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의 내년 2월 사퇴설이 불거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내년 2월까지야 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왜 하필이면 2월일까? 국민의힘의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둔 4자 구도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지난 17일 개최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놓고, 소장파와 당권파 간 언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제대로 된 당 노선을 취하지 못했던 장 대표에 대한 심판론이 됐다”며 “결과를 책임지고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심판론?
그러자 대표비서실장인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소장파 집단 ‘대안과 미래’의 해체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대안과 미래는 그 어떤 대안도 없이 당 대표 사퇴만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며 “이 정도면 모임의 성격이 당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쇄신·소장·혁신파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18일 돌연 병원에 입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같은 날 과로로 인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료진의 권유로 입원했다. 국민의힘이 밝힌 장 대표가 과로한 이유는 ▲지난 1월 단식 ▲지방선거 지역 유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태 현장 대응 등이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 대표는 선대위 출범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16개 시도 전체를 아우르며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아울러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는 서울 청계천·홍대입구 일대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폭주하는 이재명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분노하는 2030 세대 청년 유권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선거 결과를 비교하는 기준점으로 자유한국당이 대참패해 홍준표 당시 대표가 사퇴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장은 2명이 늘었고, 기초자치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은 각각 42명·191명·268명 늘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유로는 ‘이재명정권의 무도한 정치 탄압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심각한 선거 관리 혼선’을 들었다. 이어 ‘이재명정권의 자유민주주의 파괴와 헌정 질서 교란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보고서 공개 하루 전인 지난 20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피하느라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며 “장 대표와 마주치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선거관리위원회 사태가 해결되는 가을 무렵에는 퇴진해야 하고, 가급적 가능한 한 빨리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보고서가 공개된 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평가 결과 보도자료를 공개 직전에 봤다”며 “의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당 사무처 차원의 분석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퇴 시기 퍼지자 정점식 “내년 2월까지 가겠냐”
구 친윤계 방파제 원했는데 장은 독자 생존 도모
장 대표가 병원 입원을 이유로 잠행을 이어가는 사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한 의원은 지난 23일, 이성권 의원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공동 주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는 구 친윤(친 윤석열)계라는 평가를 받는 김기현·박수영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명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한 의원은 구 친윤계 의원 2명에게도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지난 21일에는 김 의원 등 구 친윤계가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가입했고, 지난 22일 처음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엔 국민의힘 의원 31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 17일 진행했던 인터뷰가 공개됐다. 한 의원은 인터뷰에서 “2028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는 보수 재건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장 대표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직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치적 권위나 보수 진영을 이끌 정통성은 이미 상실한 상태”라며 “통상적이라면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사퇴하지 않는 당 대표는 거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미래혁신포럼 행사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다음 달까지 국민의힘 의원 30여명과 릴레이 만찬 회동도 가졌다. 장 대표가 입원한 사이 구 친윤계와 오 시장·한 의원 등이 장 대표를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구도가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과 한 의원이 장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유보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오 시장과 한 의원에게도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7일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형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만약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고, 대법원에서까지 그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직을 상실하게 된다. 아울러 확정 이전에도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해져 재판 진행 속도까지 오 시장의 정치적 장래에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은 당무에 관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진다.
한 의원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수월한 국민의힘 복당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하기 위해서는 그의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가 낙마해야 한다. 하지만 “구 친윤계를 비롯한 당 저변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징역형 구형
직 상실 위기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 내부의 거부감을 둔화시킬 방안은 밝히지 못했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은 대안과 미래를 당내 계파 분열을 조장하는 사조직으로 규정한 후 즉각적인 해체와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44시간 동안 긴급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했고, 여기에 동참한 인원은 1만8352명에 달한다. 요청서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이후에도 서명이 이어져 지난 22일 기준으로는 서명 인원이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한 의원의 복당이 구체적 논점으로 거론될 경우 국민의힘 내 당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척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오 시장·한 의원·구 친윤계가 뒤엉켜 암투를 이어 가는 사이 부각된 국민의힘의 당헌·당규가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잔여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긴 채 궐위되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잔여 임기만 채울 새 대표를 선출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하면 새 대표는 장 대표의 원래 임기인 내년 8월까지만 재임하는 시한부 대표가 된다.
반대로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정식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 2년 임기를 채울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이렇게 선출되는 새 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사퇴해 연임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 분석은 국민의힘 사무처가 공개한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와 맞물려 정가에 순식간에 퍼졌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많은 의원들이나 국민은 이 상황 자체가 빠른 시일 내에 종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며 “내년 2월까지야 갈 수 있겠느냐”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압박하는 이유와 그 정국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평가에 따르면, 구 친윤계의 관심사는 장 대표의 거취가 아니다. “장 대표가 언제 사퇴해 누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해석의 핵심이다.
6개월
그리고 2년
즉, 사퇴 시점을 놓고 벌어지는 ‘시간표 암투’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정식 연임을 통해 자신이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려고 하지만, 구 친윤계는 장 대표의 잔여 임기만 소화할 임시 대표를 선출한 후 다시 차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이해관계를 공천에 잘 반영해 줄 새 대표를 선출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로서는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하면,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가 돼 ‘용꿈’을 꾸기 어려워진다. 최대한 버텨서 2월 이후에 사퇴해 임기를 갱신해야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구 친윤계와 주도권 장악을 위한 결투를 벌일 수 있다.
이를 간파한 정 원내대표는 방송 출연을 통해 “내가 사퇴 시점을 정할 것”이란 장 대표의 전략 근간을 흔들기 위해 “장 대표가 내년 2월까지 대표직에 있겠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당 대표직의 시간표는 장 대표 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당내 셀렉터레이트인 구 친윤계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행간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물러나면, 정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장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대표로 당선됐다. “시간표의 최종 결정권은 당내 권력연합에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구 친윤계가 장 대표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친한(친 한동훈)계·수도권 중심 중도 확장론 등을 방어할 방파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이들에게 오 시장과 한 의원은 여전히 견제 대상이면서도 장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포섭 대상이다. 아울러 이들에게는 구 친윤계를 필요로 하는 약점도 있다.
오 시장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의 지원 사격을 받아야 하고, 장 대표의 전국 재선거론을 진화시켜야 한다. 이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장 대표가 주장하는 전국 재선거론에 대해서는 미리 선을 긋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에 집중한 논의가 오갔다. 한 의원은 복당을 연결고리로 포섭을 시도할 수 있다.
오, 사법 리스크…한, 복당 장벽 발목
구 친윤·장·오·한 4자 구도 꿈틀
한 의원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는 복당이 간절한 이유를 스스로 밝힌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의원이 밝힌 2028년 총선 승리 및 2030년 정권교체 구상은 국민의힘이 한 의원을 복당시켜 당권을 맡긴 후 대선후보로까지 선출해 줘야 현실이 될 수 있는 구상이다.
애초에 구 친윤계가 장 대표에게 맡기려던 역할은 ‘미코시(가마)’였다. 영남권 지역 기반·당내 조직·강경 보수 당심에 기대는 정치 방식을 구사하는 구 친윤계의 정치는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정치와 많이 닮았다.
일본 정치에는 “메고 갈 가마는 가벼울수록 좋다”는 격언이 있다. 파벌 정치가 뿌리 깊은 일본 자민당에서는 파벌 간 협의에 따라 힘이 약한 총리를 옹립하는 사례가 있었다. 즉, 파벌이 메고 가는 가마가 돼 함께 이동하는 총리는 힘이 약해 가벼울수록 파벌의 어깨가 편안하다.
밀실 정치가 흔한 일본 정치에서는 밀실에서 정한 결론을 전면에서 잘 따라주는 얼굴마담형 총리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 형태는 현재 ▲당 대표 선출 ▲각종 공천 ▲선거 지원 ▲당직 배분 등을 느슨하면서도 비공식적·상황 의존적으로 풀어 나가는 구 친윤계의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역대 일본 총리 중에는 미코시 형태로 추대됐다가 자민당 내 대형 파벌과 충돌해 분쟁을 겪었던 총리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를 거론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88년 리크루트 스캔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깨끗한 얼굴’을 총리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원래는 우노 소스케 전 총리가 그 역할을 맡았다가 단명했고, 가이후 전 총리는 그 후임자가 됐다.
가이후 전 총리가 미코시로 거론되는 이유로는 ▲부실한 파벌 기반 ▲다케시타파·오자와 이치로 당시 간사장 등 막후 실력자들의 존재 ▲독자 노선을 견지한 후 당내 주류와 충돌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가이후 전 총리 뒤에는 다케시타파 수장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가 있었다. 그래서 가이후 전 총리에게는 “다케시타파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가이후 전 총리는 1991년 정치개혁법안 가결을 연이어 시도했하지만 연이어 부결됐다. 그러자 가이후 전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자민당 의원들은 중의원 해산을 거부하는 집단 반란을 일으켰다. 그 배후에는 다케시타파도 있었다. 가이후 전 총리는 이 흐름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시작된
합종연횡
현재 국민의힘의 세력 구도상 핵심은 셀렉터레이트 역할을 하는 구 친윤계라고 할 수 있다. 셀렉터레이트는 지도자·권력자를 선출·교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집단을 말한다.
장 대표는 가이후 전 총리처럼 방파제 역할을 맡기기 위해 선출됐지만, 독자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오 시장은 수도권 확장론을 대표하지만, 사법 리스크와 장 대표의 전국 재선거론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한 의원은 당내 복귀를 시도하는 당 밖 소수 계파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6·3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4자 구도를 맞이하게 됐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둔 4자 구도의 합종연횡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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