경찰에) 손을 썼다는 둥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송치든, 불송치든 경찰이 어떤 결론을 내줘야 문제를 제기한 쪽도, 수사를 받은 쪽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경찰의 송치로 재판에 가든, 검찰이 보완 수사를 지시하든,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락되든, 뭐가 됐든 경찰의 판단에 따라 이번 사안의 이후 방향이 결정된다. 이제 더 미룰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일요시사>와의 통화해서 “계속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3개월 전인 지난 3월27일 수사 진행 상황을 물었을 때 나온 답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사 개시 시점, 압수수색 시기를 따졌을 때 너무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말에도 “수사팀 내부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관련 사건도 많고 그렇다.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우리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막혔나?
의도적 지연?

그러면서도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올해 안에는 마무리될 수 있냐는 질문에 “올해 안에는 당연히 끝내야죠”라는 답만 전해왔다. 그동안 관계자들이 지난해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을 또 한 번 반복한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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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