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32)언덕 위의 하얀 감옥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6.29 03:48:43
  • 호수 1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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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어느새 채워져 있는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흐흥, 난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어릴 때부터 겪었고, 또 댁이 전혀 꿈도 꿀 수가 없는 곳엘 갔다 왔다구.”
“머나먼 아프리카 정글에라도 다녀오셨나요?”

생존 전쟁

말끝에 여자는 해죽해죽 웃었다.

“더 먼 곳…가까우면서도 더 먼 비밀왕국.”

“세계일주?”

“당신 마음속을 여행해 볼까?”

“쳇, 농담도 잘하는군.”

“정말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대체 어떤 여인일까 하고 궁금했으니까.”

말한 후 청운은 독한 술을 쭉 들이켰다.

“그래, 어떤 여자인 것 같아?”

여자는 청운의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앞에 앉은 사내가 과연 어떤 인간 족속인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초리였다.

긴 속눈썹 때문인지 당돌하기보다 문득 그윽한 느낌을 주는 저 검은 눈동자…청운은 저도 모르게 가만히 마주 쳐다보고 있었다. 두 남녀의 눈은 잠시 시간을 잊은 듯 그렇게 서로 응시하고 있었다.

“대답 안 해줘? 내가 어떤 여자인지.”

그녀는 술병을 들어 두 개의 빈 잔을 채우며 말했다. 청운은 고개를 숙여 맑은 황갈색 액체를 내려다보았다.

“상상만 하다가 이제 겨우 여행을 시작해 첫 간이역에 내린 듯한 기분인걸.”

“열차 좌석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간이역을 슥 스쳐 지나가는 게 좋을까, 아님 내려서 걸어 들어가 보는 게 나을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음 무슨 목적이 있다면 내려야겠지만….”

청운은 생각에 잠겨 대꾸했다.

“그냥 순수한 여행이야.”

“그래도 만약 기찻길 옆에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피어 하늘거리고 있거나 또는 왠지 모를 직감과 호기심에 끌려 간이역 구내를 나가 미지의 읍내를 보고 싶기도 하겠지.”

“흥, 실망할 거야. 역에 내리지 말고, 그냥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을 구경하는 게 오히려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어.”

“그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을까? 내려서 읍내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여행은 전혀 손상받지 않을 것 같아. 오히려 우연히 만난 낯선 고장의 풍물과 사람들로 인해 더욱 풍요로울 수도 있어.”

“쳇, 인생을 여행에다 비유하는 건 호사가들의 유흥일 뿐이야. 인생은 전쟁이야!”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설령 적자생존의 전쟁이라 하더라도 좀 재미가 있지 않을까? 살아남든 죽든 흐뭇할 거야. 나야 이런 소리 할 자격도 없는 놈이지만.”

“멍청이 같아. 멍청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을 남한테 떠맡겨 놓곤 히히득거리는 남자의 별명이지.”

“그래? 그렇다면 난 아직 멍청이야. 인정하지. 그런데 내 생각이지만 멍청이는 별로 나쁜 건 아닌 성싶어. 멍청이 상태로 할 수 있는 일도 많거든. 대체 자기가 뭔지, 곤충인지 짐승인지 무지렁이인지 생각해 볼 생각은 가졌으니까. 마치 굼벵이처럼 어느 외진 밭고랑에서 뒹굴며 매미로 우화등선할 날을 기다리며.”

“흥, 매미가 되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갈 순 있겠지만 사람들이 여름의 향연이라 부르는 그 소리도 매미 입장에선 그저 수액을 빨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일이라더군요. 그런데 며칠 동안이나마 편안히 노래를 부르며 살았으면 좋으련만 언제든지 까마귀나 딱따구리 따위의 부리에 쪼여 금세 생명을 잃을 판국이니, 그 찰나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겠어요?”

소녀 같지 않고 노파처럼
외롭고 고독하고 무망하게

“매미라고 아무 생각이 없겠어요? 몇 년 동안 땅속의 어둠에서 살다가 나왔으니 삶과 죽음을 초월해 그런 애절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겠어요?”

“몰라. 난 당신 같은 사람 만나러 여기 온 건 아닌데.”

“그럼 뭣 하러?”

“돈 벌러.”

“그럼 차라리 미8군으로 가지.”

“흥, 그게 아주 쉬운 일인 줄 아나 봐. 이봐요, 아저씨, 거긴 물이 달라요. 원한다고 다 갈 수 있는 데가 아니란 말야. 이를테면 연예계의 최상류라고 할 수 있지롱. 꺼벙이 아저씨, 알았어요?”

여자는 좀 맥이 빠진 듯했다. 눈초리가 게슴츠레 풀어진 채 살짝 떼를 쓰는 소녀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아무리 힘들어도 한번 해볼 만한데 왜 그럴까.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땡이지 뭘.”

하지만 여자는 계속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소녀 같지 않고 노파처럼 외로워 보였다. 그러다가 낡은 소파 위로 푹 쓰러져 버렸다.

청운도 이제 청년 같지 않고 노인네처럼 고독하고 무망해 보였다. 그는 겨우 여자 쪽으로 기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쪽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얼굴을 바라보고 있더니 볼에 입술을 대었다.

그러고는 곧 쓰러져 버렸다. 고요한 방에 타인인 두 남녀가 볼을 맞댄 채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대는 매서운 날씨였다. 그래도 하늘은 푸른 유리처럼 청명했다. 까마귀 몇 마리가 아득한 천공에서 마치 검은 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까마귀가 그토록 높이 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청운이 탄 승합차는 동두천 시가지를 벗어나 좁은 둑길로 접어들었다. 벼의 그루터기만 남은 회갈색 논바닥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희끄무레했다.

차가 평지를 뒤에 남기곤 울퉁불퉁한 험로로 들어서자 여자들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이 씨발, 감씨 공알까지 다 빠지겠네.”

“아, 고향땅의 정다운 오빠를 버리고 삼수갑산으로 가네.”

“참 너무 억울해. 리차드 놈이 앙심을 품고 찍은 것 같아.”

그녀들은 미군의 컨택에 걸려 낙검자 강제수용소인 몽키하우스로 이송되는 중이었다.

미군 사령부 소속의 헌병들은 자국 군인들을 성병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갑작스레 클럽에 들이닥쳐 ‘양색시’들에 대한 불심검문을 실시하곤 했다.

클럽 여자들은 그걸 ‘토벌’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꼭 필요한 건 주민등록증보다는 성병 검진 증이었다.

성병 검진

규정에 의해 클럽 여자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공립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아야 했는데, 그 결과는 검진증에 기록되고 붉은 도장이 찍혔다.

클럽 기도의 임무는 불량배나 행상인 따위를 막는 것뿐 아니라 검진증을 조사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불합격자나 검진증을 지니지 않은 여자는 클럽 입장이 거부되었다. 물론 돈이나 몸을 기도 놈에게 먹이면 통과될 수도 있었지만….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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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