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작가 8명과 함께 전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PEUT)’를 준비했다. 8명의 작가를 일률적인 거대 서사와 신화, 계보가 해체된 시대에 각자의 미적 지향점으로 동시대에 응답하는 ‘할 수 있는 자’로 기획했다.
갤러리현대에서 진행되는 단체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PEUT)’는 장 뤽 고다르의 1979년 영화의 제목에서 따왔다.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알아서 대피하라’는 원제의 의미를 확장했다.
서로 다르지만
제도와 유행, 세대의 규범에 기대기보다 독자적인 감각과 태도로 작업해 온 김주영‧박민하‧박정혜‧안현정‧이혜인‧정진화‧조이솝‧한선우 등 작가 8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에는 동시대적 동양화, AI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하는 구성회화, 여성 추상회화, 수행적 회화, 기하학적 추상, 조각 및 설치, 퀴어 정체성에 기반한 작업 등 다양한 실천이 한자리에 모였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의 폭발적 증가,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미디어 환경,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우리는 기존의 가치 체계와 인식의 틀이 빠르게 재편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분산됐고 단일한 역사관이나 이념, 미학적 규범이 지닌 권위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 예술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온 거대서사와 신화, 역사적 계보는 점차 그 영향력을 잃고 해체됐다. 그 자리에는 수많은 목소리와 관점, 정체성과 서사가 공존하며 서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바야흐로 다원주의적 시대, 다양한 목소리와 정체성이 출현하는 시대이자 공통의 가치 체계와 기준은 취약해지는, 자유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역설의 시대다.
여러 목소리와 정체성
자유와 불확실성 공존
이번 전시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미디어와 아트마켓, 세계적 기관과 플랫폼이 생산하는 담론과 키워드를 좇기보다 시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감각과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또 그런 태도와 기질을 가진 1980년대 이후 작가와 작품은 무엇인지 묻고자 했다.
전시 제목에서 ‘할 수 있는 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직감과 감각을 감지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 소수를 뜻한다. ‘구하라’는 명령은 윤리적 강요가 아닌, 그러한 감각을 지닌 자에게만 조용히 부과되는 책임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8명의 작가는 특정 유행이나 세대의 규범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미적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로 다른 매체와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이들은 모두 동시대의 혼란과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며 독자적인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만난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시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거나 일시적 답을 강요하기보다는, 예술의 본질이라는 거대하고도 사소한 이 담론에 대해 관람객, 미술계 종사자, 예술계, 나아가 혼란한 현실 속 모두가 한번쯤은 깊은 사색에 잠겨 보자는 의미를 선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갤러리현대는 독자적인 음악을 구축해 온 뮤지션 김오키와 협업해 정규 앨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지난 24일에 발매했다”고 덧붙였다.
어디선가 만나
한편 이번 전시는 지난 56년간 갤러리현대가 주목해 온 프로그램의 연장선이자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갤러리현대는 동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기획전을 앞으로 2년마다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