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2월 사퇴설 막전막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6.29 11:00:09
  • 호수 1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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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총선 공천권 두고 시간표 암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의 내년 2월 사퇴설이 불거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내년 2월까지야 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왜 하필이면 2월일까? 국민의힘의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둔 4자 구도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지난 17일 개최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놓고, 소장파와 당권파 간 언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제대로 된 당 노선을 취하지 못했던 장 대표에 대한 심판론이 됐다”며 “결과를 책임지고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심판론?

그러자 대표비서실장인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소장파 집단 ‘대안과 미래’의 해체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대안과 미래는 그 어떤 대안도 없이 당 대표 사퇴만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며 “이 정도면 모임의 성격이 당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쇄신·소장·혁신파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18일 돌연 병원에 입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같은 날 과로로 인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료진의 권유로 입원했다. 국민의힘이 밝힌 장 대표가 과로한 이유는 ▲지난 1월 단식 ▲지방선거 지역 유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태 현장 대응 등이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 대표는 선대위 출범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16개 시도 전체를 아우르며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아울러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는 서울 청계천·홍대입구 일대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폭주하는 이재명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분노하는 2030 세대 청년 유권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선거 결과를 비교하는 기준점으로 자유한국당이 대참패해 홍준표 당시 대표가 사퇴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장은 2명이 늘었고, 기초자치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은 각각 42명·191명·268명 늘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유로는 ‘이재명정권의 무도한 정치 탄압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심각한 선거 관리 혼선’을 들었다. 이어 ‘이재명정권의 자유민주주의 파괴와 헌정 질서 교란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보고서 공개 하루 전인 지난 20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피하느라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며 “장 대표와 마주치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선거관리위원회 사태가 해결되는 가을 무렵에는 퇴진해야 하고, 가급적 가능한 한 빨리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보고서가 공개된 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평가 결과 보도자료를 공개 직전에 봤다”며 “의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당 사무처 차원의 분석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퇴 시기 퍼지자 정점식 “내년 2월까지 가겠냐”
구 친윤계 방파제 원했는데 장은 독자 생존 도모

장 대표가 병원 입원을 이유로 잠행을 이어가는 사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한 의원은 지난 23일, 이성권 의원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공동 주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는 구 친윤(친 윤석열)계라는 평가를 받는 김기현·박수영 등 국민의힘 의원 20여명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한 의원은 구 친윤계 의원 2명에게도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지난 21일에는 김 의원 등 구 친윤계가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가입했고, 지난 22일 처음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엔 국민의힘 의원 31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 17일 진행했던 인터뷰가 공개됐다. 한 의원은 인터뷰에서 “2028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는 보수 재건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장 대표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직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치적 권위나 보수 진영을 이끌 정통성은 이미 상실한 상태”라며 “통상적이라면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사퇴하지 않는 당 대표는 거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미래혁신포럼 행사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다음 달까지 국민의힘 의원 30여명과 릴레이 만찬 회동도 가졌다. 장 대표가 입원한 사이 구 친윤계와 오 시장·한 의원 등이 장 대표를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구도가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과 한 의원이 장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유보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오 시장과 한 의원에게도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7일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형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만약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고, 대법원에서까지 그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직을 상실하게 된다. 아울러 확정 이전에도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해져 재판 진행 속도까지 오 시장의 정치적 장래에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은 당무에 관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진다.

한 의원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수월한 국민의힘 복당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하기 위해서는 그의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가 낙마해야 한다. 하지만 “구 친윤계를 비롯한 당 저변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징역형 구형
직 상실 위기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 내부의 거부감을 둔화시킬 방안은 밝히지 못했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은 대안과 미래를 당내 계파 분열을 조장하는 사조직으로 규정한 후 즉각적인 해체와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44시간 동안 긴급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했고, 여기에 동참한 인원은 1만8352명에 달한다. 요청서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이후에도 서명이 이어져 지난 22일 기준으로는 서명 인원이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한 의원의 복당이 구체적 논점으로 거론될 경우 국민의힘 내 당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척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오 시장·한 의원·구 친윤계가 뒤엉켜 암투를 이어 가는 사이 부각된 국민의힘의 당헌·당규가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잔여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긴 채 궐위되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잔여 임기만 채울 새 대표를 선출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하면 새 대표는 장 대표의 원래 임기인 내년 8월까지만 재임하는 시한부 대표가 된다.

반대로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정식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 2년 임기를 채울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이렇게 선출되는 새 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사퇴해 연임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 분석은 국민의힘 사무처가 공개한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와 맞물려 정가에 순식간에 퍼졌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많은 의원들이나 국민은 이 상황 자체가 빠른 시일 내에 종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며 “내년 2월까지야 갈 수 있겠느냐”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압박하는 이유와 그 정국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평가에 따르면, 구 친윤계의 관심사는 장 대표의 거취가 아니다. “장 대표가 언제 사퇴해 누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해석의 핵심이다.

6개월
그리고 2년

즉, 사퇴 시점을 놓고 벌어지는 ‘시간표 암투’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정식 연임을 통해 자신이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려고 하지만, 구 친윤계는 장 대표의 잔여 임기만 소화할 임시 대표를 선출한 후 다시 차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이해관계를 공천에 잘 반영해 줄 새 대표를 선출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로서는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하면,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가 돼 ‘용꿈’을 꾸기 어려워진다. 최대한 버텨서 2월 이후에 사퇴해 임기를 갱신해야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구 친윤계와 주도권 장악을 위한 결투를 벌일 수 있다.

이를 간파한 정 원내대표는 방송 출연을 통해 “내가 사퇴 시점을 정할 것”이란 장 대표의 전략 근간을 흔들기 위해 “장 대표가 내년 2월까지 대표직에 있겠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당 대표직의 시간표는 장 대표 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당내 셀렉터레이트인 구 친윤계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행간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물러나면, 정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장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대표로 당선됐다. “시간표의 최종 결정권은 당내 권력연합에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구 친윤계가 장 대표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친한(친 한동훈)계·수도권 중심 중도 확장론 등을 방어할 방파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이들에게 오 시장과 한 의원은 여전히 견제 대상이면서도 장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포섭 대상이다. 아울러 이들에게는 구 친윤계를 필요로 하는 약점도 있다.

오 시장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의 지원 사격을 받아야 하고, 장 대표의 전국 재선거론을 진화시켜야 한다. 이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장 대표가 주장하는 전국 재선거론에 대해서는 미리 선을 긋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에 집중한 논의가 오갔다. 한 의원은 복당을 연결고리로 포섭을 시도할 수 있다.

오, 사법 리스크…한, 복당 장벽 발목
구 친윤·장·오·한 4자 구도 꿈틀

한 의원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는 복당이 간절한 이유를 스스로 밝힌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의원이 밝힌 2028년 총선 승리 및 2030년 정권교체 구상은 국민의힘이 한 의원을 복당시켜 당권을 맡긴 후 대선후보로까지 선출해 줘야 현실이 될 수 있는 구상이다.

애초에 구 친윤계가 장 대표에게 맡기려던 역할은 ‘미코시(가마)’였다. 영남권 지역 기반·당내 조직·강경 보수 당심에 기대는 정치 방식을 구사하는 구 친윤계의 정치는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정치와 많이 닮았다.

일본 정치에는 “메고 갈 가마는 가벼울수록 좋다”는 격언이 있다. 파벌 정치가 뿌리 깊은 일본 자민당에서는 파벌 간 협의에 따라 힘이 약한 총리를 옹립하는 사례가 있었다. 즉, 파벌이 메고 가는 가마가 돼 함께 이동하는 총리는 힘이 약해 가벼울수록 파벌의 어깨가 편안하다.

밀실 정치가 흔한 일본 정치에서는 밀실에서 정한 결론을 전면에서 잘 따라주는 얼굴마담형 총리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 형태는 현재 ▲당 대표 선출 ▲각종 공천 ▲선거 지원 ▲당직 배분 등을 느슨하면서도 비공식적·상황 의존적으로 풀어 나가는 구 친윤계의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역대 일본 총리 중에는 미코시 형태로 추대됐다가 자민당 내 대형 파벌과 충돌해 분쟁을 겪었던 총리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를 거론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88년 리크루트 스캔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깨끗한 얼굴’을 총리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원래는 우노 소스케 전 총리가 그 역할을 맡았다가 단명했고, 가이후 전 총리는 그 후임자가 됐다.

가이후 전 총리가 미코시로 거론되는 이유로는 ▲부실한 파벌 기반 ▲다케시타파·오자와 이치로 당시 간사장 등 막후 실력자들의 존재 ▲독자 노선을 견지한 후 당내 주류와 충돌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가이후 전 총리 뒤에는 다케시타파 수장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가 있었다. 그래서 가이후 전 총리에게는 “다케시타파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가이후 전 총리는 1991년 정치개혁법안 가결을 연이어 시도했하지만 연이어 부결됐다. 그러자 가이후 전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자민당 의원들은 중의원 해산을 거부하는 집단 반란을 일으켰다. 그 배후에는 다케시타파도 있었다. 가이후 전 총리는 이 흐름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시작된
합종연횡

현재 국민의힘의 세력 구도상 핵심은 셀렉터레이트 역할을 하는 구 친윤계라고 할 수 있다. 셀렉터레이트는 지도자·권력자를 선출·교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집단을 말한다.

장 대표는 가이후 전 총리처럼 방파제 역할을 맡기기 위해 선출됐지만, 독자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오 시장은 수도권 확장론을 대표하지만, 사법 리스크와 장 대표의 전국 재선거론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한 의원은 당내 복귀를 시도하는 당 밖 소수 계파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6·3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4자 구도를 맞이하게 됐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둔 4자 구도의 합종연횡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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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