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자작극 파문 정이한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6.29 14:46:41
  • 호수 1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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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아빠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개혁신당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가 선거 기간 ‘음료 컵 피습 사건’을 지인과 공모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은 이 외에도 그가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온그룹의 계열사 직원을 선거운동에 불법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개혁신당 지도부는 사실관계에 따른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으나, 부실 공천 책임과 부산시당 와해라는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4월27일 부산 금정구에서 유세 중이던 개혁신당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에게 운전 중이던 한 30대 남성이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을 투척했다. 현장에 있던 수행원들이 급하게 차량을 막아 세우려 했으나 해당 차량은 포위를 뚫고 도주에 성공했다. 정 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음료를 뿌린 해당 운전자가 정 전 후보에게 “어린 놈의 새끼가 무슨 시장 출마냐”라고 소리치며 음료를 뿌렸다고 했다. 또 정 전 후보가 음료 컵에 맞고 넘어져 뇌진탕과 근좌상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선거 직후
기습 탈당

이 남성은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났다가 본인의 직장 인근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 전 후보는 목에 깁스를 한 채 경찰서를 찾아 남성을 직접 면회한 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인지도 낮은 신인 정치인이었던 정 전 후보에 대한 언론 보도량이 폭증하며 그가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2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사흘 동안 ‘정이한’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는 총 9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3일 정 전 후보의 출마 선언 당시(6건)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출마 선언 이후 피습 전까지 약 3개월간 정 전 후보가 언론에 보도된 기사 건수(63건)의 1.5배에 달한다. 정 전 후보는 이번 6·3 부산시장 선거에서 2만7418표를 얻어 득표율 1.56%를 기록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사전에 공모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정 전 후보의 캠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정 전 후보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탈당계를 제출했고, 선거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그의 모든 SNS 계정은 삭제되거나 게시물이 전부 내려간 상태다.

경찰이 정 전 후보와 음료 컵을 투척한 남성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했고, ‘홧김에 저질렀다’는 진술과 달리 사건이 벌어지기 정 전 후보가 그와 통화했던 기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음료 컵 투척자인 남성은 정 전 후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헬스 트레이너로,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말을 들어 봤다”고 전했다.

경찰은 두 사람 간의 금전거래 내역도 확인하며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남성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조사 중이다.

부친 계열사 선거 동원
셀프 테러·여론 조사

정 전 후보가 뇌진탕 진단을 받은 병원 또한 본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이었다는 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사건 직후 인근 응급실이 아닌 12km나 떨어진 아버지의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지난 5월 TV 토론회에서 배제된 것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다 7일 만에 단식을 마쳤을 때도 온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경찰은 ‘허위 진단’ 의혹에 대해 온병원의 의료법 위반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6개월인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혁신당 공관위원장으로서 기습 탈당, 연락 두절 등 극도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정이한 전 후보의 논란과 행태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후보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당의 단죄와 엄책을 회피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며 “정당법상 탈당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한 ‘꼼수 탈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관용 법적 대응, 영구 복당 금지 처분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또한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참담하고 무거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개혁신당이 공천한 후보였기에 이 사안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이 공개하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 범죄”라며 “유권자의 신뢰를 악용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 자체를 훼손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신당은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모든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당 자체 진상 조사단을 가동해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따라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고 약속했다.

자작극 의혹에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23일 정 전 후보의 부친이 운영하는 ‘온그룹’의 계열사 직원들이 선거운동에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선거운동 기간 전후로 정 전 후보 측이 온그룹 계열사 직원들에게 후보에 대한 지지 댓글을 작성하고, 일부 직원들에게는 개혁신당 당원으로 가입할 것까지 지시했다는 의혹을 전달받은 상태다.

한둘 아닌
위법 행위

홍보·기획을 담당하는 계열사에서는 ‘정이한이 부산시장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만들고 ‘망해가는 부산 근황’ 등을 넣어 숏폼 영상을 제작하라는 지시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비방하는 홍보용 영상도 만들어 배포했다. 사무실에는 정 전 후보 선거 현수막이, 칸막이에는 그의 기사와 공약들은 물론 선거대책본부의 조직도까지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업적인 기관이나 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있다.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 자금이나 조직을 활용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도 제3자 기부행위 제한 규정 위반이다. 경찰은 현재 정 전 후보 부친의 회사 자금이 선거 캠프로 유입됐는지 여부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서 정 전 후보는 지지도 2.6%를 얻으며 비슷한 시기 진행됐던 타 여론조사에 비해 평균 약 1.5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또한 온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진 정 전 후보 부친 소유 여론 조사기관 ‘바로미터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로, 해당 여론조사 기관의 공정성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바로미터여론연구소’는 선거를 넉 달 앞두고 등록된 신생 업체로 확인됐다. 출마 선언 약 3달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선거 관련 조직을 운영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문항 중 주를 이뤘던 ‘침례병원 정상화’에 대한 문항이 정 전 후보의 대표 공약과 일치했던 점도 의문을 남겼다.

정 전 후보 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셀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1988년생인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중퇴 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학사 졸업 후 그는 본인의 부친이 설립한 비영리 의료 봉사 단체 그린닥터스의 청년단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의 선임비서관과 한덕수 국무총리 민정비서관실 사무관 직무를 수행하며 행정 경험을 쌓다가 지난해 9월, 개혁신당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정 전 후보는 과거 학생부 허위 기재로 국내 고교 졸업 학적을 위해 편입했던 고등학교를 중퇴한 바 있다. 데이비드 H. 힉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06년 부산시 금정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당시 해당 학교는 정 전 후보의 부친이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사학재단 산하 고등학교였다.

학생부
허위 기재

편입 후 미국 대학 의예과 진학을 준비하던 정 전 후보는 그해 7월 합격 통지를 받아 8월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전 후보가 미국에 체류 중이었음에도 그의 한국 고교 생활기록부에는 2학기 수업일수인 90일 전체를 출석한 것으로 기재됐다.

당시 부산시교육청 감사에서 정 전 후보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귀국자 전형으로 편입하면서 학군 배정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외에도 특별활동에는 정 전 후보가 독서 반 소속으로 자치활동 16시간을 포함해 총 59시간을 활동했으며, 해외 선진문화 체험 활동까지 참여했다는 내용이 허위로 작성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담임교사는 2006년 12월 초 학교 진학 지도실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이 같은 허위 내용을 직접 입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은 2008년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학생부 허위 기재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씨는 이후 재단 산하 학교에서 교감직을 맡았다. 판결 전인 2007년 중학교 교감으로 발령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정 전 후보가 편입했던 고등학교 교감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전 후보의 모든 의혹 및 과거 이력과 함께 언급되는 정 전 후보의 부친은 정근 온병원그룹 회장으로, 부산에서 손꼽히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안과 의사 출신인 그는 지난 30여년간 부산 서면에서 안과 병원을 운영했다. 지난 2005년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의 건설 과정 전반에도 직접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입지 선정부터 용지 매입, 설계 디자인, 시공, 준공에 이르기까지 건축 과정에 직접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이후 정 전 후보가 뇌진탕 진단을 받았던 온병원을 포함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설립했으며, 2022년 중견 건설사인 세정건설을 인수했다. 세정건설은 지난 2019년 기준 매출액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평균 1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해 온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 기업이다.

정근 회장은 제19대, 제21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각각 24.71%와 5.52%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2018년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정계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25년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 당시 온종합병원의 직원 업무용 채팅방에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글이 올라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새로운 인물’ 강조하더니…
“검증에 현실적 한계 있어”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그의 부친이 운영하는 온병원과 관련된 인물들이 선거 과정 곳곳에서 확인됐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비례대표 1번에 정선애 온병원 간호과장을 배치했다. 이번 공천을 계기로 현장 전문가 중심의 정책 정당 이미지를 굳히고, ‘보건 전문가’를 앞세워 부산의 보건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캠프 관계자가 선거 이후 온병원에 취업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정 전 후보의 핵심 대변인직을 수행했던 서진석 전 선임대변인은 지난 17일부터 온병원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변인 측은 “자작극 논란과는 무관하다”며 “선거 전부터 생계를 위해 병원 측과 맺었던 계약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후보자 190명을 배출했으나 기초의원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부진한 결과를 냈다. 여기에 정이한 전 후보의 공천에 대한 의혹과 수사까지 더해져 개혁신당은 겹악재를 맞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개혁신당 지도부가 이런 관계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단할 수는 없다.

다만 정 전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당이 얼마나 면밀하게 후보를 검증했는지, 또 후보의 배경과 그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전 후보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부산 정치권에서 가장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전면에 내세운 청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음료 투척 사건을 둘러싼 자작극 의혹을 시작으로 과거 학적 논란, 선거법 위반 의혹, 가족 기업 연루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개혁신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끝없는 의혹과 관련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정 전 후보는 우리 당 합류 전 야당 의원실 비서관과 국무총리실 근무 경력이 있었다”며 검증 책임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실 역시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쳤을 텐데 걸러내지 못한 사안인 만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후보가 중간에 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과거 이력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측면도 있다”고 재차 해명했지만, 충분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준석
입장은?

논란 이후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져 현재 개점 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당위원장 자리는 지난 3월18일 이재웅 전 위원장의 탈당에 이어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정 전 후보가 논란과 함께 탈당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공석이 됐다.

이 전 위원장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상태다. 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시당을 맡겠다고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정 전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사실 여부는 향후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신선함과 화제성에 기대 인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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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시작은 코인 교육방이었다. 20억원의 투자 피해를 입힌 ‘코인스쿨 리딩방 사기 사건’은 결이 다르다. 코인스쿨 강사 권원재의 본명은 김민균. 그는 직접 제작한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끌어들여 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70여명의 피해자들은 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민균이 해외로 도망치자 경찰은 수사를 중지했다. 김민균은 가상 인물 ‘김승호’를 내세워 사설 해외 선물 HTS에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은 “피의자 한 명이 도망갔다고 국내 공범과 자금 흐름 수사까지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피해자 측에 “2024년 8월2일 피의자 김민균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출국 후 현재 연락두절되고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방이 리딩방으로 이어 “김승호의 구글 아이디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사이버 국제공조를 통해 가입자 내역을 회신받았으나,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는 등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피의자 김민균의 소재 발견 시까지 수사 중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수사 부실을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은 김민균의 도주가 아니라, 선물투자에 성공한 김승호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했는지, 누가 그 계정을 운영했는지, 코인스쿨의 실제 운영진과 자금 흐름이 어디까지 연결됐는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이 김승호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코인스쿨 일당의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더 강하게 수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인스쿨은 처음부터 리딩방을 표방하지 않았다. 코인스쿨은 ‘공학도 출신 50억대 트레이더 권원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회원을 모았다. 권원재는 코인 강사이자 멘토처럼 등장했고, 회원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코인 매매를 배웠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투자를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방이었기 때문에 의심이 적었다”고 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권원재는 실체를 드러냈고, 본명은 김민균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스쿨 내부에서 활동한 모범 학생 ‘하모닉우치’ 계정도 김민균과 동일 인물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피해자들은 “권원재는 친절한 선생님, 하모닉우치는 실력 좋은 졸업생처럼 역할을 나눠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럴싸한 외부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을 받은 교육기관처럼 오인하게 만든 결정적 장치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4년 3월28일 김민균은 법무법인 아리율에서 만난 피해자들 앞에서 “1인 다역을 했다”며 스스로 실토했다. 그는 “다들 아시지 않느냐. 권원재, 하모닉우치, 김민균은 동일 인물이다. 하모닉우치 계정은 제 본래 핸드폰”이라며, 코인스쿨 안에서 ‘친절한 멘토(권원재)’와 ‘고수익을 인증하는 열혈 졸업생(하모닉우치)’ 역할을 홀로 연기하며 회원들을 속여왔음을 자인했다. 권원재 본명 김민균으로 확인 투자 프로그램으로 리딩 사기 코인스쿨은 단순 오픈채팅방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받은 위촉증명서에는 소속 ‘교육 7기수’, 부서 ‘교육’, 상호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 ‘오단혁’이 기재돼있다. 피해자들은 “코인스쿨은 김민균 개인이 취미로 만든 방이 아니라 상호와 교육 기수, 위촉 체계를 두고 운영됐다”고 말한다. 코인스쿨과 연결된 홈페이지에는 권준상·오단혁이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 홍보도 있었다. 권원재는 과거 보도자료성 기사에서 ‘전업투자자 양성 전문가’로 소개됐다. 법무법인 아리율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노출됐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 자문 계약과 언론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된 교육기관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였다”고 주장한다. 교육방 내부에서는 ‘졸업생 신화’가 만들어졌다. 코인스쿨 측은 “2023년 모든 기수를 통틀어 목표 금액 달성자와 10억원 이상 달성자 등 졸업자가 63명”이라는 취지로 공지했다. 일부 계정은 고수익 인증을 올렸다.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 “300만원으로 300만원 벌었다” “3시간 동안 360만원 벌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회원들을 해외 선물 프로젝트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민균은 해당 교육방 공지를 통해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는 소수만 진행하며, 하모닉우치와 참여한다”고 직접 바람을 잡았다. 이어 김민균이 운영하는 팀 소속(바람잡이)인 ‘양희철’ ‘김다름’ ‘만불챌린지’라는 유저 등이 총동원됐다. 이들은 “권원재만 따라하면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이라며 우상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피해자들과 만난 김민균은 “바람잡이들도 있었고, 과장되게 광고를 한 것은 진짜 저희가 잘못한 게 맞다”고 실토했다. 법무법인 회유 정황 사기 사건은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권원재는 2024년 김승호를 코인스쿨의 제자이자 해외 선물로 성공한 투자자로 소개했다. 단순히 이름만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권원재가 직접 김승호의 카카오톡 계정을 전달해 주며 회원들에게 소개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코인스쿨 교육방에서는 “신청만 오늘 1시까지 받는다” “추첨은 순차적으로 진행 중” “프로젝트 승률은 100%”라는 취지의 공지가 올라왔다. 참여 희망자에게는 기존 기수와 닉네임, 목표 시드, 프로젝트 진행 동안의 각오를 적게 했다. 피해자들은 “절박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프로젝트방에서 나스닥 선물 종목 NQH24, NQM24를 두고 매수·매도 리딩을 지시했다. “포지션: 대기” “포지션: 매수” “17540 부근 1계약” “17500 부근 1계약 추가 예정”이라는 식의 안내가 이어졌다. 또 다른 방에서는 “포지션: 매도” “2계약 추가” 등의 지시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김승호의 리딩을 따라 들어갔다가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손실이 커지자 김승호는 ‘담보금’을 강조했다. “든든한 담보금은 엄청난 수익금을 안겨준다” “청산되면 내 사비로 보상하겠다” “제발 안전한 담보금을 준비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이 대목을 ‘담보금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한다. 손실 위험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고소인들은 김민균에게 “김승호 본명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유해달라”고 강요했다. 이에 김민균은 “12월에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나도 모른다. 가진 것은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버는 코인스쿨의 수장이 투자금이 걸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설계자 김승호의 인적 사항조차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피해자들은 “김민균이 범행이 발각되자 모든 책임을 가상의 인물인 김승호에게 떠넘기기 위해 기획한 시나리오”라고 확신하고 있다. 선상 파티 호화 도피 가장 충격적인 쟁점은 피해자들이 이용한 거래 플랫폼의 실체다.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배포한 HTS 프로그램은 공식 증권사를 흉내 낸 ‘이베스트프로(ebest pro)’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이베스트프로 HTS는 정교한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환율까지 표기하며 제도권 프로그램처럼 위장했으나, 안내란에는 “1원 인증 없이 가상계좌가 발급된다”고 명시했다. 금융 보안 절차상 정상 증권사라면 결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또 피해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및 거래 횟수 30회~50회를 채워야 출금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걸어 출금을 원천 차단하고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김민균은 교육 영상을 통해 이베스트프로 MTS·HTS 주문 창을 가리키며 “지정가 진입하고 정리하는 것 진짜 어렵지 않다”며 “진입할 때는 다른 것 다 보실 필요 없이 매수와 매도만 기억하면 된다”고 현혹했다. 차트 숫자와 매수·매도 열이 조작되는 ‘모의 투자’용 사설 서버 프로그램을 두고,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실제 해외 선물 시장에 자금이 진입하는 것처럼 철저히 교습해 의심의 싹을 잘라낸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 정보(WHOIS)에 따르면 ‘ebestpro.org’ 도메인은 2024년 초 프로젝트 시작 전인 2023년 9월15일에 선제적으로 생성돼있었다. 애초부터 출금해 줄 생각 없이 가짜 사설 프로그램과 교육 영상까지 치밀하게 사전 기획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법무법인 아리율도 조직적 개입 및 수습에 조력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개최된 대면 미팅에는 주범 김민균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아리율 ‘형사사건 전문 TF팀’ 소속의 박 모 사무장이 전면에 나섰다. 박 사무장은 피해자 대표들 앞에서 “저희는 이 친구(김민균)를 방어(변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가 경찰 조사 내용을 수시로 피드백 줄 테니 검증 대조할 시간을 한 달만 달라” “실제 피해자만 따로 모아 폐쇄적인 방을 새로 파고 기존 통합방은 폭파해라”라며 사태 축소와 피해자 분열을 종용했다. 피의자 도주로 멈춘 수사 남은 공범들 어디 숨었나 특히 박 사무장은 수사기관을 폄하하며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 그는 “김민균이 사기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멘털이 약해 자살할까 봐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며 동정론을 유발했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100% 수사 중지가 될 것 같다. 사이트나 대포통장 주인은 어차피 못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피해 추정 금액을 15억 안팎으로 잡고 재정 상태를 확인한 뒤 원금의 50~60% 선에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며 구체적인 액수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그러면서 “총 결정권자인 위에 형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사람을 안 믿는다. 만약 고소가 계속 진행된다면 그분은 저를 위해 돈을 쓰실 거고, 저희가 ‘관여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 돈을 쓰실 것”이라며, “고소를 계속하면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승호가 가상 인물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김승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김승호가 유령이라면 코인스쿨 측이 모든 혐의를 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코인스쿨 측은 “우리도 김승호에게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민균은 피해자들에게 “김승호를 함께 고소하자”고 제안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마치 코인스쿨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완전범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고소인 측 대표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김모 경위의 대처 미흡과 부실 수사, 직무유기로 인해 김민균의 해외 도주가 가능해졌다”며 “김민균이 해외 도주를 준비 중이라고 계속 알렸고 출국금지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제대로 수사하라고 계속 추궁했다. 김민균이 도주하면 사건이 유야무야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민균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건은 멈췄다. 해외로 도피한 김민균의 행적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김민균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 행사에 참석하고 VVIP 웰컴 기프트와 요트 파티 사진을 SNS에 올렸다. 수사 중지 끝난 사건? 제보자에 따르면, 코인스쿨 일당들의 최종 접속 IP 주소는 국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로 확인됐다. 김민균이 도피 후에도 국내에서 자금을 세탁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공범 세력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내의 ‘진짜 몸통’과 배후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며 “김민균이 도망쳤다면, 분당에서 서버를 돌리며 우리 돈을 삼킨 진짜 몸통은 누구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